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정엄마가 김치를 보내오셨다.며칠전 전화통화에서
\"김치 다 먹었지야, 내일 담가서 보내주마, 우리 강아지들은
잘 있지야, 보고 잡다.\"하셨다. 아마 어버이날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오지 않는 자식에게 서운하다는 말도 못하고, 아니 하고
싶어도 미안해서 그냥 하지 못하고 미리 약을 주어 그렇게
서운함을 표현하신것이리라.
보내오신 김치상자를 보니 라면박스 2개분량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배추김치,열무김치,파김치,오이소박이에
땅콩조림,오징어채볶음등 밑반찬, 그리고 무공해 채소들이
가득하고, 참기름 ,된장, 고추장등 양념이 또 가득하다.
이렇게 많이 보내오신게 처음은 아니지만 받을때마다
고마운 마음에 앞서 화가 난다, 이 많은걸 혼자서
준비하셨으리라 생각하니 코긑이 찡하다.
육남매중 다섯이 결혼했으니 그 많은 김치도 다섯집으로
나누어 담았을테고, 하면 또그 양은 얼마나 되겠는가.
칠십이 내일인 나이에 그 많은 걸 혼자서 다 하셨으니 그날 밤
몸은 또 얼마나 저리고 아팠을까..하고 생각하니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전화를 걸어 무작정 화를 냈다. 누가 이 많은걸 다 먹는다고,
그 고생을 사서 하시냐고..김치 없으면 좀 사먹으면 어때서
그렇게 몸을 힘들게 하시냐고 짜증을 부렸더니 엄마 하시는
말씀이 더 서글프다.\" 야야, 나는 괜찮다. 살아있으니까
그래도 해줄 수 있제, 죽으면 해주고 싶어도 못 해준다.
더 주고 싶은데 네가 또 난리칠까봐 그것만 보냈다.\"하신다.
더 주고 싶다니 , 도대체 얼마를 주어야 만족스러울실까..
생활의 노예처럼 농사에서 손을 떼지 못하시고
오히려 놀면 더 아프다는 말씀으로 자식들을 안심시키고
아직도 텃밭을 일구며 혼자서 세월을 보내는 어머니.
가끔 자식들 집에라도 들르시면 가만히 계시지 못하고
청소며 설겆이를 하려 하시는 어머니, 그럴때마다
화가 나서 한마디하면 \"야, 가만히 있으면 뭐햐냐,
도와줄 수 있을때 도와주어야지, 나 힘없어지면
도와주고 싶어도 그리 못하제, 이렇게 해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것다.\"하신다.
엄마의 넉넉한 품은 화수분인가보다. 퍼내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처럼 한 없이 주고만 싶은신가보다. 한 평생
논밭에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그렇게 혼자
힘으로 병든 남편 수발에 6남매를 먹이고,입히고,가르치고,
여의고 그럼에도 아직도 해 줄게 너무 많단다.
당신이 가난하여 큰 돈은 못주어도 그래도 줄 게 너무 많단다.
옛날에 한 아들이 늙은 어머니께 늘 발을 씻겨달라고 했다.
정작 아들은 손 하나 까닥 하지 않고..어느날 동네 사람들이
불효막심한 아들이라고 욕을 하자 그 아들이 말하기를
\"이렇게 하면 늙으신 어머님께서 당신이 자식을 위해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시어 항상 기쁘고 즐겁게
생활하시고 그렇기 때문에 건강하십니다:라고 했다.
아직도 당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자식이 있어
그게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효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옛날이야기처럼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버릇없는 행동이지만 정작 그 일이 부모에게
기쁨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 드신 부모를 그냥 \"늙은이\"로 치부하지 말고
아주 작은 일을 맡김으로써 행복감을 주는게
불효는 아닌듯하다.
그래도 엄마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조금만 주셔도 너무 큰 행복인걸요.
이렇게 건강하게 옆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엄마라고 부를 엄마가 계셔서 그것만으로도 행복인걸요.
오래도록 부를 수 있도록 항상 건강하세요.
2006년 5월10일 일기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