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글을 읽어도 어디에서 읽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때로는 줄거리보다 한 줄 글귀에 더 감명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때는 더욱 출처가 불분명해진다.
신문에서 보았는지 책에서 보았는지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잠시 내 가슴을 때린 글이 있어 이 곳에 올린다.
봄의 땅은 생명을 틔우기도 하지만 생명을 품기도 한다.
봄에 뿌린 씨앗을 두고 하는 말이다.
봄에 뿌린 씨앗은 가을에 수확을 거두게 할 것이다.
가을의 수확의 기쁨을 맛본 사람은 새봄, 씨 뿌리지 않고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대략 이런 내용으로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내 인생의 밭에 나는 언제 씨를 뿌렸던 것일까?
내 인생의 가을날에 과연 거둘 알곡이 있을 것인가?
정말 진심으로 자신이 없다.
살면서 어려운 일, 고통스런 일들을 겪겠지만 그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되어 오히려 삶을 충만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꼭 두려움만 갖게 하진 않는다.
정작 지금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어느 날 문득 돌아본 내 삶이 너무도 텅 빈 허허로운 삶일까 하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에도 사계절이 지나가고 또 다시 새 봄이 찾아오는 것이라면 난 정말 부지런히 씨 부리고 싶은데, 씨 뿌리지 않고는 정말 못 견딜 것 같은데 나는 왜 새 봄에 대한 확신이 없는지 자꾸자꾸 작아져만 간다.
베짱이처럼 띵까띵까 노래만 부르며 살지도 않았건만, 빈 손을 확인할 가을만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지금 거두어 들이는 이들에게는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