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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BY 은하수 2006-07-12

어제 조그만 소포를 한개 받았다.

꼭꼭 싸맨 테이프를 가위로 자르고 열어보니

멸치 두봉지, 영양크림 1개, 흰색, 분홍색 티셔츠, 연보라색 진쟈켓,

파카만년필, 엠피쓰리가 내장된 중국산 파나소닉 씨디피,

영어로 배우는 아이들 수학교재 씨디(기하, 대수학, 등등)셋트 등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 뭐가 들었을까 잔뜩 기대하며 들여다 보더니

칫, 우리거는 없네... 한다.

이거 씨디가 니네 거야... 할머니가 니네들 공부 하라고 보내셨네...

수긍은 하지만 조금 아쉬운 표정들을 지우지 못하고 방으로 간다.

 

친정집에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다.

뭘 그리 바리바리 싸서 보냈수...

방학때 보면 줄까 했는데 멸치가 생겨서 같이 보냈다...

미국갈 때 여행경비도 못 드렸는데 황망스럽넹...

괘안타... 느그만 잘 살면 된다... 애들하고...

그래요... 그게 보태 주는 거징...

그래... 저녁밥 해서 묵으야징...

예... 안녕히 계셩...

 

있으나 없으나 똑 같은 것들...

사실 먹는게 더 좋은데...

장아찌 반찬, 각종 조림, 시골콩, 잡곡, 양념 이런 것들 말이다.

간만에 친정집에서 날아온 소포치곤 영양 실조야...

흥.. 이정도 보내 주는 것도 오감할 노릇이지... 지가 내게 해준 게 뭐 있냐고... 어미된 죄로

내가 이만큼 베풀어야지...

 

소포

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다.

자기가 갖고 싶은 것과 정반대로 올 때도 있다.

뭘 보내달라고 주문하면 되지 않냐구??

흥!! 뒷감당을 어찌 하라구... 

소포에 뭣이 들었든 감사하게 받아들고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맘에 들든 들지 않든 그것이 너의 소포이기에...

 

운명

이란 것도 그래.

신이 너에게 보낸 네 소포임을 명심하고

맘에 들든 들지 않든 그놈을

기꺼운 맘으로 받들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