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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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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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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속에서


BY 동해바다 2005-12-13



     


     혹한의 진수를 보여주는 한겨울이다. 
     더한 추위가 앞으로 줄지어 있겠지만 아직은 품 안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준비되지 않은
     몸뚱아리를 잔뜩 움츠리게 만든다. 겨울의 길목을 방금 건너온 우리에게 강추위는 아직
     까지 익숙치 않았다. 
     한치의 찬바람도 용납하지 않는 실내의 따뜻한 기온 속에서 몸은 마냥 게을러져 있다. 
     꼼짝하기 싫은 이 계절, 주부들의 큰 일거리인 김장이 모두 끝나고 저마다 배우고 있는 
     취미생활 등도 휴식기간에 돌입한다. 점점 귀찮아지고 움직이기조차 둔해지는걸 보니 
     살점들이 기세등등 활동을 시작하나보다. 올겨울은 몇 근 더 올려주마고 노리고 있는 듯..
     움츠릴수록 더욱 춥다. 
     밤사이 악조건의 컨디션을 뜨끈한 쌍화탕으로 달래고 나니 새벽녘 기상이 무척이나 가볍다.
     올겨울 가장 춥다는 기상캐스터의 예보에 잔뜩 긴장을 해 보지만 집을 나서는 발길은 가벼웠다.

     정원 45명을 꽉 채우고 만원버스는 원주로 향한다. 영동지방을 비롯 산간지방에 눈이 
     내리고 겨울복병이 기세를 부린다는 뉴스거리로 우리가 사는 지역이 마치 북극에서 사는
     것처럼 둔갑되어 얼마큼이나 춥냐고 안부를 전해 온다.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만 해도 나 
     또한 그리 생각한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산 좋고 물 맑고 공기청정한 내 고장이 더없이 
     살기좋은 곳으로 나이 더해가며 살갑게 느껴지고 있다. 
     서울에서 살았던 25년이라는 세월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소도시의 세월 10년, 
     산과 바다로 인해 풍요로워지는 나의 감성을 새롭게 일깨워줄 수 있음과 사계절 천혜의 
     기후조건이 그렇게 남들이 알고 있는 춥고 더운 지역이 아님을 증명해 줄 수 있으리라 본다. 

     대관령을 지나 영서지방으로 갈수록 아마 추위가 더 내려갔을 것이다. 
     원주지방의 예상기온이 영하 12도였으니 산에 올라 체감하는 온도는 20도가 웃돌지 않을
     까 점을 쳐 본다. 매표소에서부터 오르는 산길 옆에는 계곡물이 두꺼운 얼음이불 덮고 숨
     어숨어 흐르고 있는 듯 했다. 작은 폭포수 옆으로 굵디굵은 고드름이 폭포수를 감싸 안으
     며 세찬 물줄기 한방울씩 먹고 있었다. 
     45명이라는 대인원이 한줄로 서서 오르다 보니 그 긴 행렬에 마주쳐 내려오는 사람들이 
     머뭇거린다. 양보라는 미덕을 베풀면서 오르고 내리는 산, 삶 속에서도 한 템포 멈추고 
     서서 상대방을 기다려 줄 줄 아는 배려심이 꼭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내 사람부터 챙기
     고 너그러움으로 아량을 베풀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엉금엉금 기듯 올라가는 가파른 바위산이 지천이다. 
     사다리 병창길이란 푯말을 지나니 역시나 뺑창이라는 강원도 사투리가 무색치 않을 정도
     로 급경사의 암벽이 눈 앞에 놓여있다. 사다리병창의 병창이란 말이 강원도 사투리로 사
     다리처럼 급격한 절벽을 이룬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았다. 쉬이 오르지 못하는 곳이
     고 철계단과 나무계단으로 이어져 길의 반 이상이 계단을 밟고 올라야 했다. 
     2년 전 남편과 함께 이 산악회에 소속되어 오르다 포기한 유일한 산이기도 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남편을 두고 오를 수 없어 함께 하산했던 산, 치악산이라는 \'치\'자가 부끄럽
     게 내게 다가와 남아있는 산이다.

     치악산(雉岳山)의 옛 이름은 적악산(赤嶽山)인데, 뱀에게 먹히려던 꿩을 구해준 나그네
     가 꿩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에 따라 치악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자어로
     만 봐도 이내 알수 있는 산 이름이다. 또한 치악산에는 옛날부터  절이 많아서 현재 남아 
     있는 절터만 해도 100여개가 넘는다. 지금은 몇 개의 사찰만이 잔존하고 있다.


     아름답게 수 놓았던 산 속의 주인공은 이제 옷을 모두 벗었다.
     겨울은 한 해의 말미이자 또 한 해의 시작이기도 하다. 양다리 걸쳐 있는 겨울의 가슴은  
     무척 크고 넓다. 계절에 기대어 막연하게 내 꿈도 걸어보고 지난 날에 대한 아쉬움과 반
     성 그리고 감사함으로 마무리짓는다.
     묵묵히 겨울산을 지키고 있는 나목처럼 지난 일상의 옷들을 훌훌 벗어던져야 한다. 
     냉정하게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야무진 한 해의 끝이 바로 겨울인 것이다. 이렇게 산을 
     오르며 기록을 남기는 것은 단순한 산행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 대한 재조
     명 작업이다.
     마음을 비우고 다스리며 산을 다닌다지만 잡다한 생각과 숨가뿜으로 비우고픈 마음은 
     비워지질 않는다. 다녀온 후 기록을 남기는 이 시간이야말로 나를 세탁하고 정제하는 귀
     하고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준비된 체력과 마음가짐이 목표지점까지 다다르게 만든다.
     1288m의 정상에 돌탑이 있다. 누군가 하나하나 옮겨 왔을 저 작은 돌, 그 속에 마음에 품
     고 있던 소원을 돌에게 새겼을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단순한 인간들, 쓸모없이
     이리저리 구르는 돌 하나를 주워 의미를 부여하고 몫을 다하도록 두 손 모아 빌고 또 빈
     다. 기댈 곳 없어 기대는 나약한 인간들에게 조금은 힘이 되어주는 저 돌탑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작은 소망 하나를 걸어본다.


     산마다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는데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정상은 드물다. 
     치악산 역시 휴일 겨울산행에 나선 산악인들로 잠시의 여유와 공간부족때문에 떠밀려 하
     산코스로 접어들었다. 
     편편하면서도 많은 인원을 수용할수 있는 터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감
     사함을 한번 더 느낀다. 따뜻한 정오의 햇살을 받으며 많은 인원이 배꼽시계를 제대로 돌
     려 줄 양식 꺼내기에 분주하다. 삼삼오오 모여 웃음소리도 함께 배를 불린다. 동참한 외
     국인 한명의 .막걸리 맛있어요\'하는 멘트도 양주병에 담아온 보랏빛 오디주 한잔도 따스
     함을 더해준다. 출출했던 뱃속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포만감에 일어서기도 귀찮을 정도이다. 

     하산할땐 얌전히 업혀왔던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였다. 
     일주일 전 눈이 많이 내려 드문드문 빙판길을 이룬 곳이 있었다. 저마다 입을 잠그고 내
     려가는 사람과 조잘조잘 끊임없이 이야기 하며 내려오는 남성회원들, 고개를 옆으로 돌
     려 흐르는 계곡물도 바라보고 싶고 나무끝 우듬지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도 한참 올려다 
     보고 싶고 쌓인 눈 두 주먹 뭉쳐 작은 눈사람도 만들어 보고 싶은데 앞서가는 선두의 보
     폭은 거침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하산 지점에 다다른다. 얼어 붙었던 카메라도 그
     제서야 몸을 녹였는지 작동이 된다. 사진 몇 장을 담아 와 치악산행기의 부록으로 남겼다.
     하산완료 주차장 부근 음식점에서 다시한번 막걸리 한잔에 건배를 외치며 일년 무사고 
     산행 의 축배를 들었다. 

     1년동안 오르내렸던 수많은 산행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마침표는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다. 겨울이 끝과 시작을 함께하듯 12월이라는 마지막 한장의 달력도 내년을 기약하는 
     시작의 의미가 담겨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올해와는 다른 내년을 기약하면서 무사산행
     과 아울러 우리가정의 행복도 기원해 본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