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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希望)


BY 진주담치 2006-06-27

희망(希望).   국어사전에서 찾아본다.  민중 실용국어사전. 

어떤 일을 이루고자 또는 얻고자 바람.  좋은 일이 오기를 기대할때의 감정.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자주 질문하지.

\"너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 고.

나는 희망이 뭐였드라.   생각해본다.

아득하다.      까마득하다.

내게 희망이 있었던가?    아니, 분명 있었겠지.   욕심 많고 꿈이 많은 아이였으니.

 

중,고등학교때   난 국어 교과서에  글이  실린 저자들의 약력을  보는것을 즐겼었다.

어느 고등학교 졸업, 어느 대학교 졸업, 어느 대학교수, 무슨 상 수상......

그러나    이런것은  다  비현실적이다.

실현할수 없는 꿈을 , 희망을 갖는것은   어리석은 짓이란걸  대학 입학,졸업과 동시에

난 알아버렸다.        내겐 그런 능력이 없드라.  아니 노력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옳다.

그리고 난 내 생계를 스스로 해결해야했으므로.

 

세상엔 너무나 똑똑하고, 가정환경좋고, 잘난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10대,  20대의 희망은 그저  꿈이었다.

 

희망도  나이에 따라 변한다.

30대의 내 희망은 그저 도시근처에서 살아보는것이었다.

백화점에도 좀 걸어서 가보고  아이들도 이쁜 옷 좀 입혀서 공원에 한번 가보고 싶은 거였다.

 

그래도 그때까지만해도  언젠가는  그럴수있으리라  희망은 있었다.

젊었으므로.   내 남편의 앞날이 창창하였으므로. 

그러기위해 난 열심히 내조하고 아이들 잘 키우려고 애썼다.

어떤 고생도 난 싸워 이길수 있을것 같았다.

 

도시로 오게 되었다.  놀이 공원도 맘껏 다녔다.

이 희망이  실현되니 또 다른 희망이란 놈이 저만큼 앞서간다.

코딱지만하더라도 내집 하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이 .

그러나 정말로  그 희망도 이루어졌다.

 

어찌어찌하여  코딱지만한 내집이 생겼으므로.   신도시에.

그 집에 언젠가 들어가 살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왠 조화냐.    또 다른 희망이  하나 고개를 내밀고 유혹한다.

남편의 승진.

 

그러나  절망이었다.   거기다 내 몸도 많이 아팠다.  사람도 못 알아볼지경으로.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   나날이 절망의 연속이었다.

낙향을 심각하게 생각해야했다.    이제 우리 희망은 물건너 갔다.

2,3년 버티다 퇴직하고  시골로가서 자급자족하면서 살자고 마음 굳혀갈 즈음에.

 

딸아이가 전교 1등을 했다.   800명이 넘는 학생들중에. 그전엔 그저 우수한 정도였는데.

아, 또 다른 희망이란 놈이 유혹을 한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선 도시에서 버티어내야한다고.

연탄배달도 할 수 있을것같았다.   왜 못해?   내 자식이 1등인데.

 

내아이들 공부를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도시의 학원비가 너무 비쌌으므로.

여자는 독하다.    마음먹으면 한다. 

현실은 고달퍼도 희망이란 놈이 아직은 우리곁에 있으므로.

다른 마음은 비웠다.   아이들에게만  올인할 즈음. 

 

남편이 승진을 했다.   몇년 더 버틸수 있었다.   아이도 대학을 가고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왔다.   앞날이 희망적이었다.  아주 아주.

그런데 꼭 이럴때 복병처럼 희망이란 놈이 심술을 부린다.

저만큼 도망을 가버린 것이었다.   

내 지은죄가 뭣이길래

시지프스처럼 이놈의 희망이란  큰 돌덩이를 끊임없이 밀어 올려야 한단 말인가.

떨어진 돌덩이는 다음엔 더 멀리 밀어올려야한다.

그러면  더 먼거리로 굴러 떨어지겠지.

 

참여정부에서 집값이 떨어질것이라는 꾐에 빠져

그만 집을 팔았다.    조금 넓은 평수로 가고 싶다는 유혹에 넘어가서.

또 남편이 승진에서 탈락했다.  불행은 항상 겹쳐서 일어난다. 

머피의 법칙.  

안되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일이 안되는 방향으로 꼬여 간다는.

맞다 맞아.   언제 내편이 있었냐?   절대로 꽁짜로 되는게 없지.

2년을 마음고생하고  절망에 익숙해갈무렵.

어찌어찌 무리해서 아파트를 샀다.   이제 남편도 마음 정리하고  아이 졸업할때까지 버티자고  마음을  추스렸다.   희망이란 놈은 이제 우리에겐 없어. 

그저 흘러가자.   그래 흐르자.

 

이녀석을 팽개치려하는데 

부동산 정책이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강의 남쪽을 조이니

이곳의  아파트가격이 마구 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새발의 피다.      다른곳(강의 남쪽)에 비해.   그래도....

그러자 이 희망이란 놈이 또 서서히 유혹하며 자기를 알아달랜다.

아, 3년지나면 우리도 어디론가  또 이사갈수있을거야하는 희망이 또 생긴다.

우린 바보다.     이 희망이 어느날 심술을 부리면 절망이 될수도 있는데 끊임없이

어리석게도 꿈에 부푼다.

시지푸스는 아예 이 돌덩이를 밀어 올리지 말고 그냥 버틸수는 없었을까?

왜 헛된 노력을 끊임없이 하며  영겁의 형벌을 견디었을까?

운명이라고  해야할까?

 

10년, 아니 20년후에

내 주름잡힌 손갈퀴에 힘이 한오라기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을때 

그때 쓸쓸히, 공허하게  외치겠지.

나, 희망이란 녀석에게 사기 당했노라고.   그것도 아주 크게.

그 교활하고 욕심많은 녀석이 나를 60년, 아니 70년 동안 농락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