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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면 이런 민원 사례 어떻게 해결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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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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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네.


BY 은하수 2006-03-17

참, 이상하네.

잘 덤벙대는 첫째 녀석(초등 4)이 그랬다면 그런가부다 할텐데

(실내화도 금방 잃어버리고 어떤 때는 실내화 3짝을 주머니에 한참 넣어 가지고 다닌다.)

순하면서(한번 골내면 감당 못할 때도 있지만) 비교적 차분한 둘째 녀석인데

유치원만 4년을 다니다가 보니 깐돌이가 다되어 학교에 보내 놨더니

이번 주에만 두번을 알림장 노트를 잃어 버리고 왔다.

왜, 하필 알림장이란 말인가?

알림장이란 학교에서 선생님이 준비물이나 숙제, 지켜야할 수칙 등을 적어주는 것을

받아 적은 다음 선생님 확인 도장을 받은 뒤 집으로 가지고 와서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다시 확인 싸인을 받아 가는 공책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학교와 부모 사이에 왔다 갔다 하는 연락노트이다.

이것이 없다는 것은 선생님과 부모사이에 연락망이 끊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 때는 선생님이 적어준 것은 나만 보고 필요한 것만 부모님에게 요구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게다가 알림장이란 것 있지도 않았다.

어떤 형식의 노트가 아니고 수첩이란든지 자기가 지정한 일정한 공책에 재량껏

기록하곤 했었다.

요즘은 왠 노트도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 8칸 10칸 국어공책, 줄공책, 알림장, 일기장,

받아쓰기장, 종합장, 독서기록장, 환경일기장, 음악공책, 중학교 때나 구경했던 한문 공책과

영어 공책 등등이다.

칸공책이나 줄공책에 적당히 제목을 붙여서 그 용도로 쓰면 될 일 같은데

가르치는 학교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다. 꼭 종합장이면 종합장, 알림장이면 알림장을

지정해서 가지고 오란다.

깐돌이긴 하지만 보름 가까운 신입생 노릇으로 약간 주눅든 표정을 한 둘째 녀석이

그저께 저녁 알림장을 잃어버렸다고 새 공책을 달라기에 새 알림장을 툴툴거리며 꺼내어서

분명히 녀석 가방에 넣어 주었다.

이튿날인 어제 당일 또다시 잃어 버리고 온 둘째 녀석, 자신도 난감한 표정을 한다.

미안한 표정도 아닌 어리둥절한 그 표정이 나를 더 화나게 해서 \" 넌 바보야.\" 하고

막말도 해 보았지만 누워 침뱉기였다.

할 수 없이 종합장에 적어온 알림장 내용에는 싸인펜 글씨로 \"알림장 보내주세요. 꼭.\"

하는 담임 선생님의 경고성 메세지가 적혀 있었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나는 새 알림장을 또 꺼내어 한 모서리에 구멍을 뚫어 노끈을 매달아

가방 손잡이에 연결했다.

둘째 녀석은 가방을 교실 뒷편 사물함에 넣어 두기 때문에 가방에 매달면 불편하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지도 미안한 구석이 있는지 떼는 못 쓴다.

지저분하게 노끈이 손잡이에 매달린 꼴이 녀석 눈엔 더 싫다는 것을 내가 잘 안다.

더구나 알림장만 좋아하는 도둑이 있다면 그깟 나이롱 노끈쯤이야 자르면 그 뿐일 것이다.

그래서 노끈을 다시 풀고 이번에는 수업 시간 중에 책상에 항상 둘 수 있는 교과서인

<우리들은 1학년>과 알림장을 겹쳐서 넓다란 스카치 테잎으로 발라 버렸다.

그것도 안심이 안되어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아이가 물건을 잘 잃어 버려서 교과서와 같이 붙여 놨다고 말씀을 드렸다.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하는데 제가 바빠서 힘이 들며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선생님은 알림장을 잘 챙겨 주시고 지각을 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점잖은 훈계의 말씀을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초등 1년 신입생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똘똘해도 한순간에 바보가 될 수 있다.

지금은 4학년이 된 첫째 녀석을 먼저 키워본 결과 그렇더란 말씀...

 

무슨 뉴스가 있을지...

오늘 또 기대해 본다.

 

1학년 입학 신고식을 요란하게 치르는 둘째 녀석...

올 한해 무사히 잘 넘어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