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온 손님 (1)
나는 여고 시절부터 결혼 전 까지는 대부분 고향집을 떠나 자취생활을 하였다. 주말이 되어 빈 반찬통을 싸들고 셀렌 마음으로 고향집 가는 버스를 탔던 기억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누가 뭐라 해도 집을 나설 때 받는 용돈과 반찬의 내용에 따라 자취생활의 묘미가 더해진다. 난 그보다도 집이 아닌 들판에 나가있는 때가 더 많아 자잘한 정을 받을 수 없던 어머니에게 잠시나마 듬뿍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가방을 매어 주고는 촉촉한 눈으로 돌아섰던 어머니의 마음을 가방 가득 담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살 터울의 오빠와 남동생 덕분에 안전하게 지내기는 하였으나 좀도둑은 피할 수 없었다.
그날은 이른 입대를 하는 동생 친구들과 복학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오빠 친구들이 유일하게 방이 둘이었던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먼저 제대한 이들과 입대를 앞둔 이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로 들뜬 밤을 보내고 모두 잠든 이른 새벽이었을 것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검은 그림자 둘이 어른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주방에서 건넌방으로 향하는 그들을 보며 동생을 꼬집어 깨우고는 내가 불을 켬과 동시에 소리를 지르면 동생은 현관문을 잠그기로 하였다. 그런 계산이 순간적으로 가능 했던 건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다섯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겁 없는 생각은 번개처럼 행동으로 이어졌고 아무것도 모르던 장정들은 잠결에 나오니 도둑들은 그 숫자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독안에 든 쥐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며 동생 눈이 동그래진다. 중학교 동창을 그렇게 만날 줄이야! 다른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던 그들은 어울리기를 좋아해 받아온 용돈을 꾸어 쓴 돈 갚기에 급급한 나머지 차비조차 없어 이곳 까지 원정을 온 듯하다. 처음 이라는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본 자취생 친구에게 차비를 꾸어주고 졸지에 내 동생은 도둑의 친구가 되어 버렸다.
나의 밝은 잠귀가 유감없이 발휘되기도 했지만 자취 생활 중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 날이기도 했다.
내 형제들과 함께 한 살갑고 든든했던 그때의 옹근 정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