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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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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막자표 국수파티


BY 정자 2006-06-24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이건 그게 아니라 첩첩산중이었다.

 

다방이 폐업이 되어 가보니

식당을 할 그릇이 아니라 맨 종지보다 작은 커피잔이 전부였다.

가스도 하나만 덜렁있고, 꺼멓게 그을은 스텐주전자만 떡하니 가스렌지위에 올려져 있었다.

 

중요한 건 식탁과 의자인데 시골다방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푹신한 소파에 그것도

달랑 두 테이블만 남았고, 전 주인이 쓸만 한 것은 골라서 가져 가버렸다.

 

더 어이없는 것은 물이 안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기모터를 아예 떼어 가 버렸다.

그러니까 막자언니는 빈 껍질만 덥석 인수받은 것이다.

 

떠벌이 언니는 돌아다니면서 고개를 둘레 둘레 흔들며 혀를 끌끌 찼다 .

말은 더 팍팍 튀어나오며 어떻게 이런 가게를 놔두고 도망갔냐고 허이구, 모터 새로 달아야 물나와야 장사하는데 이거 모터값은 얼마나 하냐,,, 그릇은 얼마나 많이 사야 하냐... 가면 갈수록 골치가 아픈가 아예 밖으로 나가 버린다.

 

막자언니는 눈은 커서 송아지가 눈 껌벅거리는 속도만큼 말도 느리다. 거기다 말도 잘 하지 못하는 순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막한 것은 더 할 건데...

 

\" 영은아. 우리집에 가서 모터 떼어오자, 그리구 그릇도 있는 것 다 갖고오자?\"

\" 언니는 집에 안가? 살림을 이 쪽으로 다 옮기면 어떡해?\"

 이름처럼 언니는 무대포다. 막무가내식으로 몰아 부치는데 다섯여자들 집에서 우선 당장 밥그릇만 빼놓고 몽땅 자리 옮기고 모터달고 물 트니 콸 콸 잘 나온다. 막자언니가 물을 마시더니 이 물이 약수라고 했다. 어떻게 알어? 물 맛이 달어.. 참 내 물이 단 것도 있남? 아녀 .. 이런 물로 음식하면 디게 맛난다...그려...그럼 우린 물을 잘 만난 거여...이런 물에는 장국이나 국시가 딱이다...국수가?

 

 사실 막자언니는 우리들 중에 음식솜씨가 제일이었다. 아이를 못 낳아서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고 있는데도 혼자사는 여자의 음식솜씨가 아니었다. 내 짐작으로  어디 종가댁 맏며느리 뺨치는 수준에 맛을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햇다.

 \" 그럼우리 아예 국수 장사만 하는 겨?\'

 

 문제는 광고도 한 번 못하고 개업식은 꿈도 못 꿀일이었다.

전단지라도 한 번 돌리려고 광고집에 알아보니 그것도 비싸고, 누가 일일히 집집마다 돌리냐. 개업떡은 그냥 해주는 곳이 있냐..모두 돈이 부족하니 그림의 떡인 행사들이었다.

 

 그런데 큰 엄마가 나랑 시장에 같이 가잔다. 나와 둘을 더 포함해서 간 곳이 국수공장이었다. 다행히 그 공장은 삼십년 넘게 오로지 국수만 제조해서 파는 공장인데, 공장보다는 규모가 작고 가게와 같이 달린 방앗간이 집이었다.

 

 큰엄마와 잘 아는 공장장이 우리 애기를 듣고 국수 몇 박스를 외상으로 받아왔다.

또 시장에 가서 큰 엄마는 북어파는 집에 갔다. 북어대가리만 한포대 얼마여? 그 당시 명태껍데기는 개밥이라고 그냥 준 시절인데, 북어대가리만 따로 파는 곳은 없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상태 안 좋은 것부터 모두 ?A어 왔다.

 

 우리동네에 걸쳐져 있었던 무쇠 솥도 가게로 이동하더니, 장작을 때는데 큰 엄마는 보통 불을 다루는 게 아니었다. 가스불 일단 이단 삼단 구분하듯이 불쎄기를 조절 하는데 우리는 연신 놀랐다.

 근디..언니.. 국수 삶아 놓고 손님이 안 오면 워쩐대? 뭘 워쪄 우리끼리 먹다가 남으면 근처 어른들 모시고 개업 떡 못돌렸으니께 국수 한 그릇씩 말아드리면 되지... 돈도 안 받고? 니는 개업떡도 돈 받냐? 그러네... 그럼 지금 오시라구 할까 모두둘... 이 국시장국이 한 오십명은 되니께 얼마든지 오시라구 혀.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어디 광고비도 안나가고, 괜히 눈만 히벌죽하게 뒤집어 놓으면 뭐하냐. 입이 간사스러워서 맘도 월매나 변죽인 디. 그니께 전단지 돌리는 돈으로 동네 어른들 떡처럼 국수를 맛뵈기 한다는 거지? 그챠 언니... 떠벌이 아줌마는 눈빛이 확 틀려 졌다. 나를 끌고 어디로 가는데 아 지금 어디 가는 겨. 여기 이장을 만나야 방송을 해야 될 거 아닌가.. 근디 난 말만 하면 욕이 먼저 튀어나온 게. 특히 남정네들 보면 자동이라니께. 그려서 니가 가서 방송 한 번 때려주면 국수 두그릇 준다고 혀라.

 

 이장님은 할아버지였다. 어디서 오셨소..저기요 김막자싸롱에서 왔는디유..뭔 ~~ 롱이라...

저기유 오늘 가게 개업을 했는데...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국수도 잡수시라고 방송 좀 쪼까 빌렸으면 하는데유. 응 그려...근디 가게 이름이 뭐라고? 아! 예,,기껏 할아버지 이장님 눈에 잘 뵈이고 잘 들리라고 귀에 대고 김막자 싸롱입니다. 식당이 아니고 메롱이라고? 아녀유..그니께 김막자싸롱! 한 번 따라 해보셔유...응 응..알아 들었어.

 

 아따 소리도 우렁차다! 긍께 한 번에 다 아 불어야 된다니께. 여러소리 할 것도 없이. 방송을 듣고 한 분 두분 할머니 할아버지, 애들.. 식당 입구에 들어오는데 떠벌이 아줌마가 어서 오셔유...저기 아가씨, 총각님들... 시방 뭔소리여..아 우리집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아가씨. 총각이라고 불러드려유..와요? 별로 안 좋아요? 안 좋긴... 디게 기분이 좋네. 근디 김막자가 거기여..아..예 우리집 댓방 언니라요.

 

 국수가 나오고 잡수시는데 이상하게 말씀이 없다. 국물까지 후룩 후룩 마시는 소리는 나고 조금 더 줘 이러시는데 말씀이 없다. 어디서 식당을 하고 왔남...이장 할아버지가 묻는다. 아녀요..우덜은..이 집 잘 되겄어. 다방을 차려 동네 흐지부지 이상하게 해서 내가 못하게 했는데. 맛이 아주 좋아. 근디 나 올 때마다 총각이라고 불러 줄거지?   

 

 모두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맛잇는 국수는 처음이었다고, 배달도 되냐고. 하우스 참으로 한다고, 얘들도 좋아 하겄다고.

 

 손님 가시고 난 후에 우리는 가게가 날아 갈 정도로 환호를 해 대었다.큰 엄마는 김막자의 싸롱은 그렇게 시작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