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아침에 기분이 나쁘다.
\"왜 일까?\"
뚜렷한 이유는 없다.
궂이 이유를 찾아 내자면 원래가 가족이 늦게 취침을 하고,
그래서,
아침엔 일어 나기가 힘이 들고, 모두 바쁘고,뭐 그렇다.
아빠는 젊어서 저녁에 공부를 했던 사람이고, 그러고 보면
아이들도 시험공부나 강의준비나 모두 밤을 새며 하는 버릇이
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 진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지만....
늘 아빠도 아이들도 아침에는 예민해 있어서 별스런
일이 아니라도 짜증을 내곤 한다.
오랜동안 버릇이 되어 있는데도 난 가끔 상처를 받곤 한다.
직장에서 알게된 선배는 내게 말을 맛있게 한다는 칭찬을
해 준적이 있다. 음성이 크지 않고,
조근 조근 말을 하는 성격인 나는 그렇게 보여질 때도 있는
모양이다.
기실 몇년간을 전화 상담일을 했던 이유로 어떤 사람의 말을
-특히 어려운 경우의 얘기- 들으면 우선 상대를 이해하고
먼저 배려해서 얘기를 우선 들어 주고 대답을 잘해 주려고
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렇게 되지 않을때가 있다.
특히 우리 가족은 아빠를 비롯해서 아이들도 아침에는 기분이
착 갈아 앉아 있다.
. -정말 아침형 인간은 도저히 될 수 없는 가족이다.-
서로 바쁜 아침시간이니까,
서로 자기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서면 되는 것이고,
별로 부딪칠 일도 없을 것 같지만,
가끔 가족이 모두 빠져 나가고 혼자서 있게되면, 나혼자
피해를 당한것 같은 기분을 가질 때가 있다.
저녁시간이면 아무렇지도 아닐 일들이 아침에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절대로 아침에는 무슨일이든지 얘기를 피하자\"라는
나의 결심은 그때 그때 잊어 버리고 얘기를 꺼내다 보면 역시
반응은 좋지가 않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30년이 되어 가도록 버릇이 되어진 것을
바꿀 수가 있느냐고,
내가 타임을 잘못 맞춘다고 딸은 말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긴 하다.
그러나 변명을 하자면,제대로 말을 할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휙~ 나가 버린 가족들은 전혀 모른다.
직장에 나가면 오전내내 기분이 안나고, 집에 있으면,
그들의 짜증이 온집에 떠 다녀서 오전 내내 내옷에 묻어서
따라 다니고 공기에 섞여서 커피잔에 따라 들어 온다.
창밖을 바라보며, 그 커피를 목으로 삼키다 보면 목울대가
울컥 해진다.
녹색의 기운이 몸안으로 들어 오자 조금은 밝아진다.
\"나 혼자서 밝아지는 연습을 해야 해!
그래, 난 우리집의 온기야... 설탕 같은 존재야.\"
찻잔에 남아 있는 단맛을 속으로 음미 하며 마음을 추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