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여자
무엇이 다른가!
아내는 왜 여자가 되고 싶어하고 여자는 왜 아내를 꿈꾸는 걸까?
세상의 남자들은 아내가 여자이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내가 여자인 것을 잊고 산다.
그리고 세상의 여자가 자신의 아내이기를 바라며 산다.
그래서 여자는 그남자가 마지막 남자이기를 바라고
남자는 그여자가 첫여자이기를 바라는 걸까?
오늘 아침
아버님 드실 국을 끓여 남편손에 들려보냈다.
일주일에 한번씩 ,어머님 돌아가신 3년여동안 남편은 자신의 주말을 반납하고
아버님께로 간다.
처음에 나도 주말이면 따라나섰다.
주변의 모든일들을 제쳐두고 아버님께로 가기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틀에 짜인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이기에 주변의 경조사도 많았고
친구들과의 모임,산에가는 일...그런 일들을 눈감아두고
홀로계신 아버님께로 가야하는 의무는 쉽지않은 선택이었다.
얼마간 함께 다니던 내가 주말에 일을 하게되어 함께하지 못해
이상하게 혼자가는 남편등이 애잔하다.
형제가 팔남매지만
어머님 돌아가시고 처음은 번갈아 다니더니
지금은 맏형의 몫이 되고 말았다.
8남매 맏며느리...맏 아들...
언젠가 읽어본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란 내용처럼
참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간다.
그래도 다행인건 내남편은 그일을 마땅히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는 일이다.
내게 가끔 미안해 하면서...일하는 아내가 감당해야할 신경줄이 얼마나
팽팽한 줄 알기에 그는 그저 내가 준비한 음식에 감사하며
가져다 드린다.
그 모습이 또 애잔하다.
이런 아내가 어떻게 해사한 여자같이 웃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남편이 돌아오는 시간이면 옷갈아 입고 화장하고 남편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일하고 집에 들어온 아내는 그만 늘어지고 만다.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여자로 보이기 위해 애쓴 하루
그 하루의 고단함을 집에서 위안받고 싶다.
그런 아내에게 여자를 찾고 싶다면 얼마나 힘든일인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루종일 얼굴에 시멘트처럼 바른 화장을 박박 지우고
찬물로 세수를 한다.
하루종일 스프레이로 고정되었던 머리도 질끈 동여매 눈앞을 가리는 머리칼을
묶어올린다.
온몸을 타이트하게 가둬 놓았던 옷을 벗고 헐렁한 옷에 몸을 넣어두고 싶다.
꼿꼿한 자세로 일해야 했던 허리도 쇼파에 뉘어두고 싶다.
싱크대에 수북한 설거지 거리도 짜증이 난다.
그런 아내가 뽀샤시하게 웃으며 여자처럼 상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설령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하루종일 집안에서 얼마나 동동이는가!
하면 표시안나고 않하면 표시나는 집안일로 얼마나 지치는가!
그 전업주부도 저녁이면 주부에서 퇴근하고 싶어진다.
사무실 불을 끄고 서랍을 닫아두고 퇴근하듯이
집안일을 잠가두고 자신만의 시간으로 퇴근해가고 싶은데
전업주부는 끝도없이 야근에 시달린다.
식구들의 불평불만을 들어가면서.
\"당신 집에서 하는일이 뭐 있어!\"
라는 불평등한 말을 들으면서....
하지만 아내는 얼마나 포근한가?
아내는 남자가 돌아오면 묵묵히 밥을 차리고 아이들의 귀가를 걱정하고
아이들의 성적표를 걱정한다.
그달 나갈 생활비를 걱정하고 가족들의 애경사를 챙긴다.
아내는 홀로 계신 아버님을 위해 국을 끓이고
미안한 마음을 얹어 남편을 보낸다.
요즘 읽고 있는 수필집
그 글귀중에 이런말이 있다.
\"아내가 있는 곳은 집이다.아내가 없는 집을 상상하기 어렵다.해 저물녘 남자들은 집으로 간다.\"
아내는 집이다. 여자들이 가꾸지 못한 집을 짓고 있다.
아내는 그집에서 여자를 꿈꾼다. 꿈꾸는 여자는 아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