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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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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BY 민들레홀씨 2006-04-01

길가에 개나리가 줄줄이 노랗게 피었다

산들거리는 바람에 누가 더 새초롬이 한들거리는가를 내기라도 하듯 그 설레임들이 사춘기 소녀의 사랑만큼 아릿하다.

개나리의 노오란 유혹에 빠져 우리 식구들 봄소풍 한번 갈까나 하며 혼자 이리저리 계획을 세웠다.

이번 주말? 다음주말? 너무 늦으면 벗꽃의 꽃망울의 피어오름을 놓칠수도 있겠구나 하는 막연함에 마음만 분주했다.

적어도 오후녘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한통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나의 계획은

봄을 보내기전에 꼭 해야만 하는  과제였는지 모른다.

 

[ 어디 아픈거니? 어째 소식이 영 없어서...]

[어.. 엄마야? ]

[바쁘냐? ]

[그냥...그렇지뭐]

[아이들은 잘 있는거야? 신학기라 아이들 몸도 벅찰텐데...내 보약이라도 한재 지어보내랴?

너도 그렇고, 박서방도 봄타느라 식사나 제대로 하는거니?]

작은 핸드폰사이로 흘러나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봄이 아니였다.

봄을 느끼시기 전에 자식들 걱정의 계절을 보내고 계셨다.

언제쯤 통화를 했을까?

그렇다.... 이럴때 남이였다면 

[오랫만이다...어떻게 지내니]

라고 했을것이다.

오랫만..

왜 부모님께는 늦어도 늦어도 그것에 오랫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일까.

혹여나 바쁜 자식들 시간이라도 뺏으실까  전화 하시는 것도 시간보시며 전화기를 들었을  울 엄마를 생각하니  봄소풍에  짙게 드리워진 개나리 꽃잎에 생각이 메었던 내모습이 이토록 모질 수가 없다.

엄마..

조용히 가슴으로만 읊조려도 마음한켠이 쑥 무너져 내릴것만 같다.

홀로 아침을 맞으셔야 할테고, 홀로 아침밥을 드셔야 할테고, 홀로 텔레비젼의 오락프로를 보실테고,,,

아이들과 신랑과 함께 아침을 맞으며, 아침밥을 먹고, 저녁 온 식구들이 잠들때까지 나는 홀로 하는 일이 없다. 무겁게 가라앉은 엄마의 부재의식은 그제서야 고개를 디민다.

낼 아침에는 전화 한통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스치우고, 또다시 아침이 되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들 속에서 난 또다시 울 엄마에게 홀로 있음의 연습을 시키우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의 시간이 없다면, 지금의 이때가 아니라면 혹여 엄마에게 노란 개나리의 향기를 전해줄수없을지도 모른다.

----엄마...개나리가 피었네요.

       조금후면 벚꽃이 만발하겠지요?

       봄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우리 엄마의 머리엔 하얀꽃이 하나, 둘 더 피어날테구요.

       항상 내 코끝에 감기우는 공기처럼 항상 내 곁에 머물러 계실것만 같아서

       그것이 불변의 법칙인것 같아서  한번도 믿어 의심치 않아 아니 의심조차도 하지 않아

       엄마를 가슴에만 꽁꽁 가두어 두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엄마, 비록 공간에서는 홀로 계실지 모르지만, 엄마의 가슴에는 결코 홀로 계시지 않도

       록 노력할께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

   

 엄마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주름진 얼굴, 주름진 굵은 손마디..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카락..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짐이 될까 염려하시는 감추어진 외로움...

엄마에게도 봄을 드려야한다.

인색하기 짝이 없는 자식의  봄을 사랑하는 울 엄마에게 전해드려야 한다.

개나리와, 봄바람과, 손주손녀들의 환한 웃음으로  지금이 봄이라는것을 엄마의 가슴에 안겨드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