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마트엘 간것 같다. 이것저것 살것은 왜그리도 많은지
주말에 갈껄, 그럼 남편이라도 대동해서 포터해달라고 할일이었는데...
트렁크에서 짐을 다 끄집어 내서는 주차장앞 벤취에 털썩 주저 앉았다.
\'휴우~~~~\'
시장가방을 뒤져 시원한 음료수 하나를 꺼내 마신다.
한번도 쉬지않고 꿀꺽 꿀꺽 잘도넘기는 이 솜씨...고개를 뒤로 젖혀 넘기고 있는데
눈앞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나무가 서있다.
\'어머 저 나무도 정원수로 쓰는거구나...\'
어릴적 보아온 나무이긴 한데 저건 분명 내생각에 산에 꽁꽁 숨어 있으면서 우리를 유혹하는 꽃으로만 알고 있고 무시무시한 나무라고 들었는데..
낑낑 거리고 짐을 들고들어와서는 짐을 현관 귀퉁이에 쳐박아놓고 일단 그 꽃의 정체를 알아보려 인터넷 검색을 한다.
음...\'자귀꽃\'이라 역쉬 이름또한 무시무시하군...꼭 귀신이라도 들러붙은듯한 꽃이네
햋볕 쨍쨍 내리쬐는 시골의 하교길은 지나치는 모든것이 놀이터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목덜미를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와도 같고
하늘하늘 피어있는 때이른 코스모스는 우리의 손끝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친구의 한쪽 고무신을 빌린다.
열심히 꿀을 따고있는 벌을 향해 획 낚아채선 한없이 공중돌리기를 한다.
이쯤하면 벌도 정신이 없어서 맥을 못추겠지 싶을때 땅에 내동댕이를 친다.
고무신과 함께 땅에 내동댕이 쳐진 별은 어찔어찔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다 어김없이 우리의 작은 손에 걸려들기 쉽상이다.
까르르 까르르....
\"요놈 침을 빼버리고 말테다....\"
한참 물오른 코스모스 꽃봉오리도 손끝으로 톡하고 누르면 시원하고 맑은 물이
하늘위로 튀어오른다.
그렇게 우리네 어린손의 자행을 눈물겹겨 이겨내면서 가을길목에선
우리 키보다 우뚝 웃자라 우리의 작은 쉼터가 되어주곤 했다.
어느날 우리는 멀리 산위에 피어있는 꽃을 꺽으러 가는것에 생각이 합쳐졌다.
사실 그건 엄청난 모험이고 내 성질의 것이 아니였는데
아이들이 다들 올라간다니 ...막막하니 혼자서 아이들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릴수 없어 따라올라가기로 했다.
몸에 달라붙는 각따귀며...여기저기 붙어있는 송충이들..
\"에게....이게모야....멀리서 보일때는 이뻐보이던데..... 꽃이 뭐 이래...꼭 국수같잖아....\"
그랬다 그꽃은 국수가닥을 모아서 만든 국수꽃 같았다.
\"야아......울엄마가 예전에 그러는데 그 나무 꽃 꺽으면 죽는다구 했어......\"
\"그런게 어딨어....바보...자 내가 꺽어볼테니 내가 죽나봐봐\"
\"울엄마가 그랬단말야...치이.....\"
난 친구가 한 소리가 계속 맘에 걸려서 차마 그 꽃을 꺽을 수가 없었다.
\"그럼 우리 내일 아침에 학교가는 길에 보자 간밤에 누가 죽었는지....\"
그 꽃은 예상보다 그리 이쁘지 않았고 산을 내려오는 도중에 다 시들어서
축늘어진게 볼품이 없었다.
\"에이....이거 그냥 또랑에 버려야 겠다...\"
아이들은 하나둘 또랑에 꽃을 버리고 집으로 달음박질 쳐 들어갔다.
그 다음날 그 아이들이 무사히 학교에 나타났으니 죽기는 커녕 생생하기만 한데
역시 엄마들는 거짓말 쟁이였던거다.
그 어린시절 나와 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꽃을 꺽던아이
머리도 길게 늘어뜨려서 마냥 이쁘기만 했던 그 아이
그일이 하나의 복선이 되고 말았나.....
꽃을 꺽던 그 일 이후 몇년이 지난 어느추운겨울 그 꽃을 꺽었던 근처에서
사고로 우리와 맘을 공유할수 없는 먼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꼭 그 꽃이여서 그랬다기 보다는
몇십년을 잊고 살았던 그 어린시절의 추억을 잠시나마 떠올려주는 자귀나무꽃이었다.
아마도 그 꽃은 지금도 그자리에서 매년 피어나고 있을것이다 키를 조금 달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