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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69

죄명은 무엇인고.


BY 오월 2006-05-01

다른 곳보다 계절이 늦은 곳이라 아직도 거리에는

꽃비가 내린다.

초록 짙어가는 앞 ,뒷산 흰 너울을 뒤집어쓴 유령이

불쑥 나타난듯 무서움증마져 들게하는 산 벚꽃이 흐드러졌다.

 

꿀벌 열댓마리를 고용해서 올여름 초록 잎파리를 뒤적이며

따먹을 내 간식거리 앵두를 만들게했다.

웡윙 거리며 얼마나 부지런히 일을 잘하는지....

일을 끝내고나면 전화번호라도 적어두려 했는데.

노임도 받지않고 모두 가 버렸다..

 

우물가에 앉아 이제 마지막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앵두꽃을 본다.

부드러운 꽃잎은 아기 냄새가 난다.

아니 어린날 엄마등에 업혀 갈때 엄마 분냄새도 난다.

 

품행이 단정치 못해 이웃집 논에서 벼를 훑어먹은죄로.

저승행을 치른 빈 오리장 옆으로 이제 뜯어먹지 않아 지맘껏

꽃을피운 민들레가 너무나 소담스럽다.

작은 꽃밭 돌틈에 하얗게 꽃을피운 돌단풍도 눈이 부시다.

 

욕심 부려 꽃씨를 뿌려둔 내 작은꽃밭에 하루 결근을 하고

출근해보니 옴마나.기사님 중에 한분이 청양고추  모 두판을 사다가

심어버렸으니 현실적으로 도움이되는 고추를 택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꽃을 지켜야 하는건지 안그래도 복잡한 머리에 고민하나

추가올시다.

 

긴 꿈을 꾼듯하다.

아니면 긴 여행을 다녀온듯하다.

어디까지 다녀온걸까.

금요일.

모처럼 대학생인 딸이 집에왔다.

집에 있는 19년 한번도 보지못한 아빠,엄마의 냉냉한 모습에 적응못해

하는 모습이 역역하다.

나름대로 현재의 상황을 알아버린 딸이 엄마를 지원해주려고 급파되어

내려 왔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집안 분위기에 놀란눈치다.

 

그날 낮.

딩~~동.

\"누구세요?\"

\"택배 왔는데요.\"
\"주문 한거 없는데요.\"

\"아줌마 닷컴에서 왔는데요!!\"

흐미 이거이 뭔소린겨??

맨발로 뛰어나가 택배를 받아들고 이벤트 당첨되면 미용비누를 준다는

얘기를 들은거 같은데 난 이벤트 응모도 안했는데 요것이 뭣이다냐.

 

급한 마음에 비닐 여불떼기를 잡아뜯으니 요놈의 비닐이 뭣땀시

요로코롬 찔기다냐.

평소에 엄마답지 않은 행동을 지켜보던 딸이

\"엄마,그거 접착테이프 떼는건데...\"

정신을 차려보니 입구를 풀로 살짝 붙여놓아 지지직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뜯어진다.

 

[잉]

이것이 무엇이냐.

일년여 동안 외도를 한 탓에 [잉]에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니...

~헉~

오월이라는 촌스런 이름까지 표지위에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네!!

이럴줄 알았으면 성의있게 글좀 잘 쓸걸.

아니면 울 남편 고마웠다고 한줄 넣을걸.ㅎㅎㅎ

우쨌거나 부끄러운 마음과 행복한 마음으로 [잉]과의 첫대면을 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은 전혀 반응이 없다.

그밤 허접한 글을 에세이 방에 올린죄로 방치해둔 내글을 찾아 모두

읽으며 많이 울었다.

난 변한것이 없다고 박박 우겼지만 허접하다고 생각했던 내 글들이

남편을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래 이런 사람이였어.

선생님들께만 고마움이 가슴에 사무쳐 정작 온갖 어려움을 참아내고

도와준 남편이나 가족들에게는 고맙다는 말한마디 진심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남편.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럽다.

 

피고 오월이는

일년동안 남편을 외롭게하고 가족들을 돌보지 않은 죄를 물어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두시간 오후 두시간 남편에게 스킨쉽과

더불어 애교를 떠는 강제 노역에 처할것을 명하노라.

땅,땅땅 .....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