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께서는 한쪽 귀가 어두워 의사 소통이 엇갈릴 때가 참 많다.
그럴 때는 꼭 알아 두셔야 할 일이라면 몇 번씩 반복해서 말씀드려 이해를 하시게 끔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방할 때는 그저 그러시려니 지나치는 게 다반사다.
오늘은 안부전화를 드렸다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우리에게 자신의 아들을 맡기려 한 시아주버님이 어떤 심사이셨는지 우리가 아버님께 속이고 있는 한가지를 일러 바치셨던거다.
아버님을 제일 쏙 빼 닮은 자식이 남편이다.
아버님은 당신 생각이 절대 맞는다는 생각을 하신 분이고 남편은 자신이 절대 싫은 것은 죽어도 싫은 성격이다.
하여,
시댁에 다니러 갈 일이 있을 때는 꼭 다 큰 조카를 우리 차에 태워 가도록 엄명을 하시곤 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 조카만 보면 답답해 하는 성격이라 그 먼 길을 함께 하고 싶지 않아 자꾸 짜증을 내다 택한 방법이 가다 고속터미널에 내려 표를 끊어 주자는 거 였다.
(녀석이 몸집이 커서 두 아이들 좌석에 녀석을 앉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너무 끼어 다녀 그걸 보는 남편이 더 답답해 못견뎌 하곤 했다)
그래서 어느날 아버님께 가다 고속터미널에서 내려 주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아버님은 못 알아 들으시고 남편은 나를 질책했다. 그런 말씀까지 드리면 그렇게 하라 하시겠느냐며.
난,
남편과는 생각이 달라 그래도 조카이고 내 자식 앞에서 그건 아니다 했는데 한번 싫은 것은 달랠 방법을 모르는 남편은 막무가내여서 할 수 없이 아버님 앞에서 거짓을 행해야 하는 게 반복되었다.
물론 터미널에서 내려 줄 때는 내가 항상 함께 내려 표를 사서 쥐어주고 가면서 주전부리 하라며 적지 않은 돈을 주었고 “미안하다. 작은아빠가 차에 꽉 차서 가는 게 싫은 모양이다. “ 하면서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지난번 설에도 스물 일곱 살 조카 태우고 가라 하시기에 이젠 성인이 되었고 취직도 되었다 하니 혼자 다닐 수 있게 해 달라 말씀 드렸지만 역시나 데리고 가라 명령을 하셔서 또 똑같은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아주버님이 일러 버리신 모양이다.
호되게 야단을 맞으면서 당신 아들 성격이 그런 것을 내가 어찌 할 도리 없어 이실직고 하지 못하고 늘 죄를 지은 것이기에 억울하기 그지없었지만 들통 난 김에 이번만 그런 게 아니고 진즉부터 그랬다며 사죄를 드리고 그 거짓으로 아버님께도, 조카에게도, 누구보다 내 아이에게 부끄러웠는데 마음이 후련타 말씀 드리니 그랬기도 했겠다면서도 애비에게 아버님 서운하신 것 전하겠다 하니 이젠 다시는 고향에 오지도 말라 하신다. 와도 문도 안열어 주시겠다고…..
곧 아버님 생신인데 또 한바탕 소동이 일 것 같다.
아주버님은 오히려 돈 생겨서 녀석은 재미가 수월찮았을텐데 어쩌자고 일러 바쳐 풍파를 일으키시는지 정말 모르겠다.
남편은 오지도 말란다고 아버님 말씀 전하면 정말 안가겠다고 할텐데……
이래 저래 심란하고 부끄럽다.
고집쟁이 남편을 어찌해야 할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