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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에 눌려 귀신을 보다 \'납량특집\'


BY 불토끼 2006-06-30


“이 집 새댁도 여기서 3년 살다가 집사서 이사나갔다우.
좋은 일만 생기는 집이지.”

내가 홍은동 명지대 근처에서 1년 남짓 살다가
연희동으로 이사할 때였다.
넉넉하고 펑퍼짐하게 생긴 주인 아줌마가
입에 웃음을 띄우고는 그렇게 말했다.

당시 나는 집터에 대해 따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직장생활 1년에 모아둔 돈도 별로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으스스한 홍은동 집에서
빨리 이사를 나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전에 살던 새댁이 잘돼서 나갔다니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게다가 여기는 연희동이 아닌가?
그 터좋다는 연세대 북문 뒤편,
대통령들이 줄줄이 산다는 연희2동 2층 양옥집이었다.

나는 이 집을 누가 채어갈까봐 후다닥 근처의 은행에서 돈을 출금해서
계약금을 지불하고 8번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서 나는
서울올라와 그간 반지하방에 사는 동안 귀신에 시달렸던 생각이 들면서
제발 이 집에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빌었다.



내가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온 것은 1992년 여름 끝무렵,
그러니까 대학 4학년 여름방학때였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위해 뭔가 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마땅히 지낼 곳도 없어
금촌에 살고 있는 사촌 언니집에서 얹혀 살면서 학원을 다녔다.

당시 사촌언니는 강원도 남자와 결혼하여 금촌에 둥지를 틀었는데
 4층짜리 연립주택의 반지하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16평이라 언니 내외와 딸, 그리고 내가 살기엔 좀 비좁았지만
학원을 다니는 동안만 신세를 지기로 하고
하숙비 명목으로 한달에 20만원씩을 건넸었다.

 첫 한 달간은 아무 일이 없었는데
한 달이 지난 어느날 밤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엔 귀신이라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지라
좀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 귀신이란 것이 사람해꼬지하는 귀신이 아니라
아기귀신이어서 별로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번만 본 것도 아니고
처음 귀신이 보이기 시작하자 거의 밤마다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문쪽으로 하고 잠이 들면
아기귀신 두세 명이 이 양쪽 벽 위쪽 모서리에 붕붕 떠서
(흡사 천사처럼)
아주 시끄럽게 조잘거렸다.
그러다 심심하면 잠자고 있는 내 머리맡으로 내려와
또 시끄럽게 조잘거렸다.
나는 아기귀신들이라 공포심이 없었으므로
잠자는 도중에도 ‘조용히햇!’ 하고 소리를 쳤다.
그러면 그것들이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시끄럽게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이런식의 꿈같기도 하고 생시같기도 한 현상이
거의 한 달 내내 이어졌다.


나는 사촌언니에겐 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 집에도 아기가 있었으므로
혹시나 언니가 불안해 할까해서였다.

그 이후 나는 무난히 취직을 하게 되었고
명지대 근처 홍은동으로 이사를 하였다.
가진 돈이 별로 없었으므로
이번에도 연립주택의 반지하 잠만 자는 방을 구하게 되었다.


이 집의 가족사항은

집주인 아줌마,
국민학교 5학년, 6학년 연년생 아들 둘,
이렇게 셋이었다.

너무 말라서 약간 히스테릭하게 보이는,
전형적인 서울내기였던 아줌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는데
가끔씩 집에서 찬송가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간밤에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이상한 소리같은 걸 지르며 기도하기도 했다.


아줌마는 아이들 교육에 아주 엄하여
아이들이 콜라나 햄버거, 과자 등의 군것질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한 번은 큰애 가방에서 콜라가 나왔는데
그걸 알고 아이를 어찌나 두들겨 잡던지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어쨌든 내가 그 집에서 귀신을 본 것은
서너 번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도 이사들어간 초기에 본 것이 아니라
반 년 넘게 살고난 이후였다.

하루는 곤하게 잠이 들었는데
부엌 옆에 있는 보일러실에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보일러실 문이 ‘끼익’하고 열리는 꿈을 꾸었다.

그 문이 열리고 어른 귀신이 셋이
내 방쪽으로 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저벅...

나는 그들이 오기 전에 빨리
내 방 문을 잠궈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손가락하나 움직여주질 않았다.
아주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귀신들은 보일러실을 나와 부엌을 지나
내 방에 들어왔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짐짓 눈을 감고 있는데
검은 옷을 입은 귀신들이
하나는 내 머리맡에
하나는 내 몸통쪽에
다른 하나는 내 발쪽에 서서
잠자는 나를 계속해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가는
다시 내 방을 나가서는
보일러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리 공포영화를 많이 보았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무서웠던 기억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온 몸의 땀구멍들이 열려 식은 땀이 줄줄 흘러
베게가 흔근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 다음날이었다.
출근을 하려고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가는데
보일러실 창문이 깨어져 있는 것이었다.
(못믿을 말 같지만 백프로 사실!이다)

나는 그 보일러실을 지나면서
다리가 어찌나 후들거리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던지...
나중에 주인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별것 아니라는 듯이
애들이 축구를 하다가 깨먹었다고 하셨다.

그럼나는 왜 그 전날 깨어진 보일러실 창문을 보지 못했을까.


그 이후에도 두어 번이나 이 귀신들이 나를 찾아와
잠자고 있는 나를 쳐다만보고 떠나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일주일을 넘게 진저리를 치며
이 집을 떠날 궁리만 만들고 있었다.

집 계약한지 1년이 지나고 아줌마가
전세금을 올려야겠다고 했을 때
나는 옳다구나하고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이사들어간 집이
그 터가 좋다는 연세대 북문근처 연희2동이었다.


그 집에선 좋은 일만 있었다.
그 집에 살면서 좋은 직장엘 다니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2번에 걸쳐 긴 장기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고
 또 남편을 만난 것도 그 집에 살면서였다.
그 집에서 귀신을 본 일이 없음은 물론이었다.


귀신이 떠오르면 몸이 오싹해진다.
그것은 귀신이 주변에 있다는 증거란다.
돌아보지말라.

혹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당신 뒤로
귀신이 당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더라고?

그러면 귀신은 당신의 어깨를 타고 앉아
당신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깨가 무거운가?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