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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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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어 고생을 덤으로 했던 시절


BY 혜진엄마 2006-06-01

여자 많이 배워봤자
인물 잘난 년   못 당하고

 

제 아무리 인물 좋은 년이라도
팔자 좋은 년 못 당하느니라  ㅎㅎ ...어디서 주워들었다

 

난  세 가지 중 어느 것 한가지에도  해당사항 무.


나 같이 여러 가지 고루 갖춘 못난이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남편과 살던 그 여자에게조차
말못할 수모를 당하고도   대꾸조차 못해본
바보요 쑥맥 이었으니까  말해 뭣하리

 

내가 아이들과  남편의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차일피일 죽지 못해 머무르던 중  ( 사실 돈도 없고 아이가 너무 어려서)
하루는 아침 일찍 남편과 그 여자가 산다는 집을 찾아갔었다

 

등에는 2개월 된 아이를 업고  갔다  남편과 그 여자가 산다는 소리 듣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 본것이다


봄이었지 싶다

 

마당에 들어서니
당시 귀한 야쿠르트를  배달시켜 둘이서
쪽쪽 빨며 웃는 모습이  활짝 열려진  방문을 통해  다 보였다

 

난 쌀도 없고 연탄도 안집에서 빌려 때는 판에
저 들은  저 비싼 걸 배달시켜 희희낙락하며  처먹고 있는 걸 보니


눈에서 불이  나고 속에선  울렁증이 솟아  다리가 벌벌 떨렸다

하지만 평소 말을 해봤어야 말도 하고
남편의 사랑도 받아 봤어야  배신에 치를 떨던가 기고 만장이나 해보던가 하지  


그저 얻어 먹으러온  거지 마냥
쭈뼛거리고만 있으려니   남편이 먼저 소리친다

 

\"왜 왔어!  집구석에 처 박혀있지!
그때 내가 뭐라고 남편에게  쫑알거렸던가보다   한번용을 쓰고
꿈틀 거렸나 보다


그러자
갑자기 남편의 사랑하는 그 여자가  내게 확 달려들며
내 머리채를 쥐고 흔들어대더니 욕을 퍼붓는데

ㅎㅎ 뭐라고 했냐면


\"이 못생긴 년아  니가 잘한게  뭐냐  응
남편을 잘 보살폈어!  뭘했기에  여기에 찾아와! 병신같은 년 아 !

 

그 여자는  그때 읍에서 잘나가던  요정에 접대부 였었는데
남편 사업이 잘 될 때 목돈 쥐어주지  

물고 빨고 귀히 여겨주니 그만 폭 빠져서설랑  

 

지가 원래 목표한 접대부 생활의 의미를 빨리 잡았다고  믿어 마지않았으리 ..

 

(그 후 십 여 년을 애들 아비에게 두들겨 맞고 바람피우는 현장 잡으러 다니다가 지쳐 헤어짐.   헤어지면서  큰동서 통해 네게 용서를 구한다고 메시지 보냄.진심으로 뉘우치더라는 후문 들었음..  그 날 이후 고질병이던 내 위장병이 말끔히 나았기에 지금도 신기해 하는 중..)

 

여하튼  나한테 욕과 손찌검을 해대니 등에 업힌
아기가 울더라  

애기울음 소리에 손은 놓은  그 여자


이번엔 멍하니 있는 남편에게  화풀이 한다 
\"이 자식아 어찌 여자가 없으면  저렇게 못 생긴 년을
데불고 살았었냐  아이 구 쯧쯧,,

 

못생겨서 수모 당하는 나 보다
못난 여자 델꼬 살아왔던 지 남자 생각에 속이 더 터져 고통스러워 하던 그여자

모습......

 

그 후로도  한번인가 더 나에게 와서 지 남편 괴롭게 한다고
아이 업은 날 쥐어 패고 높은 신발 신은 발로 짓 밟고 ..적반하장이란

말이 무색할지경 ..


충북 제천여자인데  고등학교까지 나왔으니  아마 이글을 볼지도 몰라
제발 봤으면 ..

 

난 남편이 날 버리고 갔다고  그리 오래 미워 하지 않았었다 

내가 못났으니까  뭐.. 하는  자책으로   내 마음의 병을 키우기만 했을 뿐..

 

그런데 


헤어지고  시설에서  아이들과 함께  3년 반 동안을 죽지 않을 만큼
중노동에 시달려서 겨우 아이둘  집에 두고 일나갈 수 있을 만큼 키워 데리고 나왔더니
걸핏하면  찾아와 돈을 빌려 달랜다

 

소문에 내가 서울에서 살며 큰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나 
시설에서 손톱이 빠지도록 일해봐야  보수는 눈물나게 적다
난 단지 핏덩이 아이와  네 살짜리 두 아이를 키우려고 들어갔지  돈은 무슨...

 

ㅎㅎ 지금은 구미호도 되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터라
완벽한? 사람구실을 하지만
2 십 년 전만 해도  못난 얼굴에 알맞게 하는 짓도 못난 짓만 골라했다


남편에게만 한해서  말이다

 

남편이 한밤중에 찾아와  우리 식구와 살아줄 것처럼 행동하고  사정이 딱하다고 징징댈라치면
피같은 돈을 냉큼 꺼내주고 만다

 

세상에 남자가 그뿐이랴
당시 내 생각엔  기왕지사 아이들 아버지니  그 남자와 살아야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에  그런 파렴치를 거둬줬겠지


또 속담 좋아하는 난


죽을 때 되면 조강지처에게 돌아온다
남자는 조강지처 버리면 패가 망신한다
언제고 돌아오게 돼있다  등등 ..


이런 말 같지 않은  소리에  귀가 솔깃해서

 마음을 단단히 묶으려 했으니    바~~보

 

빈혈로 쓰러지고  일터에서 차별 받고
임금을 착취당하고  집에 두고 온 어린 것 둘 걱정에
뱃속 창자조차 바싹 매달려 살았던 긴장의 나날들 ..

 

혹독한 노동으로  내 몸과 정신은 지쳐가고  아이들에게 돈은 자꾸 들어가는데
또 여러 사람과 어울리다보니 이런 사연 저런 사연 자꾸 듣다보니
눈이 떠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감이 오더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니

 그 동안  남편에게 빌려 줬던  돈이  너무 아까워 받으러 간 적이 있다

울진 원자력 발전소 근처 어디라기에 물어 물어 찾아 갔더니


조그만 셋방에서  우리 혜진이보다 한 살 작은 딸 하나와 

둘째를 가져서  배가  만삭이던  여자  이렇게 세식구 살고 있더라

 

기미가  새깧맣게 덮혀  그 자랑하던 인물도  온데간데 없던  무서운 그 여자가

부엌에서 뭔가 끓이고  있다가  
날 보고 파르르 떨며 달려드는데

 

\"이 병신 같은 년이 여긴 왜 왔어! 어떻게 알고 왔어!
당장 못가! 못가!   악을 바락바락 눈에 파란 인광이 번쩍 번쩍


내가 대거리를 못하고  가만히 눈만 끔벅거리다  돌아선 건 
예전처럼  겁쟁이 못난이라서가  아니고

 

정말로 병신 쪼다같이 지 여편네 뒤에 숨어서  한마디도 못하는
애들 아비를 보니 진짜 만 정이 떨어져서 였다   

 

저걸  인간이라고 내 원..


짐승이 인간이 된 건 단군신화 속 곰밖에 없다더니 딱 맞다

짐승 같은 인간은 절대 사람이 될 수 없다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그 일로 남편에 대한 내 무모한 기다림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간  그 인간에게 좌지우지 당했던  세월이 아까웠지만

  그래도 그때 내 나이 서른 셋인걸 뭐.

 

마음에서 미련을 몰아내니  맘이 편해서 좋고
온전히 아이들과 나만을 위해 일하니 미래가 보여 좋았다

 

난 태어나면서 가난과 함께 했기에  가난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다
가난에 대해서 불만을 가져 본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픈 배는 먹을 걸 주면  잠잠해지고  또 배가 몹시도 고프면 눈에 불을 켜고
먹을걸 찾으러 다니게 되니까  자연히 부지런해지고


부지런하게 일하다 보면  단순하고 달콤한 삶의 희망이 풀 씨처럼 조심조심 올라옴을
알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니  

희망도  늘 곁에 둘 수 있고    그러자니   긍정적이되고

 

또   단순한 사고력으로   세상을 편한 맘으로 대하니  가난하다는 것이

왜 불편하고 괴로운 것만 있는가 말이다

 

우리 엄마처럼 가난한 집구석이 싫다고  제 자식을 모질게 때리며 보상받는  그런
정신병자도 있긴 하지만 ....쩝

 

월급을 타면 아이들을 목욕탕에 데리고가 말끔히 씻기고 
그리고 맛있는 식당으로 데리고 간다 


탕수육, 짜장면,  짬뽕 , 무섭게 맘먹은 날은 삼겹살을 사다 볶아 먹는 날

 

부족하지만 얼마나 알콩달콩 재미있었던 날들이었는지 지금도  미소가 어린다


김치 넣고 볶아 놓은 돼지 김치찌개는  우리 세식구 최고의 성찬,
아들은 지금도 

\"엄마,  그때 돼지고기는  너무 맛있었지 그치? 한다

 

내가 과부로서 완벽하게  자리가 잡혀가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