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4. 이관희
*** 오늘의 주제 : 글 쓰기의 실제 ** *
- 수필 쓰기, 영감과 상상력과 연상(聯想)의 연속 -
* 오늘의 교재 작품 읽기
진달래 꽃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썼다.
진달래 꽃은 소년 시절의 꽃이다. 6.25 전쟁이 끝나고 유엔군의 비행기 폭격 소리도, 인민군의 딱콩 총 소리도 뚝 그친 그 해. 우리들의 마을 뒷산 허리에는 전쟁 전이나 조금도 다름 없는 진달래 꽃이 봄부터 흐드러지게 피어 온 마을을 뒤덮었다. 우리는 언제 전쟁이 있었냐는 듯 봄 내 여름 내 마을 뒷산을 헤집고 다니며 뛰어 놀았다. 산새 집도 뒤지고 여치도 잡으며. 마치 봄마다 산에 진달래 꽃이 피는 한 세상에는 반드시 평화의 날이 돌아 온다는 듯.
소년 시절의 추억 속에는 언제나 진달래 꽃이 있고, 진달래 꽃 속에는 여인들이 있다. 제일 먼저는 엄마가 있고, 그 다음으로는 처녀 시절의 고왔던 누이들이 있고, 그리고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크고 시원한 눈망울로만 기억 되는 초등학교 시절의 여선생님이 계시고 - -.
진달래 꽃과 소년시절과 여인들, 이 셋을 어찌 따로 떼어 생각 할 수 있으랴. 추억 속의 진달래 꽃은 비할 데 없이 연하고, 그 빛깔은 타는 듯 붉으며, 향기는 천지를 진동 할 듯 짙다. 손을 대면 아기의 볼이라도 그렇게 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촉감의 꽃잎, 그러나 짙은 향내를 온 천지에 흩뿌리며 타는 듯 붉은 빛으로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쏘프라노 처럼 맑고 높고 당당하다.
소년 시절은 인생의 쏘프라노다. 쏘프라노는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 중에 가장 높은 소리다. 사람 중에서도 여인들만이 낼 수 있는 소리, 여인들 중에서도 젊은 여인들일 수록 더욱 고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소리가 쏘프라노다.
그런데 소년 시절에는 남자 아이들도 여인들의 쏘프라노에 못지 않은 높고 고운 음을 낼 수 있다. 어찌 목소리 뿐이랴! 소년 소녀 시절은 누구의 가슴에나 쏘프라노 같이 맑고 순결하며 높은 꿈이 날개를 펴고 창공을 높이 날아 오르는 시절이다. 소년 소녀 시절의 그 높고 맑고 순결하며 당당한 쏘프라노 같은 꿈 속에서 인생이라는 한 마당의 파노라마가 탄생한다. 올 해도 봄이 돌아오자 이민 올 때 두고 온 조국의 산하에 피어 있을 소년 시절의 그 진달래 꽃이 내 온 영혼을 사로 잡는다. 친구야, 정말로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
*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절대 선결 조건
* 영감(靈感)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절대 선결 조건은 영감을 얻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소재를 얻었다 할지라도, 아무리 훌륭한 테마가 생겼다 할지라도 글을 쓰기 위한(\'한편의 글\'이 될) 영감이 떠 오르지 않으면 작가는 붓을 들 수 없다.
영감이란 아직 탄생하지 않은 작품의 실체를 영감을 통해 순간적으로 미리 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혹은 작품의 실체가 막 잉태 되는 첫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감이 작품이 잉태되는 순간이라고 한다면, 영감이 떠 오르지 않으면 작가는 붓을 들 수 없다는 말, 즉 작품 창작 행위가 시작 될 수 없다는 말의 뜻은 \'하늘을 보아야 별을 따지\'라는 말과 같다고 이해 할 수 있다. 배우자를 만나지 않고 어린아이가 잉태되는 일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영감이란 \'하늘을 보는 일\'과 같다.
영감은 번쩍하는 한마디 말로도 올 수 있고, 어떤 사건이나, 혹은 사건의 단편으로도 올 수 있으며, 또 혹은 단순히 반짝하는 느낌만으로도 올 수도 있고, 또는 단순히 열정적이고 순간적인 작품 집필 의욕으로도 올 수 있다. 어떤 형태나 내용이 되었든 영감은 바로 \'이것이다\' 라는 느낌과 함께 찾아 온다.
영감이 한 두 마디의 말로 올 경우에는 대개 이미 얻어 놓은 소재에서 끌어내고자 한 글의 주제가 되는 수가 많고, 사건으로 올 때는 이미 준비가 된 주제를 풀어 낼 소재가 되는 수가 많으며, 단순한 어떤 느낌으로 올 때는 작품의 성격이 되는 수가 많다.
* 실제 작품 집필 과정을 통해서 공부 해 봅시다
위의 오늘의 교재 \'진달래 꽃\'이 한편의 글로 탄생 할 수 있게 한 영감의 내용은 무엇이었을 것이라고 생각 되는가?
필자가 이 글의 영감을 얻은 것은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가 얻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라고 쓰는 순간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필자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다.
이 글 집필 당시 필자는 LA에 살고 있었다. 이민 생활 근 20년 쯤 되었을 때였다. 고향이란 몇 년만 떠나 살아도 목 마르게 그리운 법이다. 그런데 같은 조국 하늘 아래인 서울에 올라와서 지방에 있는 고향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만리타국 산 설고 물 설은 남의 나라에 이민 가서 20년 동안이나 떨어져 살고 있었으니 얼마나 조국 땅이 그리웠겠는가? 그런 어느 봄날 모국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던 중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쓰는 순간 그 구절이 마치 주피터의 사랑의 화살이 가슴에 와 박히듯 한 편의 글이 될 작품의 영감으로 가슴에 와서 박히게 되었다.
* 실제 작품 집필 순서
* 구상(構想) - 국어사전의 뜻 풀이 <구상 : 생각을 얽어 놓음> -
영감을 얻으면 그 다음 단계로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작품 집필은 구상에서부터 실제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영감 단계에서는 아직 모든 것이 안개 속 일 뿐이다.
구상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할 때, 구상이란 이제부터 창작하고자 하는 작품을 \'무엇을 어떻게 쓸까\' 하고 머리 속에서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원고지 위가 아닌 머리 속에서 작품 전체의 제작 과정을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은 \'무엇을 어떻게 쓸까\' 하고 머리 속에서 생각을 궁굴리는 것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머리 속에서 생각을 궁굴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무엇을 머리 속에서 궁굴린다는 말인가? 아무 생각이나 잡념이 제 맘대로 머리 속에 떠 오르는 대로 내 버려 둔다는 뜻인가?
아니다. 영감 속에서 번쩍 하고 순간적으로 본 바로 그 한편의 작품의 모양을 \'어떻게 쓰면\' 바로 그 모양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머리 속에서 이리 저리 생각을 궁굴리며 찾아 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구상이라는 것은 순간적으로 영감을 통해 보았던 작품의 실체가 이런 것일까 저런 것일까 하고 구체적으로 그려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모양 혹은 실체\'란 쉽게 말하면 조각가가 한 덩어리의 돌을 앞에 놓고 그것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머리 속에 미리 그려 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상의 글을 정리 해 보면, 작품 구상이란 바로 이제부터 쓰고자 하는 글의 \'전체적으로 완성 되어가는 모습\'을 미리 머리 속에 그리며 따라가 보는 것, 혹은 먼저 머리 속에 써 보는 것, 또 혹은 이리 저리 머리 속에서 이런 모양일까 저런 모양일까, 또 혹은 이런 모양으로 할까 저런 모양으로 할까, 하고 밀가루 반죽을 이런 저런 모양으로 궁굴리듯 굴려 보는 것이다.
작품 구상 단계에서 다루어 지는 문제들은 작품이 될 모든 필요 조건들이 다 포함 된다. 즉 인물, 성격, 사건, 배경, 주제, 그리고 작품의 형식 까지 포함 된다.
구상 단계에서 머리 속에서 궁굴려진 작품의 모양이 그 형식 까지 갖추게 되었다면 이는 자궁 속의 아기가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식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별이 갖추어지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품이 매우 구체적인 모양을 띠면서 머리 속에서 완성 단계를 향해 진입 해 가는 것이다.
구상 단계에서 작품의 형식까지 결정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인 구성으로 접어들게 된다.
* 구성(構成) - 국어사전의 뜻 풀이 <구성 : 얽어 만듦> -
구상과 구성의 차이 - 구상은 위에서 말 한 대로 작품 전체의 제작 과정을 머리 속에서 궁굴리며 생각하는 것이다. 그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 해 본다면 작품 전체 모양을 머리 속에서 미리 그려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은 머리 속에 그려진 전체 모양이 실제 건축물이 될 수 있도록 벽돌 한 장, 기둥 한 개를 가져다가 제 자리에 세우기도 하고 쌓기도 하는 등의 구체적인 건축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의 창작 목적이 그 주제를 살려 형상화 시켜 내는 데에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구성은 주제를 형상화 시켜나가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작업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는 구상은 Plan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구성은 Setup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구상은 계획을 세우는 일(Plan) 혹은 건물 청사진을 만드는 일(Blue print)이라고 할 수 있고, 구성은 계획대로 실제로 건축물을 쌓는 일(Making, Setup)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상 단계에서는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이 실제로 원고지 위에 글을 쓰기 보다 메모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구성 단계에서는 막 원고지 위에 글을 쓰기 시작 하거나 혹은 언제라도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 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혹은 그런 단계에 막 접어 들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 할 점은 작품의 구상 단계와 구성 단계는 눈에 보이게 구별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굳이 그럴 필요가 꼭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작품을 집필 해 보면 구상 단계와 구성 단계는 분명 두 몸이기는 하되 실제로는 늘 한 몸인 것처럼 동시에 진행되어 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구상 단계 안에 구성도 포함 된다고 이해하는 편이 실제적이고 쉬울 것이다.
그렇기는 하되 구성 단계는 분명히 따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특별히 구성단계의 중요 작업이 \'플롯. plot\'을 짜는 일에 있다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 플롯이란 무엇인가?
플롯에 대해서는 문학 이론상 대동소이란 설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구상(구성) 단계에서 머리 속에 그려 놓은 대나무 바구니를 실제로 대나무 가지들을 얽어서 짜내는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 하도록 하자.
얽어서 짜 낸다는 말의 실제를 소설 작법을 예로 들어 본다면 기(起 사전의 발단), 승(承 전개), 전(轉 위기. 절정), 결(結 대단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승전결이란 무엇이냐? 기승전결이 무엇인가를 이해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소설 작법으로 이해하기 보다 말 하는 순서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쉬울 것이다.
인간은 말 하는 존재다. 말은 거의 존재 그 자체를 의미 할 정도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 요소다.
그런데 말은 논리성이라는 본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말에서 논리성이 제거 된다면 단순한 소리나 소음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말의 논리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기, 승, 전, 결이다. 즉 말은 시작이 있고, 시작한 말을 뒤에서 받아 전개하는 말이 있고, 이 때 까지 한 말은 정리하는 단계가 있고, 끝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소설 작법의 기본 틀인 기승전결은 다름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의 논리성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수필 작법은 어떠한가? 수필 작법은 말의 논리성을 떠나거나 벗어나거나 무시해도 좋은가? 물론 아니다. 수필도 말의 논리성을 따라서 창작 되어야 한다. (이 말에 동의 한다면 이제부터는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원시시대 사고를 학생들의 뇌리 속에서 깨끗이 지워 버리도록 하자! 즉 수필도 마땅히 구성을 해서 써야 된다!)
플롯은 수필 창작 구성 단계의 중추적 작업이다. 그 실제 내용은 다름 아닌 말 하는 순서 곧 기승전결을 어떻게 얽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 할 점은 기승전결이란 말하는 방법의 기본 순서라는 점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기승전결의 순서를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순서는 빼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 말이다. 이 교안에서는 기본순서를 예로 들어 설명 할 것이다.
수필을 창작 하는 과정 중 플롯을 짤 때 특별히 주의 하여야 할 점은 작품의 첫 줄을 어디서부터 시작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수필뿐 아니라 모든 문예 작품의 장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첫 문장(문단, 첫 장) 한 줄에 달려 있는 수가 아주 빈번하다. 모든 작품의 첫 문장이라면 거의 사건의 발단(기起) 부분에 해당 할 것이다.
* 수필의 첫 문장
수필 창작에 있어서 첫 문장은 제2의 영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
무슨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영감을 얻는 일이고, 영감을 얻은 후 구상(구성) 단계를 거쳐서 실제 집필 단계에 들어갔을 때의 첫 번째로 중요한 일은 첫 문장을 찾아내는 일(혹은 첫 문장을 이끌어 내는, 혹은 첫 문장의 영감을 얻는) 일이다.
아무리 \'바로 이것이다\' 라고 확실하게 \'한 편의 작품\'이 될만한 영감이 떠 올랐다 하더라도 실제 창작 과정에 임하였을 때 가장 적합한, \'바로 이것이다\' 라고, 양보 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절대 느낌의 첫 문장이 떠 오르지 않는다면 작가는 아직 붓을 들 수도 없고 또 들어서도 안 된다. 첫 문장의 영감이 떠 오를 때 까지 머리 속에서 작품을 궁굴리며 더 기다려야 된다. 기다리면서 첫 문장을 찾아야 된다.
수필 작품의 첫 문장은 받은 영감 곧 \'한편의 글\'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 곧 입구다. 입구를 잘 못 찾으면 엉뚱한 곳에서 헤매게 된다.
* 첫 문장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이제부터가 필자가 위의 교재 작품을 실제로 쓴 과정이다)
편의상 영감을 자물쇠라고 한다면 첫 문장은 그 영감의 세계를 열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자물쇠와 열쇠는 꼭 맞아야 된다.
첫 문장을 이것 저것 찾다 보면 영감이라는 자물쇠에 찰칵 하고 꼭 들어가 맞는 열쇠(문장)가 반드시 있다. 이 때 찰칵 하고 소리가 나면서 꼭 들어가 맞는 첫 문장이란 실제로 어떤 것을 말하는가?
위의 오늘의 교재 작품에서 그 실제 모양을 찾아 보자. 필자는 이 작품의 첫 줄을 어떻게 시작하고 있는가? 필자는 이 작품의 첫 줄을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썼다.\"라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썼다\"는 것은 바로 위에서 말 한 영감을 얻게 된 그 사건(편지를 쓴 사건)이다.
위에서 영감은 말 한 마디로 오는 수도 있고, 어떤 사건(이야기)이나 그 사건의 단편적인 모습으로 오는 수도 있으며, 단순한 어떤 느낌으로 오는 수도 있고, 그 밖에 어떤 형태로든 \'바로 이것이다\' 라는 느낌과 함께 온다고 하였다.
위에서 \"그 밖에 어떤 형태로든 바로 이것이다 라는 느낌과 함께 올 수 있다\"고 한 말의 어떤 \'형태로든\'이라는 말에는 무엇이든 해당 될 수 있다. 이 작품의 경우에는 그것은 작품의 영감도 되고 동시에 작품의 첫 문장도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쓴 그 사건(이야기) 자체를 이 작품의 첫 문장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필자가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쓰는 순간 그것이 그대로 작품의 영감이 되었고, 또한 동시에 그 사건(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쓴 사건)이 그대로 작품의 첫 줄도 되었던 것이다.
* 발단(기 起)
모든 문학 작품은 그 \'플롯\'이 어떻게 되어 있든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작품의 첫 문장(혹은 첫 문단이나 단원)을 사실상의 발단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실제 작품의 구성은 <기승전결>이 아닌 <결기승전>으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독자는 문장의 첫 줄을 기(사건의 발단)로 받아 들인다. 이것이 문장의 첫 줄이 중요한 실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작가는 작품 자체의 온당한 구성을 위한 목적과 첫 문장(문단 단원)을 발단으로 받아 들이는 독자의 요구에 응하기 위한 목적 곧 두 마리 토끼를 한 문장 안에서 이루어 내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첫 문장을 찾아 고심 한다고 할 수 있다.
위 작품의 발단(기)은 첫 문장,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썼다\"이다.
* 전개(승 承)
- 제1전개
필자는 첫 문장(발단)을 적어 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때 필자가 \'첫 문장을 적어 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는 뜻은 무슨 뜻인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는 뜻인가? 아니다. 나는 이 한 줄의 문장 속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내가 이 \'한 줄의 첫 문장 속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는 뜻은 무슨 뜻인가? 종이 위에 적혀 있는 한 줄의 글 모양을 보고 있었다는 뜻인가? 아니다. 나는 이 한 줄의 문장이 보여 주고 있는(그 문장이 형상화 시켜주고 있는) 사물, 혹은 그림, 혹은 영상, 혹은 모양을 보고 있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어떤 사물(영상, 그림, 모양)을 보여 주고 있는가? 진달래 꽃을 보여 주고 있다. 어떤 진달래 꽃인가?
필자가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라는 것으로 보아 한국의 진달래 꽃 임이 틀림 없을 것이다. 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라 하였으니 그 편지를 받아 보는 친구도 잘 알고 공감하는 그런 진달래 꽃 일 것이다.
그런데 그 진달래 꽃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의 진달래 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진달래는 어린 시절의 진달래 일 것임이 또한 틀림 없을 것이다. 필자가 첫 문장을 적어 놓고 가만히 앉아서 상상 속에서 바라보고 있던 진달래는 바로 그 어린 시절의 진달래였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 문장을 잇는(전개. 승) 문장을 \"진달래 꽃은 소년 시절의 꽃이다\"라고 적었다.
그 다음 \"진달래 꽃은 소년시절의 꽃이다\"라고 적어 놓자 그 다음으로 \"소년 시절\"이라는 때의 구체적인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 보였다(상상으로 떠 올라 왔다). 그래서 눈 앞에 보이는 대로 \"6.25 전쟁이 끝나고 유엔군의 비행기 폭격 소리도, 인민군의 딱콩 총 소리도 뚝 그친 그 해. 우리들의 마을 뒷산 허리에는 전쟁 전이나 조금도 다름 없는 진달래 꽃이 봄부터 흐드러지게 피어 온 마을을 뒤덮었다\" 라고 적었다.
그 다음, 나는 전쟁이 끝난 후 전쟁 전이나 조금도 다름 없이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꽃 모습을 상상 속에서 바라 보게 되자 연(聯想) 이어서 그 속에서 뛰어 놀던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눈 앞에 떠 올라 왔다(즉 상상으로 떠 올라 왔다. 이 때의 상상의 내용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그 자체의 복사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인간의 예술 행위가 어떻게 가능한 것이며 또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어떠한 경험된 과거도 우리는 경험된 과거 그 자체를 복사 해 낼 수는 없다. 우리는 다만 경험된 과거에서 비롯된 상상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경험된 과거에서 비롯된 상상이란 이미 경험된 그 사실 자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수필의 소재가 저자의 경험된 사실에 있다고 해서 수필은 상상력에 의하여 쓰여지는 글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이해와 문장예술 행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되어 있지 않은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여기 까지를 필자는 제1전개로 삼기로 하였다. \'제1전개\'라는 이름은 필자가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작품 전개 부분은 모든 형식의 문학 작품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작품의 중심 부분으로 삼고 있는 부분이므로 그 량도 많고 플롯도 중심 부분의 전개에 집중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전개가 이루어지게 된다.
-제2전개
제1전개에서 소년 시절 진달래 꽃 밭을 누비며, 혹은 여름 날 여치를 잡으며 뛰어 놀던 소년 시절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지켜 보던 필자의 눈 앞에 제3의 인물들이 떠 올라오게 되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어머니와 누이들과 초등학교 시절의 여선생님이었다. 그런데 그 여자들 모두가 소년 시절의 진달래 꽃 추억의 감성과 진하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상상력의 눈에 보이는 대로 \"소년 시절의 추억 속에는 언제나 진달래 꽃이 있고, 진달래 꽃 속에는 여인들이 있다. 제일 먼저는 어머니가 계시고, 그 다음으로는 처녀 시절의 고왔던 누이들이 있고, 그리고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크고 시원한 눈망울로만 기억 되는 초등학교 시절의 여선생님이 계시고 - -.\" 라고 적었다.
여기까지 나의 상상력의 세계를 따라가며 눈에 보이는 모습을 적어가자 비로소(혹은 마침내) 내가 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쓰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게 되었다. \"그 이유\"란 다름 아닌 작품의 주제다.
필자가 이 작품에서 말 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 작품 속에서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그것은 쏘프라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필자의 추억 속에 잔형으로 남아 있는 소년시절 마을 뒷산 진달래 꽃은 다름 아닌 쏘프라노 같은 이미지로 각인 되어 있었던 것이다(이때 \'각인 되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것은 필자의 머리 속에 각인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현재 작품을 쓰는 과정 중에 이끌어 낸 이미지일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정신 과학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것이 어떻게 혹은 어째서 필자의 뇌리 속에 쏘프라노의 이미지로 각인 되었는가를 소년 시절에 보았던 진달래 꽃을 상상 속에서 다시 어루만져 보는 과정을 통해서 찾아 보는 것이 그 다음 문장 곧 \"진달래 꽃과 소년시절과 여인들, 이 셋을 어찌 따로 떼어 생각 할 수 있으랴. 추억 속의 진달래 꽃은 비할 데 없이 연하고, 그 빛깔은 타는 듯 붉으며, 향기는 천지를 진동 할 듯 짙다. 손을 대면 아기의 볼이라도 그렇게 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촉감의 꽃잎, 그러나 짙은 향내를 온 천지에 흩뿌리며 타는 듯 붉은 빛으로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쏘프라노 처럼 맑고 높고 당당하다.\" 라는 것이다.
* 절정(위기 轉)
절정이란 그 단어가 의미하고 있는 그대로 이때 까지 전개 되어 오던 어떤 일이 절정의 순간에 이르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것을 위기라고도 말하는 까닭은 소설의 경우 사건이 절정에 도달하여 마침내 감추어졌던 모든 비밀이 들어나 결론을 토해 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도달하였기 때문이라는 뜻에서 위기라고도 말하게 되었다. 수필의 경우는 \'절정\'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무난 할 것이다.
필자는 제1전개와 제2전개를 통해서 내가 왜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 이라고 쓰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독자가 그렇게 느끼도록 형상화 시켜 나가게 되었다).
다시 말 하면 한 마리의 배 고픈 사자가 근처에 어떤 먹이 감이 있는 것을 냄새로 알아채고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가 흘러오는 쪽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 가던 중 저만큼 앞에 사슴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사자는 몸을 납작 엎드리고 긴장하여 사슴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10미터 전방, 7미터 전방, 드디어 있는 힘을 다 해 사슴을 향해 돌질 할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절정의 순간, 곧 위기의 순간이다.
수필 작품의 경우 원고지 열 다섯 장 안팎에 수용 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수필 양식의 특성상 절정은 급속하게 결론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띠게 된다. 따라서 수필 작품에서는 대개 \'절정\' 부분과 \'대단원\' 부분이 혼재해 있기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 절정 부분은 쏘프라노에 대한 해석이 되고 있다.
여기서 어린 시절의 진달래 꽃 모습이 쏘프라노 같은 이미지로 머리 속에 각인 된 것 까지는 누구나 다 공감하는 평범한 일일 것이다. 그 같은 일은 누구나 다 공통적으로 경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쏘프라노가 아닌 아침 안개 같은 모습으로 머리 속에 떠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한편의 글이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면 그 글은 마치 과수원에 가서 사과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것만 보고 사과는 따 먹지 못하고 돌아 온 것처럼 알맹이가 빠진 글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소년시절의 진달래가 필자의 머리 속에 쏘프라노 이미지로 각인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아직 주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일반 생활인들이라면 친구와 봄 동산을 산보 하다가 진달래 꽃을 보고 어린 시절의 진달래 꽃이 나에게는 마치 쏘프라노 처럼 추억된다고 말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와의 산보는 그런 대화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익한 산보가 될 것이다. 그 정도의 대화라면 아주 훌륭한 대화다.
그러나 작가는 일반성 혹은 평범성에서 반드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야 된다. 작품의 주제는 언제나 뿌리 깊은 나무 밑 둥이나 샘이 깊은 땅 속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연유로 쏘프라노에 대한 해석을 절정의 순간으로 삼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거기서 대단원의 종결어를 끌어내기 위하여.
* 대단원(결 結)
필자는 쏘프라노 이미지 속에서 소년시절에 바라 보았던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높고 맑고 당당한 삶의 모습을 추억하게 되었다.
결국 이 작품을 통해서 필자가 말 하고 싶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진달래 꽃이 쏘프라노 처럼 추억 된다는 그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생의 진달래 꽃은 다름 아닌 소년 시절의 그 높고 맑고 당당하던 쏘프라노 같은 청운의 꿈이었음을 암시 하는 것이었다. 그 청운의 꿈을 그리는 심정을 한 층 강조하기 위하여 다시 한번 그 청운의 꿈을 추스려 쏘프라노 처럼 높고 맑고 당당한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의 암시를 종결어로 남기게 되었다. *
여기 까지 우리는 지금 문학 작품의 실제 창작 과정을 살펴 보았다.
위에서 한편의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감을 받아야 비로소 창작 행위가 시작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영감이란 실제로 무엇인가? 사과 인가? 물고기 인가? 즉 손으로 잡아 볼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어떤 사물인가? 아니다. 영감이란 그것 자체가 상상력의 어떤 결정체이다. 즉 상상력의 세계의 어떤 사물이다. 그것은 상상력 안에 존재하는, 그것 자체도 상상력의 일부인 그 산물의 어떤 것이다.
작품 창작 과정이란 바로 이 영감이라는 상상력의 어떤 것 혹은 사물로부터 시작하여 위에 실례를 든 필자의 작품 제작 과정처럼 계속하여 상상력의 연속 혹은 연상 작용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위의 글에서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인 진달래 꽃\"이라는 상상 속의 진달래 꽃을 통해서 \"소년 시절의 진달래\"를 보았고, \"소년 시절\"이라는 상상 속의 시간을 통해서 \"전쟁이 끝난 상황\"을 보게 된 것들은 모두 지금 현재 필자의 머리 속에서 상상력이 연이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그 굴러가는 상상력의 세계를 보이는 대로 받아 적어가는 과정이 창작 과정이다.
수필 창작 과정 중의 상상력은 물론 소설 창작 과정 중의 허구적 상상은 아니다. 수필 창작 과정 중의 상상은 경험된 사실에서 비롯 된(경험된 사실을 소재로 한) 상상의 세계를 문장예술 행위를 통해 형상화 해 내는 문장예술의 상상이다.
수필의 경험된 사실에서 비롯된 상상의 세계와 소설의 허구의 상상의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공부 하기로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