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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것들


BY 억새풀 2006-04-09

 

요즘 들어 문득문득 자아상실(自我喪失)에 빠진 것은 아닌 가 자문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일과로 하루하루 세월을 보내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드는 거겠지 하고 자위도 해 보지만 그래도 늘 마음 한구석의 석연치 않은 빈 공간을 마주 할 때마다 무엇을 잊고 있는 것인가 자문을 해보곤 한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채 잊고 사는 것이 어찌 자아(自我)뿐이겠는가.

시대의 변천으로 풍요로운 삶과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우리들은 집을 잃은 세대가 되어버렸다.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였던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면 대문 밖에 나와 먼발치로 내 새끼 오길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과 나를 발견하 시곤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어깨에 멘 가방을 대신 들어주시고 대문을 밀고 들어가시며, 이것저것 물어보시면서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 들어가라는 당부도 늘 잊지 않으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이 우리의 집인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집을 잃고, 대신 상자 안에 갇혀 사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편리함 때문이라지만 우리가 얻은 편리함 보다는 잃은 것이 너무나 크다.

인간다움의 상실과 삶이 삭막함이 그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마을이 가지는 그 소중함에 대해 아무 설명조차 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우리 아이들은 마을을 모른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속한 소속감의 상실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저 내가 사는 곳의 시민이려니 하는 막연한 소속감이다 보니 애향심이란 것도 찾아볼 길이 없다.

요즘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소위 네띠앙 이라 불리는 현대인들이 걱정스럽다.

도무지가 관용을 모르는, 마치 누군가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조종당하는 인간 집단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

남들이 비판하는 것에 동참을 하지 않으면 마치 왕따를 당하는 것으로 아는 건지, 그리고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자기의사 표현을 조금이라도 잘못할라치면 인민재판 형식의 기관포 세례를 받으니 말이다.

자꾸만 <조지 오웰>의 <1984년>의 공포가 뇌리를 스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이야기가 빗나가버렸다.

며칠을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곰곰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난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진정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며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등등.

무슨 우울증이나 염세주의철학에 빠져 그런 것은 아니며 절실하게 실질적인 답을 구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내게 되었다.

“아~!! 그걸 잊고 있었구나” 하고 자탄의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로 하고 싶었던 작업이건만 무엇에 쫓긴 사람처럼 그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5일장 순례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 벌써 3년 전 일이였는데 그동안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으니, 새삼 지난 그 시간이 그렇게도 아까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난 참 구닥다리 인생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남들은 명품이니 뭐니 구경하러 백화점이니 대형상가를 찾아다닌다는데 나는 그런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흙냄새 풍기는 시골 재래시장을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사는 것을 좋아하니 말이다.

결코 비싸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비닐봉지 하나 가득 푸성귀라도 사가지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마치 그것을 구하고자 천릿길을 헤맨 사람과도 같이 무슨 소중한 물건을 아주 어렵게 구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남들은 이해를 하려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5일장도 이젠 그 모습들이 많이 퇴색하여 각 지방마다 특색이 점점 사라지고 대형마트에 밀려 몇몇 곳을 제하곤 초라해지기 시작한다.

그 훈훈한 전국의 전통5일장을 다는 못가 봐도 내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꾸준히 여행 삼아 돌아보기로 작정을 하였다.

글로 써서 남기기 힘든 부분이라면 소형 녹음기로 녹취를 하거나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싶은 욕심이다.

다가올 4월부터는 적어도 매주 한 곳은 둘러보기로 마음먹어본다.

그때그때 답사기 내지는 기행문을 올려놓을 테니 많이들 읽어주었으면 고맙겠고 소개할 만한 곳이 있으면 그곳 5일장의 특색과 아울러 추천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다니며 장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도 보게 될 것이며 그 또한 좋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