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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픔 좀 가져가소...5


BY 파란 눈 2005-11-11

좋은 사람들을 만나 조금씩 상처는 아물어갔다.

가끔씩 술잔에 내 상처를 담아 나눠 마실 수 있는 선영언니를 알게되었고,

일에서도 인정받아 풍족한 조건에 외국계 회사로 옮길수도 있게 되었다.

섹시한 차림으로 어깨를 잔뜩 들어올리고서 콧대는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세우고

 도도하게 살았다.

가난, 자살시도,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잿빛 그을림은 나와는 거리가 먼

아주 딴 세상 이야기인것처럼 뒤돌아보지 않았다.

 

간사한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한의로 유명한 대학교수의 일을 잠깐 도와주게 되었다.

그치들 입에서는 어떤 한 사람의 이름이 자꾸 들먹여졌다.

교수의 제자이자 조교로 일하고 있던 그의 호칭은,

'천조교'

이상하게도 그 이름을 들을때마다 궁금하고 왠지 기다려졌다.

그 이튿날 천사같이 두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급하게 뛰어들어오는 한 남자는

다짜고짜 내 이름을 외쳐댔다.

 

마주보고 선 두 사람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잠시동안 말을 버렸다.

잔잔한 진동이 가슴 밑바닥에서 일어났다.

자기 소개를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그가 '천조교'인 것을 알았다.

그 사람 생각을 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얘기만 하면 얼굴이 달아올랐다.

사랑이라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랑일까 무서워 되도록이면 그와의 자리를 피했다.

오빠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자꾸만 움츠리게 만들었다.

일이 끝나갔다.

왠지 모를 섭섭함과 안타까움이 나를 자꾸만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에게 한번도 웃음을 보인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내 등뒤에서 자꾸만 자기를 바라보라는 듯 그의 체온을 느끼게 했다.

 

마지막 날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 했다.

재미없는 속좁은 교수님과 함께 일한 다른 동료들과 웃고 떠들어댔다.

그는 한켠에서 미소만 띠고 있었다.

웃지 않아도 웃는 듯한 그의 얼굴은 내게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조용히 앉아있던 그가 갑자기 묘기를 보여주겠다며 빈 소주병을 들었다.

기합을 넣고 힘을 주니 정말  소주병이 움푹 들어갔다.

태권도 3단에 유도와 검도로 다듬어진 튼튼이란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이 너무 우스웠다.

깔깔대고 웃는 나를 보고는 자신이 대견했던지 그는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며

귀염을 토했다.

2차로 간 라이브 호프집에서 그가 부른 조용필의 '돌아오지 않는 강'은

나를 또다시 건너면 안될 그곳으로 몰아세웠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 '꿈의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