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유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길을 물었다.
\"천국을 갈라는디 워디로 가야 하남유?\"
낯선 남자가 황당해서 쳐다보는 나를 바라 본다.
(천국 가는 길? 그걸 알면 내가 갔죠
칼바람에 덜덜 떨며 이러고 있겠소?)
그 남자에게서 술 냄새가 몹시 났다.
머리가 띵해지려 한다.
주유 할 차량은 점 점 늘어나는데 그는 방해꾼이 될 것 같다.
\"저기요\"
아무렇게나 대답을 해 버렸다.
그는 어디론가 가 버렸다.
그리고 곧 그를 잊어 버렸다.
그 남자가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린 건 얼마 후 였다.
주유소 앞 사거리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는 여자의 것이었는데 운전자로 보이는 여자가
내린 흰색 차량 앞에 납짝 업드린 검은 물체위로 흰색
깃발같은 것이 나풀거렸다.
직감적으로 그 남자임을 알았다.
조금 전에 보았던 검은 옷에 둘려졌던, 토물이 묻었던 흰색의
머풀러가 생각났다.
그 흰색 머풀러가 신호가 되었나 보다.
여기 생명이 누워 있어 스톱,스톱하라구
여자의 비명소리 만큼이나 흰색의 차량도 급정거를 하며
\'끼익\' 비명소리를 내 질렀다.
다행히 차량은 그 남자의 몸에 닿 질 않았다.
바들바들 떠는 운전자와 함께 그 남자를 부축해 주유소 한 켠으로 옮겼다.
운전자는 떠났고 그 남자는 내 차지가 되었다.
차량은 계속 밀려드는데 내가 움직이면 비틀거리며 그 남자도
따라 움직인다.
주유소에는 모두 배달 나가고 나 혼자뿐이다.
파출소에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 사이 주유를 하러 들어 왔던 차량은 꾸물거리는 내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 내며 쌩 내 달린다.
진퇴양난이다.
주유를 하자니 남자의 안위가 걱정이요, 차를 그냥 보내자니 그것 또한
말이 아니었다.
\"천국이 어디오?\"
그 남자가 또 물었다.
(모르오. 내가 아는 건 당신하고 있는 여기가 지옥이라는 것 뿐)
\"천국요? 천국 그게 마 말입니다...\" 이때 버벅거리는 내 말을
가로채며 한 노인이 끼어 들었다.
\"천국? 내가 일러주지. 자 앉아 봐요.\"
칠순이 넘어 뵈는 노파였다.
큰 가방을 들고 있고 주유소 뒷길 교회쪽에서 걸어 오는 걸로 보아
새벽예배를 다녀 오시는 분인 것 같다.
순간 노인은 내게 구세주다.
\"자 이게 천국 의장게 앉아 봐.\"
노인은 구석에 놓인 폐 타이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앉도록 했다.
폐 타이어에 앉은 남자의 가랭이 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 왔다.
김이 피어 오르자 찌린 내가 퍼졌다.
방뇨를 한 것이다.
\"얼메나 추울꼬? 얼겄서.\"
노인은 연신 그 남자가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노인은 그 남자의 바지가랭이의 물을 쥐어짜고는 신문지를 돌 돌
말아서 가랭이 위를 감아 놓고 가져다 준 점퍼 2개로 남자의 몸을
친친 감았다.
\"바람 들어 가 꼼짝 말어.\"
노인의 말에 남자는 어린애처럼 눈을 깜빡거렸다.
\"집이 어딘가?\"
\"천국 가려는데 멀었남유?\"
\"찻 길에 누웠다메? 죽으려 했는 감?\"
\"천국에 갈라구 했시유.\"
\"지가 지 목숨 앗으면 천국을 못 가는디.\"
\'죽으려구 안 했시유 걸어서라도 천국에 가려 누만유.
천국은 따습다는디 거길 가고 싶구만유?\"
남자의 손을 잡고 있던 노인은 걱정이 태산이다.
\"옷이 젖어서 안 데려 가면 워쩌, 냄새난다고 안 데려 가면 워쩐댜?\"
노인의 걱정은 기우였다.
얼마후 웽웽거리며 주유소에 들어 온 순찰차가 그를 데리고 갔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폐 타이어로 만든 천국의자 바닥에 있던 신문조각이
바람에 나풀거렸다.
그는 알까?
그가 방금 전 앉아 있던 그 자리가 진정 천국의자였음을.
가족을, 가정을 잃어버렸다는 그가 어디에 가 있든지 그곳이
따뜻한 곳 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