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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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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 강아지 \'백두산\'


BY 그린플라워 2006-06-05

사십팔년간 사시던 도회지를 벗어나 조상들께서 사시던 집으로 이사가신 부모님.

적적하실까봐 이웃집에서 기르던 강아지 한마리를 데려오시게 되었다.

주인 내외가 일 다니는 집에서 살던 강아지라 제때 밥도 못 얻어먹어서 아주 자그마했다.

초라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두상은 아주 영리해 보였다.

친정집은 몇백년된 고가를 새로 복원을 하고 이사를 가셨으므로

사람들이 집구경도 할겸 끊이지 않고 드나드는 집이라 늘 먹을 것이 풍성하다.

덕분에 그 왜소한 강아지는 날이 갈수록 몰라보게 커져 갔다.

얼마나 영리한지 애들이 놀러가서 동네 한바퀴를 돌라치면 애들을 따라가다가

갈림길을 만나면 내가 어느 길로 들어서는지 확인을 한 후에야 애들이 간 곳으로 따라가곤 했다.

이제 친정집에 온지 팔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제법 큰 개로 자라

며칠을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었단다.

부모님께서는 걱정이 되어서 사방으로 찾아다니셨는데

다른 동네에 암강아지를 발견하고 그 집에서 머문 것이었단다.

가보니 자그마한 암강아지가 작은 제 집을 내어주어 백두산이는 그것도 집이라고

머리만 집어 넣고 몸뚱이는 밖에 두고 여자친구와 자더라고 하셨다.

그게 꼴 사나워 아예 묶어 뒀더니 줄을 끊고 달아나 여자친구를 데려왔는데

사료만 먹고 사는 여자친구에게

밥 때가 되어 지 밥을 갖다 주면 여자친구부터 먹이고 여자친구가 다 먹고 나면 대궁밥을 먹는다고 한다.

둘이 하는 짓이 하도 희한하여 온동네에 이야깃거리가 되었단다.

그 기특한 넘을 위해 난 부모님께 가는 동생편에 한우사골뼈를 한뭉치 싸서 보냈다.

 

동물은 먹이를 낚아챌 때나 사랑을 할 때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무슨 일을 하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돌아보는 세월이 회한으로 점철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