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부터 고양이가 마실 나가기를 즐겨 하기 시작했다
마실을 나가게 된 동기는
베란다에서 하염없이 밖을 쳐다보는 그 모습이
얼마나 처연하고 고독해 보이는지
맘이 보통 싸한 게 아니었는데
고양이를 향한 맘이 나보다 여린 남편
나갔다 잃어버리면 어떡하냐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마실을 허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이놈이 주인을 닮아 똑똑한지
문을 열어주면 슬며시 나가
처음에는 십여 분만에 들어오더니만
점점 그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때부터인가는
한시간이 넘어가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그럴 때는 밖으로 찾으러 나가 이름을 부르면
어디선가 \"야-아-옹\"하며
그 어여쁜 자태를 드러낸다
들어오면 꼭 신고를 한다
길게 그리고 가냘프게
\"야-아-오-옹\"이라고
그리곤 고양이 본인이가장 좋아하는 큰애한테로
가 옆에 살짝 그몸을 눕힌다
고단한 듯,,,,,
사건이 터진 날은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무언가 흰 물체가 슬그머니 지나가는 것 같아
뒤돌아보니 고양이 꼬리가 큰애 방으로 사라진다
출타한 고양이가 들어온 모양인데
다른 날에 비해 나갔다 들어온 시간도 짧고
그 특유의 신고식도 하지 않아
어쩐 일이냐 하며 가보니
이 놈이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는 것 아닌가
깜짝 놀라 공포에 눌려 있는 놈을 달래 살펴보니
뒷다리네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것 아닌가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밖에 나갔다가 길고양이와 맞닥들였나 보다
이 놈의 순둥이 반항 한번 못하고 당하고 온 게 분명했다
아이들이 어떤 놈이 우리 고양이를 이렇게 하며
씩씩거리고 밖으로 나간다
들어오더니 하는 말
화단에 커다란 길고양이가 포부도 당당하게 떡 버티고 앉아 있더란다
순간 소름이 쫙 끼치더라나
그래 한번 때려주지도 못하고 그냥 들어왔다 해서
한성질(?)하는 내가 벌떡 일어나 나가보니 다행이 없더라구,,,,,ㅎㅎ
어찌 되었던
소독해주고 연고를 발라주었건만
다음날 보니 우리 순둥이 열이 펄펄 난다
다음날이 하필 일요일이라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문을 연 동물병원 찾아
주사 두 대나 맞고 약 타오고 수선을 피웠다
이제 상처는 아물었지만
물렸던 그 자리, 땜통이 나 털이 자라지 않아
수모(?)의 상처로 자리잡고 있다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순둥이 고양이
한동안 마실할 생각이 없는 듯하더니
요즘 들어 또 고독하게 베란다에서 밖을 쳐다보더니만
다시 밖으로 나가겠다 열심히 열심히 의사 표시한다
의사표시 어떻게 하냐구
눈 마주치고 야-아-옹 가냘프게 소리내고
다리에 와서 자기 몸 비비고
현관으로 나가 오두카니 앉는다
아,,,, 고민이다
고양이의 마실을 허하느냐 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