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아찔하게
내리친다.
비오는날엔 부침개와 막걸리가 제격이라던가..
여동생이 비오는날엔 낮에 부침개 부쳐 막걸리를
한잔 했다고 하길래 웃었는데 문득 옛일이 떠오른다.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삼십분 정도 산을 내려가야 가게가 나오는 산골이
내살던 곳인데 (정작 그땐 산골과 도시의 차이를 몰랐던것
같다. 어느날 큰오빠가 취업을 하느라 자기소개서에
...산골에서 자라서 ... 하는 대목을 보고 아하 여기가 산골이었구나
새삼 깨달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그이후 항상 자기소개서
첫머리에 ...산골에서 자라서... 라고 기록을 했다)
그때는 농사일에 막걸리는 없어서는 안될 일용할 양식이었으며
특히 우리아버지껜 더더욱이나..
저녁이 다 되어가는데 막걸리가 떨어진 것이다.
아버진 술도 얼큰히 취한 김에 나를 불러 커다란 주전자를
내밀며 술을 사오라고 시켰다.
엄마가 결사적으로 말렸지만,, 아버지의 음주욕구를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커다란 주전자를 하나 들고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막걸리를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서서히 내리니 무섭기도 해서
발걸음을 빨리해 거의 뛰다시피 했는데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큰주전자의 막걸리를 반나마 쏟아버렸다.
난 어찌할바를 몰라 아픈건 제쳐 두고 막걸리 땜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는데.. 동네 오빠가 지나다 나를 보고는 (울 아버질 잘 아는지라)
근처의 개울물을 채워 집앞까지 들어다 주었다.
그때 너무 챙피하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그오빠가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술이 많이 취해 있었던 걸까.. 물탄 막걸리를 마신 아버지는 아무런 말없이
잠이 드셨고,, 그제사 서러움에 울며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었다..
지금도 소주 가장 작은병을 원샸으로 마시고 굵은 소금 한알로 마무리
하시는 아버지..
나도 가끔 술이 당기는걸 보면 울 형제들도 알콜릭이 될까봐 겁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