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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94

이제는 말하고 싶습니다...


BY 도가도 2006-07-23

 

경고: 경상도 사람이거나 그들과 0촌이나 친인척관계를 맺고 있는 에세이방 식구는 

         읽지 마시오.

         읽을 시 발생하게 되는 분노와 수치는 인터넷 중독보다  강하니,

         절대 읽지 마시오.

 

사람들이 한번씩 제게 묻습니다.

이혼도 하고 시집사람들과 연락도 사절하고 살면서

왜 엄마와 친구들이 있는 전라도로 이사가지 않느냐고..

그럼 그 이유를 담과 같이 읊어댑니다.

여기는 수려한 지리산과 남해바다, 섬진강이 다 인접해 있고,

대체로 목소리크고 성질급한 경상도 사람들이 첨엔 무서웠는데,

이제는 친근하고..

또 새 일터에서 새로 적응하느라 서투르고 실수하고,당황하고 하는 것들이 이제는 귀찮고

무엇보다 전라도보다 훨씬 춥지 않아서 좋다고....

 

그런데 그렇게 10년 넘게  익숙해진 경상도땅인데도

지금도 귀에 들리면 한번씩 물음표를  떠올리고 미소짓는 

몇몇 발음들이 있어 예를 들어 살펴보려합니다.

 

시어머니, 살아계실 제, 

지연아!(첫째딸 이름이지만, 이 며느리를 부르시는 소리입니다.)

\'꿀 좀 가져와라.\'

\'네, 어머님!\'

싱크대 여닫이를 열어 꿀병을 갖다 드렸습니다.

\'아니, 말고! 꿀! \'

곰같은 저는 금새 얼굴이 시퍼렇게 질립니다.

평소 이 전라도 며늘과  대화가 쉬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신 시어머니,

냉장고에서 생\'굴\'을 손수 꺼내오십니다. 허걱!

 

사무실에  초짜남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사무실 안의 작은방에서 자취를 할거랍니다.

사장님의 와이프, 사모는 이런 저런 반찬거리 챙겨오고

밥 짓는 것에 열심히 설명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귀에 거슬리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밥물은 \'살\'에 손을 담궈서 손등 중간에 물이 오면 됩니다.\'

살? 왠살?

그렇습니다. 그들은 \'쌀\'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놀려주었습니다.

\'사모, 쌀이라 해봐요. 쌀!\'

싸모가 그 작은 눈에서 강한 레이져광선을 쏩니다.

그 눈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제시력이 현저히 떨어져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ㅎㅎㅎ

 

참 희안합니다.. 굴은 꿀이라면서 쌀은 살이라니...

 

어느날, 사무실을 새로 옮기면서 간판과 옥외광고 때문에

업자가 사무실내부와 밖을 살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장님, 창문에도 \'섁깔\'을  넣으실겁니까?\'

엉? 섁깔? 

노란섁깔, 빨간섁깔, 찢어진섁깔?

오, 이런.. 초면에

\'따라해보세요, 색!깔!\'

할수도 없고....

또 발음교정 시켜주려다 아예 눈이 멀까 애써 참았습니다.

 

김응묵,

제 이름입니다.

남자이름인데 설상가상으로 알아듣기 힘든 이름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그래도 가녀린 여자의 이름이라고,

김은묵이라고들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이 경상도인들은....

 

사무실에 처음 면접왔을 때 일입니다.

사모는 이력서를 살펴보면서,

\'이름이 참 독특하시네요. 김, 엉, 묵.\'

아구구...-_-;  안살고 싶어라.

평소 이름에 컴플렉스가 많은 저는 정말 절망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으\'라는 모음을 \'어\'로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사는게 척박하고 성질급한 경상도인들은 줄임말에 탁월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지칭하는 \'샘\'이란 말은 경상도에서 발생한 것임을 알것입니다.

여러분은 \'나만사람\'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요?

나이가 많은 사람이란 뜻입니다. 즉 노인을 지칭하지요.

밥 무(먹어)!  얼릉 뛰! 이런 건 저도 곧잘 따라합니다.

시간적으로도, 또 체력이 덜 소모된다는 것에도 잇점이 있어 애용하는 말입니다.

 

경상 출신 분들 절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사실 저도 이제 갱생도 사람입니다.

한번씩 전라도에 가면 이제는 그들의 억양이 와그리 어색하고 코믹한지요..

참 지적인 사람인데도 전라도 말투와 억양이 섞인 목소리를 들음

하나도 지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여그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