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부터 아들아이가 조르던 숙원사업을 하였다.
크리스마스 트리장식...
약속을 잘 이행하는 어미이기로 결심한 나는
엊저녁 저녁을 먹는대로 창고에서 트리와 장식물을 넣어둔 봉지를 찾아내었다.
아이들이 반색을 하고 좋아라 한다.
박스에서 나무를 꺼내어 조립을 하고 접혀 있던 가지를 펴서 다듬었다.
어느새 싱싱한 한 그루의 전나무로 변신하였다.
그동안 아이들은
색색깔의 크고 작은 공, 내가 좋아하는 빨간 사과,
은종 사슬, 산타 할배인형, 바이얼린과 트럼펫과 솔방울로 장식한 빌로드 집,
반짝이는 커다란 눈송이, 미니 선물상자, 색종이로 접은 종,
메리크리스마스라는 팻말이 붙은 은색 반짝이 하트,
별모양의 오색전구
를 상자에서 꺼내 마루에 주루룩 늘어놓았다.
두 녀석이 그 과정에서 내게 혼이 났다.
한 놈은 팽이를 돌렸는데 던져진 팽이가 내 복숭아뼈에 맞았기 때문에...
한 놈은 별전구 꾸러미를 다 엉클어 놓았기 때문에...
그 꾸러미를 다시 풀려니 짜증이 치밀었다.
팽개쳐진 꾸러미를 아빠가 겨우 풀었다.
가만 놔뒀으면 실패에서 실 풀듯 할 수 있는 건데
애들은 참 이상해...
왜 일을 만들지...
가짜 선물 장식의 꾸러미를 풀어서 꼭 확인을 해 보질 않나.
이건 가짜야 하면서도...
화기 애애한 꿀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트리 장식을 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니
잔뜩 심통난 표정으로 별 전구를 감고 있고
아이들 표정도 심각하다...
장식은 이쁘게 되었지만
트리 장식 할 때의 분위기는 썰렁하였다.
다 하고 나서 불을 끄고
트리 점등식을 하였다.
오색 별 전구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모두 말을 잃고 한동안 바라만 보았다.
아까 괜히 화 낸 것이 후회되었다.
트리는 이렇게 아름다운데...
내 마음은 참 여유가 없구나...
한해에 한 가지씩 트리 장식을 추가해 가다 보면
나중에는 가지가 모자랄 정도로 장식이 가득해 지겠지...
해마다 트리만큼은 호사스럽게 사치스럽게 꾸미리라...
하는 작은 욕심을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