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거칠고 낮설은 경상도 땅에서 24년을 버티게 해준
제 큰아들이 오늘 심야 버스를 타고 서울로 떠났습니다.
대학 졸업 1년을 남겨두고 휴학을 해서 세상을 겪어보겠다는 아이에게
남편은 자신의 뒤를 이어 하루라도 빨리 공직에 몸담기를 바라며 반대를 했고
나는 세상 보는 눈을 넓히는것도 괜찮다며
아들의 손을 들어주었지요.
수능 쳐놓고 첫 아르바이트를 할때는 힘들다며 투덜투덜 거렸는데
이것저것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거쳐서인지
며칠전 그만둔 24시간 마트에서 낮과 밤이 바뀌는 야간 근무를 하면서도
목표 했던 두달을 잘 버티더군요 .
마트를 그만두고 이틀을 쉬면서 서울행을 추진하더니
정말로 아들아이는 이벤트 회사에 취직이 되어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준비를 하고 서울 입성의 꿈?이 이루어졌지요.
평소 \"엄마 나는 부자가 될거야..그려려면 세상을 읽을줄 알아야해\"
\"부자가 되는법 .부자로 살아가는 방법.\"이런류의 책을 설렵하던
아이는 일년을 기약하고 서울로 떠났습니다.
아이가 떠날 시간이 가까와지자 서둘러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짐을 싼 커다란 가방이 거실 한구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겨울내내 알콩달콩 모자의 정을 나누었던 아들아이는 떠나기전
\"엄마..컴퓨터가 느릴때는 ..요거를 요렇게 해서 이렇게 해..\"
\"엄마..컴퓨터가 이런 현상이 있을때는 요기로 들어가서 확인을 눌러..\"
\"엄마..내가 준돈으로 꼭 운동해..\"
떠날 채비를 하는 아들아이를 보니 코끝이 찡해
신문 정리를 하는척 하면서 코를 훌쩍 거렸지요.
아들의 친구가 배웅을 하겠다며 차를 몰고 데리고 가고
현관 번호키가 잠기는 음악소리가 평소와 달리
왜그리 썰렁 하던지요.
아이가 짐을 챙겨 떠난 방을 들어가보니
블루 침대 카바 위에 세탁소용 철 옷걸이 두개가 놓여있는데
왜 그리 허전하던지요.
아이가 떠난방..
반쯤 열린 텅빈 옷장문을 닫으려다 열어보니 빈 옷걸이들과
겨울내내 아이가 입었던 너풀너풀한 털달린 코트가 보이지를 않으니
왜 그리 쓸쓸 하던지요
알록달록 붉은 니트와 청색 남방 깜장색 남방 그리고
낮 익은 청바지들이 몽땅 없어진것을 보고 ...
책 .안경 .렌즈통 .라이타.담배.동전몆개 .휴지등이 어지럽게 놓여있던 책상이
청소기로 흡수해버린듯 깨끗한것을보고
왜 그리 가슴이 아려오던지요.
아이가 먹고간 그릇을 씻으면서 자꾸만 입이 삐쭉거려집니다
세수를 하고 얼굴에 크림을 바르는데도
눈물인지 크림인지 눈가에 미끈거려 옷소매를 잡아당겨
닦아야했습니다
\"아휴..언니 ..군대도 갔다온 24살 청년인데 뭘그리 걱정이야..\"
동생의 핀잔에
\"그게 아니더라..자식은 나이가 곰백살 먹어도 부모 눈에는 애야 애..\"
세상을 읽고 싶어 서울로 떠난 아들은 한달만에 올련지
진짜 일년을 꼭 채우고 올련지 미지수지만.
건강한 인생관을 배우고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일년간의 타지 생활이 후에 아이가 인생관을 정립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면서
서울로 떠난 아들을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렵니다.
<잠못드는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