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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날의 추억


BY 김정옥 2005-12-06

 

아이가 만삭이 되어갈수록 내 몸은 그야말로 망신챙이였다.

병원에 가보았지만 병원에선 약조차 아이의 임신을 이유로 지어주지 않았고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는 단순한 신경증의 한종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몸은 이상하게 조여왔고 머리에서 쥐가나듯 저리고 들먹거려 온종일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가득이나 입덧으로 인해 아무것도 입안에 털어넣을수도 없었고 치료방법이라 해 보았자 아이를 낳은후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나는 흔들리는 내 몸을 겨우 데리고 한의원에 갔지만 통원치료조차 아이에게 영향을 줄수 있다며 할수없다는 거였다.

내 몸은 심한 마비감과 비현실감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하루하루 얼굴에서 현기증이 날만큼 후덕이고 어지러워 당장이라도 땅으로 들어가고 싶고 찬물로 뛰어들고 싶을만큼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데..

그렇게 아파있을때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아침밥을 따스하게 차려줄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게 제일 부러워서 난 매일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너무도 미안한 남편.

나에게 사랑하나로 와준 남편에게 난 희망을 잃어가는 초라한 뒷모습을 보이며 아무것도 내 자신을 위한 붙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하나없다고 믿었다.

내가 너무 아플때 남편이 불쌍해 보이거나 미안해 지지도 않았다.

그저 내 자신이 어떻게든 작은 것에 희망을 안고 삶을 붙들고 가야하는데 이상하게 난 삶의 재미와 취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나에겐 남들보다 부러운 것이 없었다.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 주는 남편과 그리고 너무 이쁜 두 아들과 딸 그리고 결혼전보다 더 낳아진 살림살이..하지만 난 무언가에게 홀린 사람처럼 자꾸 현실과는 멀어져 가고 있었다.

밤이면 난 불면증에 눈이 아프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일어나서 눈뜨는 일이 제일 행복한 일이었던 난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천년의 하루를 맞이하는 일처럼 고되고 희망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병과 그로인해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이렇게 두렵고 무서운 일인지...

내 자신의 어디에 이런 나약함이 있었던가!!!.

매일아침 싱싱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남보다 일찍 새벽잠을 설치며 난 글을 쓰고 또 그시간을 쪼개서 살림살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가계부를 쓰며 남편의 아침상을 하루도 걸러본적이 없는나는 남편에게 라면조차 끊여주지 않는 악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의 모습도 또한 점점 말라가는 남편의 외소한 몸도 전혀 내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난 감성조차 건조한 화초처럼 메말라 가고 있었던것이다.

혼자 남아 아이둘을 돌보는 날엔 참으로 두려웠다.

내 불안과 극심한 공포로 인해 갑자기 아이를 방치해 두거나 아님 심하게 우는 간난 아이를 높은 옥상에서 집어던진 우울증 주부의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장식할때마다 그것이 내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너무나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병원에 찿은 결과 심한 우울증 ...굉장히 심한 상태로서 상당한 기간의 치유가 필요하게 나왔다.

그리고 심한 공항증세로 인한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언제 치료가 끝날지 모르는 터널속을 나는 돌아다니고 있었다.

덜 아플땐 누군가 나를 잡아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너무 살고 싶은데 나도 어쩌지 못하는 죽어가는 느낌이랄까?..

마치 죽어있는 삶을 사는 벌레같은 삶이 내 몸을 꿈틀거리며 오염시켜 놓고 있었다.

집안에만 틀어박혀 그렇게 일년을 살았다.

바깥출입도 하지 않고 집안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사형수처럼 아침에 수저를 뜨는 일도 나에겐 너무나 무거우 짐이었고 또한 남편의 근심어린 배려와 사랑도 나에겐 다 부질없는 동정이라 생각했다.

해맑은 두아이의 웃음도 나를 더 이상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정신과에서 그렇게 시간을 붙들고 가는 사이 나는 조금씩 현실감을 되찿기 시작했고 왜 내가 여기까지 왔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나는 욕심이 너무 많았다.

주부로서 완벽해 지고 싶었고 남편에겐 사랑받는 아내이고 싶었고 또한 아이들에겐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어서 아이의 이유식은 물론 기저귀도 천 기저귀를 빨아대며 아이의 조그만 울음소리에도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하루종일 안고 지내다 싶이했다.

그렇게 남편과 아이를 챙기고 살림을 돌보는 사이 내 몸에선 마음이 병이 들어 부패되어가고 있는 것을 몰랐다.

밥을 거르면서 까지 아이의 이유식을 손수 만들어 먹이고 남편이 해달라는 음식은 모두 해주고 멀리 시장까지 달려가서 사가지고 와야 했다.

욕심의 키는 하늘을 찔렀다.

누구를 용서할줄도 몰랐다.

사랑을 키우기 보단 욕심과 허영 그리고 질투와 경쟁을 키워가면서 내 몸은 견딜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신혼초엔 작은 남편의 발자욱소리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압력밥솥에서 추가 돌아가는 소리 이모두가 너무나 나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었는데...

반복되어지는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난 그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다 병이났다.

어지러워 이대로 걸을수 없을 것 같아서 나무를 잡고 걸어다니기도 하였고 계단을 올라갈 힘도없어서 한걸음 옮기는데 천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1초의 시간이 흐르는 것이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눈이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가 낀것처럼 좁아진 시야로 오염된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의 욕심이 담을 넘으면 산처럼 쌓놓았던 희망이 하루아침에 무너질수 있음을 깨달은나는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그냥 목숨만 붙어있는 삶이 아닌 생기있고 향기있는 마음의 향기를 뿜어내야 했다.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의 초라한 그리고 망가져 가는 뒷모습까지 사랑해준 나의 사랑하는 남편과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두아이,

그렇게 희미한 초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던 나의 뒷머리에 벼락이 쳤다.

“너 그렇게 살거면 차라리 인생을 포기해라”

내 자신이 나에게 거는 주문이 들려왔다.

드디어 난 벌레처럼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속에서 죽어가는 내 자신을 바라보기 싫었다.

하루를 살더라고 아님 이대로 죽더라도 다시 일어나 생기있고 밝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 나를 지켜준 남편과 잠자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마를 그렇게 콧물과 뒤엉켜 눈물을 이불에 쏟아냈는지 이불이 홍건히 젖어 있었다.

우는 것조차 챙피스런 일이되고 말았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내 마음이 무너진적이 없었다.

다시 새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학교다닐때 죽기보다 더 싫은 운동을 시작했다.

이른아침 산길을 미친사람처럼 달렸다.

어지러워 비틀거린 내 모습을 보며 술취한 사람같아보인다며 누군가 손가락 질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것이 내가 하루하루 희망없는 삶으로 살아가는 거였다.

눈이 뿌옇다 다시 시야가 좁아지며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아서 물을 마구 마셨다.

가슴이 뛰었다. 온몸이 열기로 확퍼지는 듯 내 몸에 전부를 고춧가루를 뿌려놓은 듯 저리고 마비되는 통즈을 견디며 그렇게 4달을 운동에 전념하며 내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며 너무 아플땐 약에 의존하며 6개월이 지났다.

너무 기쁜 남편이 축하한다며 어느날 겨울의 아픈 크리스마스

함박눈이 가득 맞은 모습으로 퇴근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바로 TG노트북

눈물이 났다.

이렇게 미안함으로 가득한데 선물까지...

그것도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노트북..

그비싼 것을 어떻게 구입했는지........

남편의 그것을 사기위한 눈물겨운 노력에 난 그만 펑펑 함박눈처럼 울고 말았다.

남편은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한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용돈을 모아 합쳐서 겨우 돈을 마련했다 한다.

나는 그동안 글쓰는 일을 너무 좋아했다.

언제나 노트가득 책한권 분량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내 글을 신문에 실기도 하며 나의 취미생활을 이어왔었다.

아프기전엔 ...

하지만 아프면서 난 그 모든 것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희망 다시 삶을 살수있게 해준 사랑스런 남편이 준 선물.

그것은 노트북이 아닌 남편의 눈물과 사랑이 베어있는 값진 거였다.

나는 글을 쓴다.

혹시 글을 써서 당첨이 된다면 남편에게 멋진 선물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예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어제는 다림질을 했다.

그동안 남편의 구겨진 뒷모습이 보기싫었었다.

다림질로 내 마음의 구겨진 주름을 펴리라.

이제 남편의 반듯한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나는 비로서 참 행복을 느낀다.

너무나 사랑해서 정말 평생 내가 그의 언덕이 되어주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험란한 길을 걸어돌아와 그의 얼굴에 주름꽃이 하나더 늘은 것은 아닌지.......

이제 건강해진 내가 그를 위한 언덕이 되어야 겠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의 겨울날 대문을 열며 서있는 그의 언손엔 소담스럽게 눈이 내린 노트북이 들려있었다.

지금 난 그로 인해 평범한 주부가 되었다.

“당신 이게 뭐야” 양말좀 벗으면 제자리에 놓아“

재떨이좀 비워야지“..

여보. 이거 먹고가야지“ 하면서 한잔의 생식을 권하는 잔소리꾼 아줌마,

하지만 남편은 나의 그런 잔소리가 고맙단다.

건강하기에 그리고 사랑이 묻어있기에 들을수 있는 소리라며.......

오늘도 웃으며 잔소리를 예쁘게 받아주는 그가 참 고맙다.

올 크리스마스엔 내가 남편에게 행복한 선물을 해주어야 겠다.

내인생의 가장 멋진 선물 그리고 가장 아팠지만 행복했던 크리스마스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