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음주운전은 절대 안하는 나는
차를 놔두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게 됐습니다.
(정안젤라 여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했지만 ... 택도 없었습니다 ㅡ.ㅡ)
지하철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나 말고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5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남자분이
술 취한 얼굴로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사람 많은 퇴근시간인지라 자리에 앉아 가기는 포기한 듯
문가에 서서 한참을 가다가
문득 !
노약자석에 학생 하나가 눈을 감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50대 남자분이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50대 남자 : 이...이... 못땐 것들 가트니라고 !!!
요새 젊은 것들은...도대체가 싸가지가 없어서
어른들에게 자리도 양보 안하고... 어쩌고 저쩌고... 방방~~~
학 생 : 얼굴 불그레~~ (그러나 못들은 척... 잠 든 척...)
50대 남자 : (더욱 흥분하여) 방~방~ 방방~~
얼마나 지났을까...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흥분한 아저씨에게 나까지 은근히 짜증이 날 즈음
아저씨의 질타에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겠던지
그 학생이 얼굴을 붉히며... 지하철에서 내렸습니다.
지하철에서 허겁지겁 내리는 그 학생은
목발을 짚고 있었습니다.
술 취한 아저씨는
그 학생이 발밑에 목발을 숨겨놓고 있었던 것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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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부끄러웠습니다.
호통 치던 남자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
그 사람에게도 피치 못할 ‘목발’ 같은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생각에만 몰두하여 그 사람의 ‘목발’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남을 비난한 적은 없을까...?
누군가를 비난하고자 할 때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 사람만의 사정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배려가 부족했던 적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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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자리를 양보한 중학생...
너 요놈시키 !!!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디 ???
그놈만큼은
복날 땡칠이 패듯... 디지게 패 주고 싶었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