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성관계 동의 앱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4

찌그러진 동전의 함성


BY 진주담치 2006-06-12

나이드니  불어나는 몸무게의  공포가 만만치 않게 다가왔다.

식구들 모두 한몸무게 하는 관계로 불행한 노후를 맞지 않으려고 운동과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러나 먹는 즐거움을 버리기가 차마 아까와(?)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결심하였다.    그것도 될수있으면 경제적인 방법으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가 나는것은 걷기와 등산하기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우선 좋은 운동화부터 샀다.   

운동화 하나 사면 몇백리를 걸어야 하므로   발이 불편하지 앟은 운동화가 가장 필수적이다.

 

도시에선 주차공간도 만만치 않고  밀리는 시간또한 엄청 짜증이 나므로.

가까운 마켓이나  관공서부터 걸어서.     도시민의 휴식공간인 공원도 한바퀴 걸어서.

가까운  야산 등산하기를 했다.     

색깔별로 모자 갖춰놓고(그래도 옷색깔과 어느정도 조화를 이뤄야하므로.  시간이 지나니 저절로 많아졌다.)      

라디오가 딸린 핸폰까지 갖추고.

 

대한민국 어디든지 걸어서 갈수있게 준비태세 완벽히.ㅎㅎ

 

새벽에 남편과 함께 산을 넘어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아왔다.   성공!!

저녁에도 아이들 학원에  가 있는 시간에  도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성공!!.

\"마사이족처럼 걸어라\"    

유행어를  우리도 읍조리며  도시의 이곳 저곳을 활보하고 다녔다.

부부간의 대화도 더 많아지고 일석이조더라.

 

핸폰의 라디오 이어폰을   둘이 같이 들어야하니 닭살커플이  안될수가 없더군.

라디오는 내 핸폰만 가능했으므로.

 

 

그런데 짭짤한 부수입까지 생기는것이었다.

저녁 학교옆을 지날때면 칠칠치못한 아이들이 흘린   동전줍기.

새벽 산책길엔 밤사이  취객들이 흘린 지폐 한장.

 

앗싸!!!!

 

10원,50원,100원, 500원짜리 동전들.   1000원짜리 지폐.

평상시엔 얼마나 구박받던 존재인가. 

 

그런 구박댕이들이 나에겐 얼마나 큰 즐거움과 기쁨을 주던지.

님들도 한번 상상을 해보라.ㅎㅎ

지갑도 몇번 주워 경찰서에 갖다 주었다.   신분증이 있었으므로.

복많이 받을거라는 덕담도 지갑주인에게 들었다.

 

 

그러다 가   찻길가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일이 많아졌는데

 

아,   그 가여운 10원짜리, 50원짜리   동전들의 모습.

 

차바퀴들에  들이받히고,  밟혀서,  찌그러지고 온 몸에 상처투성이로  나뒹굴던 그 모습.

형체도  겨우  알아볼 정도였으니  상상이 갈것이다.

누구하나 애정을 기울이며  돌봄을 받지도  못하고  무시당하며 살다가

이젠 거리에  내팽개쳐진 그 모습.     아이들도 귀찮아 관심도 없는 그 가여움.

 

난 소중하게 주워와서 깨끗이 씻고 닦아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 이 동전 좀 보거라. 가엽지?\"

 

아이들도 보고 놀라면서 불쌍하단다.

\"불쌍한 10원짜리.\"

 

 

 

그 동전에서 우리, 나의 인생도 대입해 생각해본다.

 

꿈가득  안고 세상의 무대에 선  우리.     지연에 밀리고, 학연에 밀리고,   학력에 밀리고,

돈에 밀리고,    실력에 밀리고,   꼼수에 밀리고,  아부에 밀리고.

 

이제 늙어 단물 다 빨린채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이가 아닌 우리네 인생들을.

박재가 되어버린 천재들.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   하찮아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버려진 동전처럼 가여운  이웃들.

경쟁에 밀려 낙담한채 세상을 원망하고 살아가는 많은 아버지들.

생활고로 가족들에게마저도 외면받는  늙은 부모. 어린 아이들.

 

그들의 함성이 들리는지.   님들은.

 

찌그러진 동전에서 난 그들의 함성을 듣는다.

 

 

 

어제 저녁에도 다 찌그러져 형체를 겨우 알아볼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주웠다. 

삶의 경쟁에서   밀려난   우리의  초라함과

고통에 일그러진     이웃의  신음소릴 가슴에 또 하나   간직한다.

 

 

그들 모두가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