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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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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빠...


BY 모모1004 2006-03-08

어슴푸레 새벽녘, 자고 있는 까만 어둠사이로 쪼물쪼물 작은 움직임이 느껴진다.

흠짓...

사알짝 눈을 떠본다.

이제 일곱살 된 작은 아들이다.

뭘 하나 가만히 지켜본다.

순간 눈물이 핑 돌고 목이 메어 숨이 막혀온다.

조막만한 손으로 새벽녘 어미 몸을 이탈해 있는 이불을 조심스레 끌어올리고 있다.

가슴까지 살포시 끌어올려진 이불 위를 토닥토닥 두드리던 아들과 눈이 마주친다.

기막히게 순수한 눈웃음으로 반가워하며 묻는다.

 

\"깼어?\"

 

제왕절개로 태어난 녀석을 입원실에서 처음 보고는 무척 놀랐다.

어찌나 작은지... 지 형을 낳았을 때는 전혀 작다고 생각지 못했었는데.. 유난히 머리도 작고 몸도 작은 아들녀석... 하필 고추도 작다!!ㅎㅎ

그저 작게 태어난 줄만 알았다.

몸조리를 하던 어느 날 아침, 녀석이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어 했다.

너무 놀란 친정어머니는 병원으로 아이를 안고 뛰셨다.

개인병원에서 빨리 큰병원으로 가보란다.

친정부모님과 함께 고대 구로병원으로 숨가쁘게 달려갔다.

차안에는 끙끙... 숨을 쉬지 못해 하얗게 된 아이의 신음소리만이 가득했다.

무서워서 아이를 만지지도 못하고 그저 울기만 했다.

\'이 아이를 구해주소서...\'

 

응급실에 도착한 아이를 진찰하던 의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온 응급실의 의사들이 모두모여 아이를 가지고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아이를 안고 층계를 뛰어오르는 젊은 의사선생님의 뒷모습을 눈물투성이 어미는 그저 보기만 했다.

 

\"맘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오늘밤이 고비에요...\"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께 빌고 또 빌었다. 미친 듯이 빌었다.

다행히 원인이 밝혀졌단다. 심장의 혈관이 바뀌어 태어난 아이... 판막사이로 난 구멍을 통해 간신히 숨을 쉬며 살고 있었는데 그 구멍이 자라면서 작아지는 바람에 숨을 쉬기 힘들어졌다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심장전문병원으로 보내드릴께요. 거기서 빨리 수술받으시는 것이 좋겠어요.\"

물었다.

\"선생님 아이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같으면 가겠습니다. 그런데.......... 뇌에 산소공급이 원활치 않아서 아이가 살아난다해도 뇌성마비같은 장애가 예상됩니다...\"

외쳤다.

\"그냥 살려만 주세요, 선생님....\"

 

병원을 옮겨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까 면회를 하라고 하신다.

들어가보니 온갖 주사바늘과 전선들에 발가벗겨진 몸을 칭칭 감긴 내 작은 아이...

\"아가야...\"

어미의 목소리를 들은 아기는 뜨기에도 힘든 눈을 억지로 떠서 어미를 쳐다봤다.

눈물을 주루룩 흘리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내 아들...

 

죽는다고... 죽는다고... 수술을 받고 회복을 하면서도 죽을지도 모른다고.. 너무나 많은 시련을 건너왔던 아이...

이상이 와서 수술이 완치되어도 장애아가 될 수 있다던 아이의 뇌는 수술 후 초음파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는 기적을 보여줬다.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아이는 지금도 작다. 커야할 시기에 너무나 큰 시련을 겪었기에 크지 못해 작다.

허나 얼마나 씩씩하고 상냥하고 건강하게 컸는지.. 너무너무 감사하다.

 

남편이 그녀에게 가던 날, 멀어져가는 남편의 차를 바라보며 녀석이 말했다.

\"나는 엄마만 있으면 돼. 내가 엄마 지켜줄께...\"

남편때문에 가슴아파하며 울고 있다가 아들녀석을 찾아보니 보일러도 꺼져있는 깜깜한 방에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던 녀석이... 나를 지켜주겠단다... 고마워라...

 

아이의 투병 내내 몰래몰래 울며 가슴아파했던 남편이 내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린 천생연분인가 보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서로를 더 배려하는 걸 보면 말이야...\"

 

당신, 진짜 그렇게 생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