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입니다.
유월은 여름을 시작하는 관문 이기도 하고
초록과 초록이 애무를 하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외로운 킬리만자로 표범.제 큰 아들이 첫 출근 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십분거리에 위치한 아들의 직장으로 저까지 서둘러 나섰습니다
버스가 하루에 두번 오는 바닷가를 향해 활기차게 시동을 걸고
아파트 앞 도로보다 더 한적한 뒷도로를 타기로 했습니다
유월 첫날 ..
첫 출근길..
아들의 분홍 니트 안에서 반짝이는 은목걸이가
유월의 햇살이 통통 거리며 장난을 겁니다.
바닷가로 가는 한적한 시골길은 풋풋한 풀향으로 그득 했습니다
키 큰 잡초 사이로 때을 잊은 나비 한마리가 나폴나폴 춤을추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이
신선한 유월의 아침 들판에 활기를 불어넣어줍니다
초록색 들판을 한참을 지나고 도랑물이 흐르는 작은 다리를 지나자
정겨운 시골 마을에서는 개짖는 소리와 농기계 소리가
늦잠자는 까치를 깨웠는지 까치 한 마리가 아슬아슬 하게
우리 차를 비켜 가기도 합니다.
도로앞..빨간 스레트 촌집은
뒷산 에서 휘여진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집 담장에는 넝쿨장미가 탐스럽게 피어 있었습니다.
한적한 시골 주유소도 지나가고 전날 이름모를 남녀가
은밀한 사랑을 했을 모텔 앞도 지나가고
또하나의 시골 마을을 지나가니 승마장이 나오네요
승마장 안에서는 윤기 흐르는 검은말과 갈색말이.
모래위에 아예 드러누워 배를 보이고 유월의 아침햇살을 맘껏 쪼입니다
그옆에 들꽃들이 샐쭉하니 시샘을 하기도 하는군요.
승마장 을 지나 좌회전을 하니 유월의 바다가 해송사이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은가루를 뿌린듯 반짝이는 유월의 바다는 보드라운 융단 같기도 했고
다시 보니 푸른 초원 같기도해서 \"저바다에 누워\"란 노래말이 생각났지요.
아들의 첫 직장이 바다를 배경으로 8만평의 대지위에 우뚝 서있었습니다
아들을 내려주고 이번에는 반대 쪽길로 차를 돌렸어요
곧 인파들로 성가실 해수욕장 앞에서 또 좌외전을 하니.
그림 같은 카페 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꽃\" 시골풍경\"등등.그리고 옆에는 미니 골프장 입구가 보이네요.
빽 미러로 뒤를 보니 융단 같고 푸른 초원 같은 바다는
나를 따라오려다가 유월에 햇살에 멈칫하다
그만 나를 놓쳐 버렸군요.
융단같은 잔잔한 바다는 점점 멀어지고
차한대 겨우 지나가는 지름길로 들어가니
모내기를 막 끝낸 논 들이 펼쳐집니다.
물들이 그득그득 찬 논에는 연두색 어린모들이 해풍에 살랑 댑니다.
왼쪽 밭에는 소박한 감자 꽃이 피어있군요..
감자 꽃을 보니 양은 그릇바닥에 못구멍을 내서 만든 강판에
박박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주신 내 어머니가 잠시 그리워졌지 뭐여요
감자 밭을 지나고 양 배추 밭도 지나다보니
에쿠..자전거 탄 할아버지가 뒤 따라오는 내 차가 불안한지
자꾸 뒤돌아 보십니다.
옆으로 살짝 비켜주시는 할아버지 곁을 살며시 지나서
맞은편에서 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트럭 아저씨에게 손을 들어주고 살짝 비켜가다가 들꽃을 밟은것 같네요.
들꽃의 작은 비명이 들리는것 같아 미안해서 얼릉 지나가버렸지요
스피커에서는 여전히 통통 튀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음악이 때마춰 나오는군요
핸들 위에 마디 굵은 주름진 내 손이 음을 탑니다
내 어깨도 리듬에 마춰 양쪽으로 흔들리고
내 펑버짐한 궁뎅이는 들썩들썩 덩달아 리듬을 타네요
오래된 자동차라 그런지 며느리 방구끼는 듯한 삐그덕 소리가
흥을 더해줍니다.
앞서가는 스포츠카 한대가 마주오던 차에게 길을 양보 하려고
길가로 바짝 차를 부치네요
아슬아슬 봉고차가 지나가고 멋진 스포츠카는 느릿느릿
시골 길을 걷듯히 가고 있네요.
스포츠카를 모는 반 대머리 할아버지도
유월의 첫날 들판을 여유롭게 지나갑니다.
멀리 있던 아파트들이 가까와 졌습니다.
로타리를 지나기전.
오일장이 열리는 흥해장은 내일이 장날이라 한산 하군요.
내일은 이시간 이자리에는 양파며 햇마늘이 가득 차겠지요.
우체국이 있는 좁은골목을 지나다보니
지역 유지가 산다는 꽤 잘지은 주택 담장에
백장미가 나를 우아하게 넘겨다 봅니다.
유월의 해풍을 물씬안고 지나가는 내가 궁금했나보군요.
드디어.
20년 다된 낡은 우리 아파트가 보여요
30대와 40대를 같이 보내는 아파트 담장에 붉은 물감을 뿌린듯한
넝쿨 장미가 매우 고혹적 이여요
넝쿨 장미만 보면 아직도 소녀 처럼 가슴이 울렁 거리는건
여성 호르몬이 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일까요..
유월의 첫날 입니다.
유월의 첫날.
유월의 초록향을 엣세이방 여러분께 나누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