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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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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피서는 더 뜨거웠다.


BY 정자 2006-07-14

포장을 쒸워야 한다니께.그래야 여러사람 다 탄다구?

떠벌이 아줌니가 주관하고 행사요원은 아줌마부대 요원이

드디어 바닷가로 여름 피서를 출발하게 됐다.

 

말이 그렇지 아주머니에 할머니에 우리들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두 태울려면 대형버스를 빌려야 하지만 우리들의 형편은 그 쪽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먼저 막자언니는 상석으로 모셔야 하고 그 옆에 무쇠솥을 실으니 이거 어디 피난가는 거랑 비슷하다. 그래도 실실웃고 엉덩이 비비적거리면서 자리만드는 멀대아줌니나, 둘리아줌니는  시장을 본 것을 일일히 확인하고 영은이랑 아들놈은 트럭 뒷좌석에 구겨 넣은 것처럼 낑겨 있어도 방글 방글 웃는다.

 

\" 아유~~ 할멈은 동네 지켜야지, 우덜 따라와서 잔소리 할려고?\"

 눈치없이 아무데서나 툭툭 끼는 옆집 아저씨는 그래도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고 트럭 조수석에 모시고 그렇게 오라이하더니 부웅 출발한다.

 

 생전 나도 트럭에 포장쒸워서 여름피서 떠나는 법은 모르고 살던 터라 길가에 풍경을 뻘건 천막을 제치고 훔쳐보는 것처럼 고개 내밀고 갔던 그 바다였다.

 

 그 새 둘리아줌니는 꼬부쳐 놓았나  소주가 유리부딫히는 소리가 나니 멀대 아줌니가 또 째려본다. 니 또 그렇게 물마시는 거랑 술마시는거랑 구분 못하면 거기에서 내버리고 온다는 니 세상 그렇게 사는게 아니라니, 한 참 설교조로 빠지면 떠벌이 아줌니가 누구 좃 빠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노래나 한 곡조 뽑아 봐봐  거 뭐시냐? 소양강 처녀 십팔년 노래 있쟎어?

 

 으이구...무식하면 말이나 번지르르하게 다시 기름칠을 하던지 혀던가... 십팔년이 뭐여? 열여덞 딸기 같은 처녀라니께 그렇게 일러줘도 꿩고기 지져먹었나 ... 아 긍께 그 노래좀 틀어 봐 봐? 내가 무신 노래방 기겐감? 틀긴 뭘 틀어... 그려 알았어. 내가 언니한테 특별히 부탁해가지고 닭다리 더 줄테니께 자아 ! 모두들 박수!!   짝짝짝 !!!

 

 해에 저믄 소오옹강에 ~~` 그렇게 시작하다보면 메들리가 이어지는데, 멀대 아줌니는 어디서 그렇게 편곡을 배웠나 그냥 주절 주절 잘도 나온다. 그러다가도 좀 쉴라면 얼른 야! 맥주 한잔  따라 놔? 하면 그 다음은 부우산 갈매기 ~~ 부우산 갈매기 하면 그 다음 순서는 안 봐도 안다. 배신자여~~~ 배애신자여~~ 이러니 떠벌이 아줌니나 나나 이거 어디 누굴 잡으러 가나 하는 얼굴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러다가 근처 바닷가에 도달하니 이름 난 해수욕장은 입장료 받어, 주차요금 챙기니께 어디 구석진 데 없냐 뒤져서 뒷골목 뒤지듯이 개구멍을 찾아 들어 간 후미진 동네 갯벌근처에 포장을 치고 옆집 아저씨는 무쇠솥을 턱 걸어주고 거기에다 언니는 늙은 폐계닭 대여섯마리를 고으기 시작한다. 한 너댓시간을 푹 삶아야 하니 그동안 갯벌 근처에서 조개를 잡으러 간다고 한 쪽에선 호미찾고, 벌써 둘리 아줌니는 막자언니 눈치를 보는 걸 보니 소주를 숨긴 걸 알았나 보다 했다.

 

 영태 할멈이 가만 가만 썩은 나뭇가지부터 주워오는 땔감을 뚝뚝 분질러 태우니 금방 김이 피식 피식 무쇠뚜껑에서 새어 나온다.

 

 조개 잡으면 큰 물통을 필요하니 양동이를 들고 바닷물 뜨러가는 둘리 아줌니 뒷통수에다 막자언니 큰소리로 니 금방 안오면 닭 안줄겨 한다.

 

 조금 있으니 반은 모래, 반은 뻘인  바닥이 섬이 육지가 될 정도로 깊게 빠지고 조개를 캐러 다니던 떠벌이 아줌니는 한 자루 바지락에 비단 조개에 꽤 굵은 골뱅이도 제법 잡았다. 니들은 오늘은 못 먹고 낼 아침에 국물내가지고 국시 삶아 먹고 비단조개는 모래빼내면 저녁에 닭하고 장작불에 타다 남은 거에 구어 먹으면 맛이 끝내주운다. 영은아~~ 애들 데리고 얼능  이리와 봐봐? 

 

 조개가 모두 입벌려 픽픽 물 쏘아대는 걸 보던 울아들 괜히 손집어 넣었다가 콱 물려 으앙앙 조개가 내 손가락 안놔 줘 하며 뛰어다니니 막자언니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더니 쏙 빼준다.

그니께 조개 성질 난거 왜 건드려... 호호 불어준다. 영은이가 옆에서 눈빛이 반짝 거리고 있다, 그러다 저녁이 들어오고 여름저녁 해는 바다밑에 푹 담궈 질 무렵에 드디어 무쇠솥 뚜껑이 열리고 밑에 깔아놨던 닭발을 건져 양념을 하고  흐물 흐물 해진 뼈다귀부터 먹어야 제맛이라면서 멀대 아줌니가 한 소리를 하니 그제야 닭다리 하나 빨리 줘? 왜 또 그 배신자 부를려고? 아아니~~ 

 

 멀대 아줌니 이름이 혹시 배신자 아녀? 했더니 길길히 뛴다. 자기이름은 고상하다고 한다. 무신 고생? 떠벌이 아줌니가 되물으니 고생이 아니고 고상하다 그거여..울 엄니가 한 삼개월 고른 건디.. 그니께 이름이 뭐여? 숙희! 노숙희! 따라해 봐? 한다. 노시키? 뭐? 아이고 그게 아니고 시키가 아니고 숙희. 그러니 모두 다 시키씨~~~  이러니 멀대 아줌니 그래도 내 이름은  고상하다고 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지고 어찌하다 보니 자정을 넘어 모두 포장을 친 돗자리에서 차안에서  잠이드니 주변이 조용했다. 그 때 알았다. 옆에 해송이 몇백그루 살고 있는 것을.

 

그 해송 숲에서 올려 다 본 밤하늘에 별이 강처럼 희게 흐르고, 새도 잠들어 가고 있는 그 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여름의 피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