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도 쉬지않고 고요한 푸른대지를
두드려 대더니 결국 잠자든 누런 용들을
깨워내고 말았습니다.
화가난 용들이 거침없는 야성을 들어내며
포악을 떨어대는 횡포앞에 목줄기를 물어
뜯기고 내장이 쏟아지고 다리가 잘렸습니다.
살찌고 거대한 놈들이 푸른 들 사이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작은놈들도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큰 놈을 따라 질주합니다.
까치발을 들고 창문에 붙어서서 그 광경을 지켜
보고 있자니 팔뚝위로 소르륵 소름이 돋습니다.
이 토록 거창한 일들을 벌여놓고도 제 설움이
더 크다며 아직도 컥컥 거리며 울음을 쏟아
냅니다.소름 돋도록 싫은 그 놈은 우리집 유리
창에 도 끈질기게 들러붙어 허연 입금을 불어대며
창문을 두드려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결국 남편을
불러냅니다.
언제 날름거리며 삼켜 버릴지도 모르는 목줄맨
세마리 짐승과 우리속에 갇힌 짐승들 남편은 그 들을
지켜내려고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밤 사이 현장으로 가는 진입로는 모두 끊겨 희망이며
밥줄인 장비들은 그 무시무시한 놈들에게 먹혀버린것은
아닌지 두손을 비비며 도도하고 거침없는 그 놈들곁에서
밤새 아부를 떨며 서성거리든 남편은 사무실 작은방에
겨우 잠이들었습니다.
새댁시절 시어머님 젓가락 끝으로 뒤집어 지던 내 서툰
음식들이 왠지 모를 분노와 모욕감과 뜻모를 부끄러움으로
추하게 뒤틀리던 내 모습처럼 부끄러운 모습들이
허연배를 뒤집고 무시무시한 그 놈들 기세를 빌어
등위에 올라탄 자화상들이 애타는 우리들을 비웃듯 이죽
거리며 유유히 흘러갑니다.
참지 못하고 경망을 떨어버린 풍경이 너무 좋았던 그집
아무말 하지말걸 이제 그 이쁜 꼬마와 그 애 엄마를 보면
뭐라고 말을해야하나.
우편함 위에 아이가 쓰던 손때 묻은 분홍빛 작은우산을
앙징맞게 씌워 놓아 그 집앞을 지날때 마다 흐뭇한 미소
를 짓고 잠시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주인이 딸아이와 함께
신기한듯 저를 바라봅니다.
창문을 내리고 풍경이 너무 이뻐서요 했던 그집엔 이제
앙상하게 뼈만남은 우산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꺾여있습니다.
절규와 통곡을 뒤로하고 그 놈들은 아직도 제 설움이 더
크다며 컥컥 거리고 눈물을 쏟아댑니다.
그래도 살아보자고 그래도 이겨보자고 허허로운 허공에
그렇게 말해봅니다.
껄껄거리는 그 놈들 뒤에대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 보자고
그렇게 말해봅니다.
저도 지친몸으로 들어설 남편을 기다리며 오늘은 내용물도
없는 된장찌게를 휘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