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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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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에 대한 오해


BY 정자 2006-07-27

얼어죽어도  건달이나 백수는 되지 말라고 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삼복더위가 때인지라, 머리 벗겨지는 더위에

백수를 하려니 이거 아무래도 잘 못 된 거 같다.

 

우선은 지금은 휴가철에 너도 나도 자리비우고, 집 비우고 그 막바지 칠월인데,

마침 나보고 잘 그만뒀다며, 막자언니나 떠벌이 아줌니가 우리집에 쳐들어 온 것이다.

이사를 간 곳이 여기보다 더 휘황하고, 찬란한 아파트에 사시는데,

도무지 좀이 쑤시고 심심하여 두 아줌니들 우리집에 오는 날만 학수고대 했다는 데.

 

참고로 남편은 어머니 다음으로 무서워 하는 떠벌이 아줌니가 오시니

이거 안절 부절이다. 그 옛날 영은이 업고 다니며, 니 엄니한테 효도하는 건 니 처자식 고생안시키고, 가정 잘 지켜 애국하는 게 진짜 효도지, 뭐 잘났다고 툭하면 엄니 젓 빨러 다니냐고 하는 통에 기겁을 하고 도망를 다니던 남편이니, 이 두 아줌니만 오시면 벌벌 알아서 기어 다닌다. 장모님도 그렇게 어려워 하지 않는데 말이다.

 

 업고 다니던 영은이가 이제 숙녀티가 난다고 손녀 바라보듯이 떠벌이 아줌니는 연신 뽀뽀 하자고 덤벼드니 영은이의  뺨에는 루즈자국이 양쪽에 범벅이다. 그래도 좋다고 헤헤대고 웃고, 사오신 옥수수 한자루를 껍데기 벗겨 바로 푹푹 찌니,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단맛에 쫀득 쫀득 거리는 찰 옥수수가 젤일이여.. 이것이 진짜 옥수수 수염이다. 니 오줌 누는 게 시원찮다며. 글고 그 회사 그만둔거 참 잘한거다. 그 만큼 고생하면 됐지. 뭐 잘났다고 죽을 때까지 돈에 충성하냐? 이 참에 우리 끼리 할 일이 있다. 니 해볼쳐? 뭔디? 청소! 잉 청소를 한다고? 어디서? 긍께 할 겨 안 할겨? 우리 조직이 이미 꽉 찼는디 영은이라면 내 특별히 껴준다.!

 

 회사 그만두고 할 일이 늘어지게 잠 좀 자보고 이것 저것 좀 해볼려고 궁리중이었는데. 느닷없이 청소를 하자고 제안이 들어오니 거절했다간 또 무슨 말로 공갈을 할 지 모르니 얼결에 대답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피식 피식웃으며 하는말이 어이구 영은엄마가 어디서 청소를 하면 개가 웃어요! 집에서도 맨날 나한테 혼나는데, 일을 글석불게 하는통에 차라리 안하는게 여러사람 도와주는 거라니까요? 그 말에 떠벌이 아줌니 웃으면서 그러신다. 그러니께 잘 좀 가르쳐 노라고, 내가 몇 칠 지나면 부를테니까. 근디 아줌니 어디를 청소한다는거유? 응 ..양로원! 예? 와 안되는 감?

 

 막자언니가 참외를 깎으며 그런다. 잘아는 노인이 있는데, 시설허가도 안나고. 복지사가 들여다 봐도 한달에 한 번 정도니, 집이 엉암이여, 그래서 할 수없이 우리가 조를 짜가지고 일주일에 두번 가는디, 이게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인제 너도 논다니께 부리나케 온 겨..

 

하이고..나만 그만두길 기다렸다는 두 분 앞에서 내가 곡을 해야 되나, 하품을 해야되나..이거 참. 내 얼굴이 떨떠름한 가 싶으니 떠벌이 아줌니 와? 싫나? 아뉴유~~

 

나는 이젠 다음 주 부터 청소하러 간다고 예약이 되어 있는 몸이다.

이건 백수가 절대 아니다. 그렇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