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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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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BY 가을단풍 2005-12-28

이 글은 중학교 졸업을 앞둔 제 딸이 보내온 편지를 옮겨 적은 것입니다.

 

 

엄마!

하늘은 시리고 투명해요.

반사된 햇빛에 눈이 부시네요.

인적이 끊긴 거리에서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신음하는 나무의 소리를 들어본적 있으세요?

춥고 고달프지만 매일 매일을 소박한 희망과 기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세고 건강한

삶의 활기가 느껴진적 있으세요?

엄마가 요즘 그러한 아름다움들을 보지 못하는것 같아 이글을 씁니다.

외부보다 내부에서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으시다는 것이 느껴져요.

가끔 흐리고 눈 오는날.어둡고 추운날.머그잔을 두손으로 잡고 공허하게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고 있는 엄마를 볼때마다 제 가슴은 철렁 내려앉고는 합니다.

지난 세월 알아왔던 엄마의 강인한 모습뒤에 자꾸만 감정적이고 약해지는 모습을 볼때면

가슴이 무척 아파요.

엄마의 맏딸로 태어난 저도 언젠가는 엄마가 여자로써 겪어왔던 사랑과 기쁨.환회와 슬픔의

일부를 따라 겪게 되겠죠.

\"내 행복보다 가족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젊음을 다 받쳤는데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왜 사는가?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등등

수많은 고뇌와 물음들과 함께 하얗게 밤을 지새울지도 모르죠.

하지만 엄마!

살다보면 가끔 자신의 존재 가채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 들기도하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나게 돼요.

그 계기는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수 있는 행운이 되기도하고 절망에 빠져 삶의 의욕과 열정을 상실하게 만드는 독이 되기도 하죠.

지금 엄마가 겪고 있는 가슴 앓이도 마찬가지에요.

\"마법의 가을\"을 아시나요.?
모든사람들의 삶 속에 반드시 오게 되어있는 특별한 때죠.

그렇지만 일생에 단 한번만 겪게되는 중요한 사건이나 시기를 의미합니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아무도 모른답니다.

눈을 감고 생가해 보세요.

나에게 마법의 가을은 과연 언제인지 과거였는지.미래일것인지.아니면 지금 겪고 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엄마가 자기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게되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엄마

육채가 나이를 먹는다 할지라도

육체가 헐벗은 가을을 맏이할지라도 정신은 더욱 더 성숙해지기 마련이죠.

더러운 진흙속에서 피어나는 싱그러운 연꽃처럼 시련을 딛고 매력적인 향기를 뿜어내는 한송이의 꽃이 되기를 바래요.

자신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사랑해보세요.

시련이란 요정이 작은속삭임과 날개짓으로 엄마를 치유하고 현명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테니까요.

요즘 자꾸 왜 그러냐고 짜증내는 식의 헛소리는 집어 치울게요.

엄마는 지금보다 더 훌륭한 인격체이자 엄마이자 아내로 발전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일테니까요.

부처님께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라는 말씀을 하셨죠.

무슨 말인지 모를리 없으니 굳이 설명은 하지 않을게요.

다시 한번 이말을 길이 되새기고 분석해보기 바랄게요.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허울보다는 정신적인 교감의 깊이와 맑음을 가진 아름답고 고귀한 영혼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 언제나 엄마 편인거 알죠?

나중에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은은한 종소리 들으며 절 안에서 둘이 향긋한 녹차를 음미할수 있를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엄마 사랑해요. 모두 모두 화이팅!

                                                    2005.  12.  27.

                                                                     ~  엄마 큰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