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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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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BY 포항 아지매 2006-07-17

 

몇날 며칠 내리는 장맛비에 우울한 일상 입니다.

일주일만에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포철 건설 노무자들의 포철 본사 점거와 강경 시위로

오자마자 비상소집 전화를 받고 벗다만 옷을 다시 입습니다.

나는 의례히 하던대로 자동차 열쇠를 현관 서랍에서 집어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시동을 켜고 남편을 기다립니다.

\"건설 노무자 포스코 본사 점거 시위\"로

요즘 포항 분위기는 날씨와 걸맞게  을씨년 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시위현장으로 가는길은 집중호우로 자동차 윈도 브러쉬가

바쁘게 움직이는데도 시야가 뿌옇습니다.

거리마다 물은 넘쳐나고 붐비던 거리에는 굵은 빗줄기 만이

가로수를 희롱하며 자연의 분노를 분출 합니다.

포항제철이 보이고 ..

시위 현장이 가까와 질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바쁘게 움직이는 윈도브러쉬 사이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형산강 다리위에는 교통이 지체가 됩니다.

평소 병목현상으로 출퇴근시간에 가다서다를 반복했지만

출 퇴근시간이 아닌데도 오늘은 차량지체가 장난이 아닙니다.

포스코 본사 가기전 다리 입구에는 각 단체에서 내건 간절한 호소가 담긴

현수막들이 비를 흠뻑 머금은채 펄럭입니다.

\"노.사가.합의하여 원만한 해결을..\"

\"노.사는 서로 양보하여..포항경제 살리자.\"

뉴스로만 보다가 직접 시위현장을 보니까 가슴이 싸해옵니다.

막힌 차량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자동차안에서 바라보니

수천명이 점거했다는 포스코 본사 옥상은 군데군데 붉은 깃발이 꽃혀있고

건설 근로자들이 비를 맞으며 시위를 합니다.

그아래는 7천명의 내 새끼들 같은  전 .의경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집중호우속에 방패를 들고 비를 맞고 있습니다.

그옆 도로에는 수많은 경찰차들과 전.의경이 타고온

닭장 버스들이 수십대씩 줄을 서있고..

건설 노무자들의 가족들이 우비를 쓴채 현장을 지켜봅니다.

옥상에는 부모..혹 .삼촌..형 같은 수천명에 건설 노무자 분들

지상에는 자식같고 조카 같고 동생같은

7천명에 전.의경들이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적 이 되어 빗속에 서있습니다.

한쪽은 권리를 부르짖고

한쪽은 어쩔수 없이 명령에 움직여야만 합니다.

음식물 반입금지로 시위하는 건설노무자들은 탈진을 하고

그리고 80명이 병원으로 실려나가자

그의 가족들의 항의시위로 경찰들과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합니다.

다행히 음식물 반입금지는 가족들의 애절하지만 강력한 시위로

음식물이 들어간것은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전.의경들이 타고온 수십..아니 수백대의 일명\"닭장차\"옆을 지날때는

안쓰러움 마음이 앞섭니다.

내 새끼들 같은 젊고 팔팔한  전.의경들에..애로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비에 젖은 꿉꿉한 옷을입고

좁은차 안에서 먹고 자야 하는 팔팔한 젊은 청년들.

방패를 들고 우비속으로 스며들어오는 비를 맞으며 서 있다보면

그 젊은이들은  따뜻한 집이 그리울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머니가 빨아놓은 뽀숑뾰숑한 침대가 기다리는 내집.내방.

어머니가 해주시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살밥에 따뜻한 국..

입대 하던날  툭툭 어깨를 쳐주신던 아버지.

당연한 하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사랑앞에 그동안 무심 햇을지도 모르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회한에 젖어있을지도 모르지요.

시위현장을 지나오면서 기원을 해봅니다

원만히 해결되어

부모 같고 삼촌 같고 큰 형같은 건설 근로자들과

자식같고 조카같고 막내 동생 같은 전.의경들에 충돌만은 제발 없기를...

노.사가 자신들의 권리를 약간씩 양보하여 .

근로자들이 휘두르는 쇠 파이프와 전.의경들의

날카롭게 끝을 갈은 방패가 사용되지를 않기를..

폭우가 솓아지는 시위 현장을 빠져나오는 시간은 한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살벌한 긴장감속에  폭풍 전야 같은 ..

제한된 평화 를 뒤로하고

바다와 강이 만나는 형산강을 건너다 바라본 바다는

해무와 굵은 빗줄기로  안개속 처럼 뿌옇습니다.

착찹한 기분을 쐐신하려 음악을 트니 사랑 타령하는 노래 가사가

조금전 분위기와 대조적입니다.

한쪽은 생존권으로 투쟁을 하고

한쪽은  이해관계 없이 그 투쟁을 막아야하고

한쪽은 사랑에 울고 웃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세상을 세탁 하는듯  몇날 며칠 비가 퍼붓고 있습니다.

적당선에서 .노.사가 타협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막연하게 적당선이 어디인줄은 저역시도 정확히 모르지만

제가 생각 한는 적당선은 상식 선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상식선에서 노.사가 조기 타협을 하여

지금 시위하는 건설 노무자들이

명령에 움직이는 전.의경들에게 끓는 물을 부며 가스를 터트리며 저항을 하고

그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고 전우를 보호하고자  진압해야만 하는

전경들과 에 대립은 더이상 없어야 합니다.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강경한 농성을 하는 건설 노무자들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성실한 남편 자상한 아버지입니다.

그 현장을 진압해야만 하는 .전.의경들도 고향에

마음 졸이는 부모 형제가 있습니다.

조기 타협을 하기 위해 노.사가 한발짝씩만 양보하는 성의를 보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