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부슬부슬 아직두 내리건만
그것은 토요일 오후의 나른함을 상쾌히 씻어주고 있었다.
일주일간의 짐을 내려놓은 후 홀가분한 기분으로
나의 낡았지만 힘좋은 애마를 끌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올 때였다.
안그래두 비좁은 길에 한대라도 주차까지 해버리는 경우
맞은 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치게 되면 어느 한쪽은 비켜 있다가
보낸 뒤에야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한 예상을 항상 하고 좁은 골목길을 다니는데...
그날도 저만치서 두대가 마주 보고서 못가고 있다.
난 별 생각 없이 내 앞차에다가 내 차를 바싹 갖다 붙였다.(보통 그렇게들 많이 하니깐.)
어차피 맞은 편 차는 주차된 차를 피해서 이쪽으로 붙은 터이고
내 앞차가 빠져야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방 사거리가 막혔기 때문에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지체가 되었다.
오래도 아니고 그것도 아주 자암시.(심한 교통체증에 비할까.)
맞은편에 있던 차, 내 차 앞쪽 옆귀퉁이에다가 대고는
빵빵거리고 생난리 부루스두 아니다.
젠장, 누가 가기 싫어 안 가나... 앞에서 안가니까 이러고 있는데.
어느 미친 눔이야? 싶었다.
마침 차가 빠지면서 지나가며 왜 이래 좁은 길에서 빵빵대고 발광이냐구
한마디 쏘아주려구 창문을 내리는데...
맞은 편에서도 나랑 똑같은 아니 더 부은 얼굴을 한 젊은 여자(애)가
기다렸다는 듯 날 노려보고 내지르는 말에 기절할 뻔 했다.
\"운전 똑바루 해, 미**, 재수업서!!!\"
그러고선 꼬리에 불이라두 붙은 토끼마냥 금새 내빼 버린다.
가다가 똥물을 튀겨두 이보다 더 어이가 없으랴.
난 한마디 할 새두 없이 돌 던지듯 거친말을 던지구 가는 젊은 여자.
좁은 골목길에서 내가 아무리 운전을 못했기로서니.
어차피 조금씩 양보해야하는 길에서 나 때문에 못 갔다는 식이다.
마음같아서는 후진이라두 해서 뒤따라가서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혈기도 식어버린 데다 뒷 일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내가 아무리 동안이라지만 새치가 어느덧 둥지를 틀어 머리가 다 허연데
젊은 여자애한테 댓바람에 그런 욕을 듣기에는
내 심장이 좀 약한 편이라서. ㅎ
왜이리 세상이 삭막하대요.
요즘 젊은이들 다 그런가요?
사람마음이 이리 팍팍해지면 안될텐데.
늙어서 대접이나 받을 수 있으려나
걱정입니다.
젊은 여자들 무섭습니다.
우야지요?
가면서 똥물 쓴 기분을 달래면서
미친 *... 똥 밟았다... 그러고 궁시렁대며 갔읍니다.
울 남푠에게 얘기했더니 창문을 왜내려...
창문을 절대로 내리면 안된다 캅디다.
니가 순진해서 글타 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