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안양천을 따라 뻗어 있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에서 둑이 높아 보이지 않는
둑 저편이 궁금하곤 했다
둑 위로 꽃들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더욱 저편의 풍경이 궁금해지곤 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그 천변에 있는 이대목동병원으로 문상 갈 일이 생긴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문상을 마치고 집으로 간 것이 아니라
길을 건넜다
둔치로 향하는 경사진 길을 오르니
궁금해하던 저쪽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규모나 수량이 내가 사는 동네 하천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산책길이 오로지 단순하게 물 가장자리를 따라 뚫린 게 아니라
둑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 몇 갈래로 갈라진다
더구나 규모는 큰 데도
그곳을 이용하는 인간은 아주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풀들이 무성히 자란 그 길을 걷노라니
주위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일제히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불빛 아래 곧게 뻗은 길은 붉게 살아난다
하루살이도 무리를 지어 불빛 아래서 군무의 향연을 벌인다
불빛 받아 살아나기 시작한 그 길을 걷노라니
둑 위로 향한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올라 벚나무 터널로 이루어진 둑의 가장 높은 부분에
자리잡은 산책로에 이른다
벚나무 터널로 이루어진 그 길은 휘어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홀린 듯 끝을 향해 발을 옮긴다
달빛 받아 만개한 노란 달맞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개망초의 흰꽃들,,,,
애잔하게 가슴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코 끝이 싸하다
아,,,,, 사그라들 줄 모르는 이 감성이 때로는 버겁다
둑 모서리를 하염없이 걸으며 둑의 이쪽과 저쪽을 쳐다본다
한쪽은 도로를 질주하는 차의 소음, 건물들의 화려한 불빛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불안한 조급함이 느껴진다
다른 한쪽은 달빛 아래 불빛 아래 수줍은 듯
자태를 드러내는 꽃들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에게서
안정적인 느긋함을 본다
이렇듯 경계에 서서
분주함과 한가로움
치열함과 평화로움
조급함과 느긋함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러면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내려 서지 못하고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