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음력 이월 이라 그런지 양력 삼월의 냉기가 기세등등 하니 장난이 아니다. 여기 바닷가는 해풍이 섞여 어디가 발원진지 아주 멀리서 부터 옮겨온 노도 같은 질풍이 짧쪼롬 하다 못해 아주 절여 벌이는 꽃샘 추위다.
낮이고 밤이고 길거리엔 몸사리는 사람들로 잔뜩 을씨년스럽다. 요맘때 절기와 요시간쯤에 부질없고 외로운 그 아재가 있었다.
어렸을적 우리집 골목에 해가 슬그머니 꼬리 내릴때면 언제나 쩔렁거리는 가위소리 반주 삼아 가슴 아프게~ 가슴 아프게에~ 녹슨듯 쉰목으로 애잔을 깔고 있는 목 . 없는 목 다 동원 하는 재만이 아저씨가 생각 난다.
등에 짊어진 엿판은 반쯤 비뚤어져 하얀 밀가루가 바지춤 에 흘러 내리고.. 벌어진 엿판에 매달은 촘촘한 그물망태 에는 여자 코고무신 남자 검정고무신 사이다병 술병 춤추듯 엉켜있다.
아저씨 노랫가락에 신호 받듯 미리 찿아둔 고물 들고 쫓아나가면 당연한 파장은 꼬마들에게 푸지게 돌아왔다.
엿판 가슴팍으로 돌려 놓고 절룩이는 다리를 희안하게 버팀목으로 꼬우고 끌 같은 무쇠 엿칼로 인절미 썰듯 가위로 치면 엿이 툭툭 ... 막판 떨이미 ( 떨이) 는 개평 얹어주듯 푸짐 했다.
좀 더주이소~ 열너댓살 처자가 앙살 부리면 입에 홍시냄새 술술 뱉으며 니가 예쁜 색시 하나 소개해 주몬 마이 주지.. 장난 처럼 던지곤 했다
재만이 아저씨는 엿방에서 엿 만들고 그리고 어떤때는 엿판을 등어리에 짊어지고 팔고 어떤때는 엿을 구루마에 싣고 팔기도 했는데 본인의 다리가 성치 못하기 땜에 주로 개나리 봇짐 마냥 짊어지고 간단한 장사를 한것 같았다.
그 어느날인가 그때에도 아저씨 올 시간쯤에 떨이엿의 매력에 온 광을 뒤졌으나 암것도 건지지 못해 에라이 간크게 할바시 (할아버지) 씻어서 물빠지라고 엎어논 고무신을 개춤에 슬쩍 감추고 나왔다.
불쑥 내밀자 번쩍이며 새하얀 고무신을 본 재만이 아재는 노발하며 고함치듯 입을 벌리는데 누런 금니가 빠져 나올듯 나무랐다. 그바람에 할바시가 밖을 내다 보고 기가찬듯 번개 처럼 그 고무신으로 궁둥이를 후려치는데..
그래도 재만이 아저씬 고물만 바꿔주지 신물은 절대 아니올시다 였다. 시무룩한 소녀에게 한점 더 떼어준 엿은 진짜 맛있었다
돌아서며 참새방앗갓 같은 당부를 노래한다.. 이삔 색시 알아봐라이~ 한번 굳힌 몸도 괘안타 아가야~ 절절한 심경인것 같았다..
국방색 건빵바지는 때가 보이질 않아 그렇지 석달열흘은 족히 입고 댕겼다 목이 쭉 늘어난 도쿠리 쉐타는 엿기름으로 절어 있었다..
찔레꽃 붉게 피이는~~ 절뚝이는 걸음은 노래 장단을 맞추는거 같고 그날따라 재만이 아재는 노래도 하고 방구도 뀌고 엇박자가 된 걸음걸이는 아저씨를 당황케 했다.희끗희끗 돌아보며 멋쩍어 하는 순진한 재만이 아재는 지딴엔 도망치듯 뛰는데..
등판떼기 엿판엔 밀가루가 놀란듯 풀풀 날리고 아저씨의 다리는 허겁지겁 꼬이고 방귀소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뽕.뽕뽕~~
어지고 순박한 재만이 아저씨보고 우리 동네 아줌마 할매들은 만날적 마다 아재야~ 어서 상투 틀어라 홀애비 꼬라지 안보거로... 애틋이 관심 가져주었다
그 아재가 별안간 그리웁다.. 장가를 갔는지 지금은 할배가 되었는지...이 꽃샘추위 하고 암 연관이 없을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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