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어제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와선
\" 엄마, 이 책 좀 봐.\" 하는데 무척 두껍다. 전화번호부보다 더 두껍다.
그리고 또 엄청 무겁다.
행정학책이다. 요즘 방학 특강으로 시험대비 행정학을 듣는다.
\"어구, 우리딸, 이 무거운걸 어찌 들구 다니누?\" 했더니
\"엉, 괜찮아\" 하면서 아주 씩씩하게 말한다.
씩씩?
작년 여름엔 강원도로 농활갔다가 오는길에 엄마가 좋아한다고
옥수수를 한자루를 사왔다. 50개가 들어있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부터 지하철 타고 오는데
그 계단 오르락내리락 옥수수 한자루들고, 여행용 큰가방까지 끌고 온 용감무쌍한 아이다.
같은 동아리 학생들 뿐 아니라 지하철 승객들도 다 한마디씩 하더랜다. ㅎㅎ
이 아인 얼굴은 아빠쪽을 닮았는데 성격은 꼭 나를 닮았다고 남편은 늘 흉본다.
성질 더러운건 다 나를 닮았단다.
맞다. 가끔씩 나도 속으로 놀랄때가 많다.
내마음과, 혹은 내 어릴적과 너무 흡사하게 닮은걸 느꼈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 예로 중학교때 수학여행 다녀온 기행문을 쓴다고 하더니
다 쓴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오, 마이 갓\"
만약에 내가 쓴다면 나는 어떻게 시작하여 어떻게 쓸텐데하고
내가 생각했던대로 똑같이 써온 것이었다. 중학교 2학년짜리가.
어휘구사까지 내 생각과 똑같이.
욕심 또한 한욕심한다. 예전의 나처럼 부모에 대한 불만도 많다.
그래도 내 부모보다 자기 부모가 몇배나 훨씬 나은데도 말이다. 속으로만 궁시렁댄다.
자기 욕심에 겨워 자신을 학대할까봐 노심초사다.
고등학교때 특목고에가서 실력이 오르지 않자 자기 손목까지 그은 똥배짱이다.
\"잘났어, 정말\" 역시 속으로만 궁시렁 궁시렁.
자식키우는게 정말 치사할때가 많다. 우리 아버지 말씀 그대로이다.
예전 어른들이 \"너하고 똑같은 자식 한번 낳아 키워봐라\" 하는 말이 엄청 큰 욕이란걸
경험자들은 다 알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고달프다. 어영부영 대학생활 하다가 \'이구백\'신세가 될테니까 말이다.
\'이구백\' --이십대의 90%가 백수.
\'십장생\'-- 십대도 장차 백수 생각해야. 라는 신조어가 또 떴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에 이은 신조어다.
그래도 작년 여름엔 농활도 가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더니
올핸 토익 듣고 특강 듣느라 한 여름에도 바쁘다.
빨리 경제가 풀려 일자리가 많아져야 할텐데.
미래를 좀더 밝게 전망할수있는 사회가 빨리 와야 할텐데.
이 아이의 시대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제발
내 삶은 닮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