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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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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친구 1)


BY 김현수 2006-03-10

친구를 10년만에 만났다.

대학교수가 되있다는건 10년전 만났을때 이미 알고 있었다.

얼마나 교만을 떨던지, 시건방진 태도에 우린 서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난 그만 실망하여 그애의 아름다운 추억마져도 잊었다.

커피보다  더 쓴 기억만을 남긴채, 차가운 시선으로 커피셮을 나왔다.

 

어쩌다 한번쯤 생각나기는 했지만,

\"그럴 애가 아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는 나 또한 젊어서, 친구를 이해하려 하기보단, 시건방떠는 모습으로

치부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얼마전에야 친구가 생각났다.

싸이월드를 뒤지니 그 친구 홈피가 있었다.

10년만에 통화를 해도, 어제 본것처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목소리.

다시는 만날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실망감이, 어느새 반가움으로 변했다.

 

\"너도 늙었구나\"

아니 찬찬히 살펴보니 얼굴살이 빠졌다는 것 말고는 그대로였다.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본 뒤라 그런가, 친구의 진짜모습과, 의도적인 모습이 보였다.

\"교수생활 하기 힘들지?

학연, 지연, 혈연 없이 너처럼 혼자 맨땅에 헤딩 하기는 정말 어려웠을꺼야\"

 

근엄해보이려고 애쓸 수 밖에 없었던 친구를 난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로소 친구가 마음의문을 연다.

\"정말 어려웠어. 난 혼자 해냈거든\"

\"동료교수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월급은 용돈으로 쓰고, 생활비에, 승용차는

 모두 집에서 사주는거야\"

\"그래 출발선상이 다르니까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거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니가 그분들보다  더 훌륭해\"

 

\" 넌 오로지 실력 하나로 모든걸 이뤄냈으니까!\"

 

그런 훌륭한 친구를 가진것이 자랑스러웠다.

마치 내가 교수가 된 것만큼,,,,,,,

 

\"근데 너가 맨날 교수 마누라시켜줄께  결혼하자고 할때

 너랑 연애 할 것 그랬나봐\"

 

그가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 너도 잘 살고 있잖아?\"

\" 그래 잘살고 있는데 너랑 결혼했으면, 더 행복했을거 같아?\"

 

난  \"더\"라는 부사를 넣어서 지금의 내 행복을 과장했다.

 

\" 나 가정을 지켜야 되거든?

\" 나도 가정을 지킬거거든. 니가 그때 대형사고 한번만 쳤더라면,,,,,,,

  너 나랑 결혼 못한거 후회하지?\"

\" 아니 다행으로 생각해\"

 

하하하  호호호

우린 유쾌하고, 격의 없는 대화로

오랫만에 유년의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갔다.

 

코흘리개 초등학교 동창.

우린 여전히 쿨한 친구다.

 

친구는 여전히 내가 전업주부로 있는지 알고 있다.

 

시각디자이너 교수인 친구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긴 한것 같은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궂이 말하고 싶진 않았다 아직까지는,,,,,

 

조금 더 커진다면,

아님 시작단계인 지금부터 조언을 들어볼까

생각만 하고 있다.

 

오늘은 친구가 정직하게, 혼자힘으로, 오늘까지 왔다는것

그것보다 더 감동적인건 가정에 충실하고,

가족을 존중하고 우선시 하는 모습에 진심어린 찬사를 보냈다.

역시 넌 그런 애였여.

넌 정말 괜찮은 친구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런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친구이상의 감정을 갖지 못한 나는

이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사람이었다.

 

\"아이구 인간아! 나한테 대형사고 한번만 치지?\"

 

여전히 그는 빙그레 웃고만 있다.

교수가 되기까지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고맙다고

몇번씩 이야기하는 그 친구의 진심이 느껴져서

나 또한 행복해졌다.

그런 친구를 갖고 있다는것이 자랑스러웠다.

 

\"교수가 되줘서 고맙다\"

 

내 모든 친구들이 다 잘되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