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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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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고 있는 피 (3)


BY 풀향기 2006-07-04

친구는 결혼 할 남자를 선 보였다.
지방에서 올라 와 번듯한 직장 구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내노라 하던 큰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던 친구는 그곳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이 독립을 했다며 함께 비원 앞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였다.

일부러 한가한 시간을 찾아 가게 된 우리를 위해 ‘함박 스테이크’를 만들어 내 주던 그 남자의 눈이 얼마나 이쁘던지 (짙은 속눈썹에 눈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친구에게 좋은 사람이겠다며 축하를 해 주었다.

그렇게 눈이 이쁜 남자와 마음이 순한 친구는 부부가 되었다.

아이 둘을 낳아 살면서도 부부싸움 하고 속 상해 늦은 시간에 찾아 간 내 앞에서 그 남자는 제 아내인 내 친구를 어찌나 살뜰하게 챙기는지 미워죽겠다 투덜대면서도 이쁜 부부에 기분은 풀어져 돌아오곤 했었다.

그런 중에 가족을 두고 그 남자는 암에 붙들려 세상을 떠났다.

친구는 혼자서 힘겹게 음식점을 운영하며 아이들 키워 놓더니 어느날 빨간 상의에 활짝 웃는 화사한 얼굴의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앞에 세워놓고 아이 둘을 남겨둔 채 동백꽃처럼 툭 떨어져 남편 곁으로 떠나갔다.

문화센타의 엄마들과 호숫가에 있는 음식점엘 갔다.
하얀 까운을 입은 속눈썹이 짙고 눈이 생글생글 웃는 요리사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더니 조심스럽게 내게 와 “이모!” 라며 어릴 때처럼 나를 불렀다.

가슴이 출렁 소리를 냈다.
떠난 친구의 아들이었다.

“제 부모이고 내 친구 부부였던 그들의 피가 그 아이의 몸에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