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식어낼 양으로 오락가락 하던 비가 재대로 내리고 있었다.
이밤 흠뻑 내린비로 잎새들에 묻어있는 여름의 자취가 씻기워
버릴것이다. 아주 말끔하게..
아들의 졸업식.
오래전에 딸아이가 중학교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왜 시험을 마쳤는데도 마음이 시원하질 않지”
“왜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은거지?” 하면서 의아해 하였던 적이 생각났다.
아마도 지금의 나의 심정도 마치 그때 딸아이와 같다는 느낌이다.
뭔가가 개운치 않은 텁텁한 느낌이다.
이른 시간,
다행히 비는 그치고 막 솟아오른 붉은 햇살이 눈부시어 차창 가리개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3명이상의 승객이 탄차가 사용할수 있는 차선을
이용하니 다른 차선에는 죽욱 밀려있는데 우린 계속 달릴수 있는 것이
조금의 시간을 단축 할수가 있었다.
졸업사진.
남들의 집에 걸려있던 사진들이 은연중에 부러웠던가?
신청을 하지 않은 아들을 몇번이나 싫은 소리를 하였다.
“나중에 사진관에 가서 찍을 생각하면 그건 아주 오산이야”
“그 날 찍지 않으면 절대 다시 찍을수 없어” 등
주위의 말들이 생각이 나서 마치 꼭 남겨두어야 하는 절대적인 것처럼
다른것에 석연한 마음들이 모이어 그것에 집착이 가고 있는 것이였을까.
남긴다는 것, 있으면 좋겠지만 없은들 어떠랴.
아주 드물게 잠깐의 극성이 발동이 걸렸으나
이네 없으면 어떠랴로 마무리 짓고 편안을 되찿기는 하였다.
학교내 모든 기관들이 막 시작을 준비하기전 한가로운 시간.
서둘러지 않아도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매점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들은 “이렇게 먹으면서 5년을 살았지요”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음에 이제 다시 올 일이 없음에 조금은 시원섭섭한 말투다.
함께 교정을 돌아보며 건물 소개를 하여 주었다.
남편은 이곳이 처음이나, 지금은 그때의 흔적도 찿을수 없지만
난 결혼후 바로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찿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공부한 농업계통은 먼 외곽지대에 있음을 그때
처음 알게 되어 다시 이곳에 올 기회는 다시 없었지만.
딱히 하고 싶은것도 없었고 한다해도 영어부터 다시 하여야 하여.
그렇다고 먼곳으로 가서 알아볼 기회도 마음도 없었다.
잊어버리고 살다가도 아주 작은 미련이 미세한 바람처럼 잠깐씩
스치기도 하지만.
잠깐의 빈 시간의 공간이 생기면 드러누워 샛잠을 즐겼다는 곳은
도서실과 낮은 강의실들로 둘러쌓인 그리 넓지 않는 아담하고
색깔 예쁜 잔디밭이였다.
한두명도 아니고 햇살 좋은날 덩치 큰 학생들이 여기 저기 드러누워
뒹굴고 있는 모습. 또 아들처럼 코까지 고는 학생들 때문에 쉼을 갖는
다른 학생들의 이마가 찌푸려 지지나 않았을까?
잠깐의 눈붙임이 살짝 지나쳐 강의시간에 지각하여 허둥대는 모습들,
옛일이 눈앞을 스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아이도 언제인가는 이곳, 침대보다 더 폭신함을 느끼며 꿀맛같은
샛잠과 쉼을 즐기던 이곳이 그립기도 할것이다.
그때가 그래도 좋았어. 지나간 시간들은 언제나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좋은 시간이건 혹은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까지도
왜냐면 다시 돌아올수 없는 것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