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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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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주의보


BY 정자 2006-07-17

얼결에 얻은 방에서 내 걸음으로 이십분만 걸어가면 둑이 있었다.

거기에 하천이란 하천은 모두 모이는 가장 낮은 저지대.

우리동네는 그래서 누가 이사오면 여름 한 번 나면 곧장  도망치듯이 얼른 이사가버리는 곳이다. 여기에 멋모르는 나는 방세가 싸다고 덜컥 이사를 와서 살아도 누구하나

이런 상황을 친절하게 일러주지 않았다.

 

첫 홍수는 어리버리 치뤘고, 두번째 홍수는 모두 다 알고 준비하자 식으로 맞아 들었으며

세번째 홍수는 일년 연중행사처럼 치뤘다.

 

 이러니 울 동네 용감한 아줌니들은 웬만한 경보에 주의보에 별로 시덥지 않은 표정이다.

물난리를 겪으면서 벼라별 고생을 다한다고 하더니, 언제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올지 안 올지 예보도 없었는데, 동네에서 가장 높은 옥상에 천막을 치고 무쇠솥 걸어놓고 지들이 아무리 많이 비가 와도 옥상에 찰 만큼 오면 나라에다 전화 한 대 때려 배 한척 보내라고 혀! 하니 겁도 안난다. 그러니 동네 아이들 비를 철철 맞고 둠벙에 첨벙첨벙 빠져 돌아 다니고. 동사무에서 조금 있으면 비가 더오니 얼른  학교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수없이 틀어져도 죄다 옥상에 올라가  평상에 먹을 거를 늘어 놓느라 분주하다.

 

 한쪽에 선 급하게 내달리는 차에 치여 죽은 발바리를 주워 와서 오늘 이걸 잡아야 되? 말어? 하니 누군 두 번 죽인다고 사람들 목구멍에 그게 넘어가냐고 하고, 이참에 닭이나 개나 다아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디,,, 이런다. 그러니 서로 이러네 저러네 하는데도 비는 추적 추적 가늘어졌다 쎄졌다 하니 이거 진짜 학교로 대피해야 되는 거 아녀 하며 영태 할멈이 지팡이를 찾으니, 떠벌이 아줌니가 그런다 학교까지 그 걸음으로 가다보면 이미 둥둥 떠서 헤엄치고 가겄슈우. 내가 119에 전화 한대 때리면 그 때 같이 배타고 가유.. 할멈.

 

이번엔 심상치 않어... 우짜면 다른데도 잠겨 가지고 우리덜한테 올 배는 있을 랑가? 하니 옆집 아저씨 와요? 별게 다아 걱정이셔? 시방! 부침게나 붙여 봐유? 작년에는 뭔 부침게 붙여 먹었더라... 가만히 장작에 불붙이니 비오는데도 활활 잘도 타오른다. 밑에선 비가 와서 골목에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고, 검은 빗줄기가 천막을 요란하게 두둘겨 대니 서로 말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우리는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 데리고 오도가니 앉아 있으려니 화가 난다.

 

 하긴 떠벌이 아줌니가 나에게 그랬다. 이 동네엔 머리숫자만 많은 아줌마들이나 판치고 맨 싸움이나 일삼아 하는통에 이런 물난리를 민원으로 고발하여 제대로 하소연 할 줄 몰라 연중행사를 겪고 있다고 하였다. 울화가 치미는 것은 지들은 할 짓을 다함시롱 몸파는 여자들이나  첩년주제들에 뭘 다  원한다고 하는 이장과 대판 싸움박질 하는 바람에 곧장 경찰서에 실려가서 기껏 벌금처벌을 받더니,, 떠벌이 아줌니가 나에게 몇 날 몇칠을 두고 두고 씹은 말이 어떤 놈이 지 엄니 뱃속에서 안 나온 놈이 있냐고 눈깔을 뒤집어 까서 봐도 그런 놈 없다고, 어딜 여자를 지놈들 좃만도 못하게 여긴다고 그러니, 예수도 여자가 힘주고 낳았으니께 이름 남긴거 물러? 나 보고 확인하자고 덤비니, 난 할 수없이 이장을 비롯 동장에게 한장의 민원을 발송했다. 당장 여길 수해복구 재해지역으로 인정 안하면  수십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옥상에 천막치고 부침게 구워먹으며 장마철을 지낼 거라고 했다.

 

 득달같이 달려 온 이장부터 동장 얼굴에 수도공사가 뭔가 하는 사장까지 동네에 들이닥치니

우리도 어리버리해서 이게 뭔 일이다냐? 했다.영은아 니 뭐라고 썼길래 얼굴이 저렇게 하얀 사람들이 왔다냐? 하는데. 그들이 와서 그런다. 물에 집이 잠겨도 보상금을 지원 할것이고, 여기에 복개공사를 해주고, 수해지역에 준하여 뭐도 주고 또 주고 그러는데. 느닷없이 떠벌이 아줌니가 그런다. 긍께 그 공사 날짜가 언제라?

 

 그게 하천이라  담당공사가 다 틀리다고 하면서 말이 길어지니 또 그 버릇이 튀어나온다.

니이미.. 우덜이 물에 떠내려가면 어디에서 우리를 구할까 날아다니는 공군이여, 배로 해군이여? 그러다 우덜 물에 꼴까닥 하면 우리는 재해를 당한 재수없는 거시기 뭐냐? 영은아~~ 우덜 보고 뭐라고 하냐? 이재민이라고 ! 응 그려 ..우덜은 국민이 아니고 이재민이 되는 겨!

이런데서 산다고 해마다 뭔 행사를 치뤄도 이런 좃같은 거 한 번 당신도 겪어 봐봐? 이걸 말했더니 벌금을 칠십만원을 내라고... 기막혀서, 원 당장 그 공사 날짜 안 받아 오면 우덜은 당장 청와대로 갈 겨? 이재민 되기전에 학실히 우덜도 국민이 될 겨?

 

 그 높은 분들이 얼굴이 떨떠름 하다. 그렇게 돌아가더니 민원회신이 내게 왔다.

복개공사는 도의 예산확정이 되어 곧 들어갈 수 있으며, 집집마다 침수한 상태에 따라 재해복구비를 지급한다고 했다. 난 그대로 떠벌이 아줌니에게 읽어주니, 무신말이 그렇게 어렵냐고 그런게 공사를 한다는 겨, 아녀 하니 난 확실히 공사는 들어가고 돈도 준다고 했다.

그랬더니 돈 받으면 그 돈 그대로 돌려준다고 한다. 왜그러냐고 했더니, 시이벌 벌금 칠십만원 내야 안 잡아간다면서? 이래저래 그거라도 받으면 도로 내 놓으라고 한거나 별 다를 게 없제... 니이미 뭐 이런 개같은 일이 다아 있다냐? 생전 법근처하고 얼씬도 못 할 팔자라고 했는디.

 

그렇게 마지막 홍수를 옥상에서 개잡고 부침미 부쳐먹고 그러는데, 어째 비가 시들시들 하더니 뚝 그친다. 그래도 또 모를 일이다. 이놈의 장마철은 느닷없이 덤비는 성질이니 아예 거기서 날새고 내려 가자고 한다. 그러다 일출을 보았다. 낮은 지대에서 높다면 높은 그 옥상에서

구름들이 그렇게 두껍게 뭉쳐 안 보일 줄 알았던 햇빛이 보였다.

 

그때 오늘도 태양은 있구나 했다. 늘...

 

 

 

덧) 참 길게 싸웠던 잠마와 홍수였습니다. 그렇게 보냈던 홍수가 지금도 여전합니다. 모두들 물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