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00엄마와 통화를 하면, 기어코 울고만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자제를 했는데,
완쾌가 됐으니까 그녀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같은동 같은 라인으로, 그녀가 이사를 오면서 우린 알게됐다.
어느날 엘리베이터안에서 그녀가 말을 시켰다.
\" 저, 혹시 성당다니시나요?\"
\" 네. 어떻게 아세요? \"
\" 현관문에 교패가 붙었는데, 어느분인가 궁금했거든요.\"
\" 아! 예. 성당 다니시나봐요? 새로이사 오신분이신가요?
그런데 성당에서 한번도 뵙지 못한거 같아요. 자주뵙죠. 반모임에도 나오시고요. \"
우린 아주 짧은 시간동안에 첫만남을 가졌지만,
다음에 한번 초대해서 차라도 한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길 몇달........
전화번호를 모르니까, 마음먹고 인터폰을 했다.
\"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같은 성당 다니는 엄마인데요. 차 한잔 하러오실래요?\"
그녀의 얼굴은 몰랐지만,
그녀의 대모님과 내가 같은 레지오를 했기때문에,
그녀의 남편은 국립대 수학과 교수라는것,
온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대학을 미국에서 다녔다는 것,
딸이 하나이고, 영어과외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 등등은 알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안에서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그녀 또한 나와 같은 오해를 받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 나는 그녀에게서 동지의식같은걸 느꼈다.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하는 나로선, 의외라고 할만큼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 00엄마! 저 인상 안좋아서 사람들이 굉장히 저 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자기두 첫인상 굉장히 안좋은거 알아요? \"
그녀와 난, 그자리에서 쓰러질만큼 웃고, 또 웃었다.
나의 직격탄 한방에, 그녀는 무장해체가 됐다.
그순간부터, 우린 서로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친정식구들은 모두 미국에 있고, 시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한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그녀와, 난 서로에게 좋은 친구관계가 시작됐다.
거리낄것도 없지만, 예의를 지키는, 서로를 존중해주는 사이라고 할까?
우리 둘이 고작 하는 일이라고는,
같은 미용실 다니기, 가끔씩 백화점 가기, 맛있는 점심먹기,,,,,,
둘다 외출한번 하려면 스케줄을 잡아야만 했다.
돌아다니는게 체질에 안맞는 우리는 몇시에 1층에서 만나 하는 식으로,,,,,
불쑥 불쑥 아무때나 방문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내가 트렁크 2개를 가지고 나올때까지,
한번도 그녀에게 내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다.
하긴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 나의 대모님 말고는 )
그녀에게 고백하지 못한게 죄를 진것처럼 늘 마음에 걸렸다.
그녀를 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었다 .
\" 진심으로 미안하다!
자기처럼 투명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 주변에, 나같은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험한꼴 보이는 사람이 되서, 미안해.
나 자기를 남겨두고 온게, 꼭 물가에 애를 놓고 온거 같아서 마음에 걸렸어.\"
\" 내 생각하긴한거야? 이제 나혼자 어떻하라고,,,,,
자기가 가끔씩 지나가는 말로할때 진지하게 생각할걸.
자기한테 그런일이 있을줄은 몰랐어.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내 탓인것만 같아. 내가 미안해.\"
그렇게 그녀를 만나고 온지 몇달이 됐다.
완쾌된 기념으로, 아주 오랫만에 명랑한 기분으로 전화를 했다.
\" 잘지내고 있는거야?
얼마전에 서울 갔었는데 자기 생각했어.
장사는 잘되고 있어?
건강은?
빨리 돈벌어야지? \"
\" 응, 나 굉장히 잘지내!
사업두 잘되고, 그래 빨리 돈벌어야지! 그래야 연애두 할 거 아니야? \"
\" 무슨 돈 벌어놓구 연애냐 다 늙어서, 연애는 지금부터 해야지? \"
\" 정말 ? 그럼 연애 할사람 주위에 없나, 항상 신경쓰고
주위에 동료교수 와이프 죽었다는 소리 들으면,
무조건 나 1번으로 소개해야지되 알았지? \"
깔 깔 깔,,,,,,,,,,,,,,,,,
바른생활 그녀!
해맑은 그녀!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미국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성당 나갔는지 체크할만큼
모태신앙인 그녀가 도발적인 발언을 한다.
\" 연애를 하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