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던 지나가던 사람이던 그 누군가에게 불만을 갖게 된다.
단지 스치는 인연으로 만나서 불만을 갖게 된다면 그냥 잊으면 그뿐이겠지만 한 평생 같이 살아야 되는 배우자나 부모 혹은 자식에게 불만을 갖게 되면 그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경우 눈에 가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특히 시부모님께 불만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만약 이 상황에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자칫 화병을 일으키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 꾹꾹 참는 것만으로 지나갈 수만은 없는 일이라 무언가 해결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나는 배우자와 두 아들 그리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살게 된지는 6년 정도 시간이 흘렀다.
일반적으로 남편에게 불만을 가지게 되면 조용히 대화로 문제를 해결 한다던가 편지로 기분을 맞추어 설득 시킨다던가 맛있게 준비한 저녁식사로 좋은 쪽으로 해결방안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남편에게 생긴 불만은 그리 많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내가 선택한 남자이기에 모든 점들을 알고 결혼했기에 이해되고 수긍되는 면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식에게는 아직 별다른 불만을 제기할만한 상황은 없다. 어린 아이들이라 아직 엄마 손을 많이 타는 귀여운 꼬맹이들에게는 아직 불만을 제기할 소지는 없다.
문제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맞게 된 시부모님이시다.
시부모님은 내가 선택할 수 도 없는 분들이시니 무조건 이해하고 수긍하고 따라야하는 점이 나에겐 큰 불만이 되었다. 그리고 불만사항이 있어도 뭐라 말할 수 없고 대구할 수 없고 대들 수도 없고 조용히 타이를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하니 정말 답답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며느리는 벙어리 3년에 귀머거리 3년 뭐 어쩌고 하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런 말이 실감나는 시집살이 6년을 겪었었다.
나도 성질이 있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나만의 생활방식이 있고 생각이 있는데 시집살이는 시부모님의 순종적인 종이 되어야하고 나의 모든 방식은 무시되어 이 집안의 방식을 따라야 했다. 사실 내가 사는 우리 집안의 생활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시부모님은 참으로 부지런하시다. 여태껏 늦잠 주무시는 것 한 번도 보지 못했고 흐트러진 모습 한 번도 보질 못했고 남들에게 피해준 것 한 번도 보질 못했고 가정에 피해준적도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오직 우리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손자들 많이 귀여워 해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당신 아들 귀하게 여기시고 집안 깔끔하고 든든하게 잘 지탱해주시는 분들이시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오신 생활방식을 나에게 많이 강요하시는 분들이시기도 하다.
모든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아이들 장난감도 항상 정리 정돈되어야하고, 냉장고안도 항상 깔끔하게, 바닥도 항상 깨끗하도록……. 나도 그렇게 하면 좋다는 것쯤은 잘 안다. 잘 알지만 아직 철부지인 두 아들 녀석의 몸부림에 이겨낼 재간이 없다. 치워도 다시 어질어 놓는 아이들 덕에 매번 잔소리 듣는 것은 내 몫이다. 다른 집에 가보라고 어떤 집이 이렇게 해놓고 사냐고 핀잔을 주시는데 사실 이웃집에 놀러 다녀도 우리 집만큼 깔끔한 집 찾기 힘들건만 내가 유난히 지저분한 며느리로 보이시는 것이 여간 거슬리는 일이 아니다.
이런 말들이 내 가슴속에서 맴돈다.
‘그럼 어머님이 애기들 보고 살림한번 해보세요. 모든 것을 어떻게 다 완벽하게 해 낼 수 있나요? 어머님은 애기 안 키워 보셨나요?’
목안에서 뱅뱅 맴도는 그러한 반항 섞인 말들을 아직 내뱉어 본적은 없다.
그 뒤처리가 감당되지 않기에 서로 좋은 사이로 남고 싶은 심정으로 아직까지는 잘 참고 있는 터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그러한 내 감정이 쌓이고 쌓여 폭발해 버리면 어떻 하나. 폭로하지 못한 불만을 내가 차마 감당하지 못하고 한 번에 폭발하여 집안에 태풍으로 불어 닥치면 어떻하나. 그런 고민이 차츰 생겼었다.
사실 참는 것만이 대수는 아니다. 아무리 그 무서운 염라대왕 할아버지가 온다 한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불만을 참는 것이 좋은 길이 아닌 것을 안 것은 그 일이 터진 후이다.
집에서 얌전히 그리고 완벽히 집안일을 하길 원하시는 시부모님은 내가 이웃집 아줌마랑 저녁 늦게 30분 동안 수다를 좀 떨고 들어오자 집안일도 안 해 놓고 어딜 돌아 다니냐고 소리를 지르시며 나무라신 적이 있더랬다. 순간 난 나의 제어능력이 통제가 되지 않고 마치 나사하나가 풀린 것 마냥 흥분하기 시작했었다.
‘제가 이 집에 종입니까? 옆집아줌마랑 이야기 좀 하고 온 것이 무슨 큰 잘못이라고 저에게 소리를 지르십니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그간 대구도 별로 없던 며느리가 크게 반항하는 모습에 시부모님이 주춤 놀라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는 시부모님도 더 이상 나무라시진 못하고 무언가 섭섭한 마음이 드는 모습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쥐새끼 쫒을 때도 도망갈 구멍은 마련해주고 쫓는 법인데 그간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신 터라 무언가 할 말을 하고난 후의 솔직한 내심정은 아주 후련했다.
드디어 할 말을 하게 되어 죄송스럽기 그지없지만 날아갈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내일 아침 눈뜨면 서로의 눈빛에 많은 서먹함과 어색함이 묻어나와 아침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상황이 오겠지만 지금은 앞으로도 내 속마음은 될 수 있는 대로 보여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나도 단점 많은 사람이라고 제가 보기에 어머님 아버님도 실수하시는 것 많다고 저만 자꾸 나무라시지 말라고 이젠 좀 너그러워져 달라고 …….
앞으로는 반항하는 모습이 아닌 겸손하고 공손한 자세로 부탁처럼 말씀 드려봐야 되겠다. 더 이상 태풍이 불어오지 않도록, 마음속에 쌓이는 것이 많지 않도록 직접 말씀드리기 곤란하면 애교 섞인 말투로 조금 뻔뻔해져서 내 속마음을 넌지시 전해드려야 되겠다. 이런 말도 아마 시집오자마자는 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젠 같이 산지 6년이나 지났으니 조금씩 나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해야 되겠다.
솔직히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