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물 안 올챙이같던 우리가
어느해 봄 두껍던 얼음을 깬 시냇물의 급물살을 따라서 힘껏 솟아오르며
너른 강 속으로 뛰어들 때 그렇게 그리워 할 줄은 몰랐어...
따스하게 보호를 받고 있던 여린 화초같던 우리가
온실 밖 세상으로 열망을 등짐같이 지고 뛰쳐 나갈 때
같이 갑갑해하던 그때를 그곳을 그리워 할 줄은 몰랐어...
너랑 같이 지내던 우물안을.... 온실속을 말이야...
외롭고 고독했었어... 나의 길은...
생각해 보면 길고 컴컴한 터널을 걸었었던 것 같아...
춥고 황량했었어...
바람 세차게 부는 표지판도 없는 들판을 걸었었던 것 같아...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어...
다만 같이 길 떠났던 친구들이 어딘가에서 나처럼 제 몫의 삶을 찾고자
같이 헤매이고 다닐 것이라는 생각에...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어...
언젠가 한번쯤 다시 모였을 때
열심히 살았노라고 네 앞에서
한껏 어깨를 펴고 싶었을까...
우리는 모두 나그네 같아...
그날 우리가 길 떠난 뒤 네가 피운 모닥불 앞에 다시 모일 수 있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구나.
그날 알 수 있었어...
우리는 더이상 온실 속 화초도
우물안 개구리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야.
모두 겨울에도 항상 푸르름을 가진 한그루의 상록수들 같았다.
너의 꿋꿋함과 변함없음에
나를 비추어 본다.
그날 내가 그토록 마신 것은 이십년간 보고팠던 갈증때문이었나 보다.
그날 내가 토해낸 것은 이십년간 목에 걸려 있던 그리움이었나 보다.
그날 내가 울음이 난 것은 길 떠난지 이십년만에 어느 주막에서 우연히
너를 만나게 된 기쁨과 외로움에 대한 감회의 눈물이었나 보다.
그날 내가 몸을 못가누게 어지러웠던 것은 주마등같이 지나간 세월을 하룻밤에
거슬러 오르며 돋아난 어지럼증이었나 보다.
그날 너와 내가 서로 부둥켜안은 것은 삼십년전의 그 꼬맹이들을 못 잊어서였나 보다.
무척 그리워했었나 보다.
그날 너랑 나랑 바라보던 차창 밖으로 쏟아지던 흰 눈송이들은
그간에 쌓아 두었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려서였나 보다.
너와 헤어지고
차에서 내린 나는 눈 쌓인 하얀 세상을 향해 비틀대며 걸어 갔었지.
나의 마음에도 백설기같이 온통 흰 눈이 내렸던 것을 넌 아니...
친구야...
변함없이 그자리에 항상 있어 줄래...
흰 눈을 덮어 쓴 상록수처럼...
친구야...
지금의 생기와 활력을 항상 간직해 줄래...
세찬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떼의 힘찬 그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