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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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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전 핸드폰에 남겨진 메모..


BY mspark0513 2006-03-10

 

핸드폰에 저장 되어져 있는 메모를 정리하다가 일 년 도 넘어 기록해둔 메모를 발견했다.

 

“12시~12:20분 오후6시~6:20분 두 명이 교대면회 가능. “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피곤한 얼굴로 앉아

면회를 기다리는 사람들……. “

 

내 기억의 창고에 담겨져 있는 그때의 상황이 어제 처럼 선명했다.

 

**병원

몇 달 전부터 이상 증세를 보이던 친정아버지는 대장암이라 했다. 수술을 위해 입원.

오래된 병원인 구건물의 보호자 대기실은 의자도 옹색했다.

내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계신 것은 아니지만 지나던 길 잠시 그들과 함께 고단한 의자에 앉았다.

 

20분의 면회를 위해 아니 10분의 면회를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올라온 이 있을 것이고,

멀지 않아 세상과 이별하는 환자와의 만남이 애절한 이도 있을 것이었다.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어젯밤 거친 숨소리를 이겨내야 하는 이도 있을 터였고,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 병실로의 병상 이전이 계획된 이도 있을 터였다.

희망과 절망이 복도 안의 공기가 되어 있었다.

 

밤새 아버지의 병실을 간호 하던 나의 몸은 불편하기만 했던 그 의자에서도 쉼을 원했는지

긴 한숨을 짓고 눈을 감았다.

그때, 병원비에 대한 걱정으로 사나워져(?) 있는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사나와져 있어야 하는 것이 어찌 그들 탓일까. 순간...가슴이 아파져 왔다.

전날..길게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순전한 걱정보다는

정직하게 나도 그들과 같이 수술비와 치료비를 걱정함이 더 컸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난한 이들의 병들음은 그래서 더욱 고단했고 죽음도 그러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건만 예기치 못한 불행에 대해 저항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의 현상들에 대한 무기력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