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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동생들은 너를 보며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말고
부모님께 잘 해 드려'
오빠의 편지 내용은 대체로 동생을 걱정하는 친 오빠의 모습이었다.
그런 내용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어린것이 까분다고 웃어버릴까봐,
그나마 좋은 오빠로도 내 곁에 있지 못할까봐 차마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고3 어느 날,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야 너 어떤 군인이 찾아왔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빠인줄 알았지만 차마 학교에까지 올 줄은...
너무 기뻐서 신발을 신었는지 벗었는지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오빠를 향해
달려갔다.
업무차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단다...
오빠의 5년의 군대생활 중 제대의 날짜를 세어봐도 될 즘, 부대원들과 휴가나온 오빠에게
나이트에 가자고 졸라댔다.
친구들을 따라 몇번인가 놀러 갔던 그곳에 그 친구들이 있을줄은...
얹혀사는 언니의 성숙한 옷을 빌려입고 결코 가볍지 않은 화장을 한채 함께간
나이트 클럽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너무나 재미나게 놀고 있는 나의 팔을
오빠는 거칠게 끌고 나갔다.
한참을 말없이 걷는 오빠,
그 뒤를 눈치만 살핀채 쫓아가는 나..
뒤돌아선 오빠의 눈에는 처음보는 차가움과 노여움이 뒤섞여 있었다.
부모님 안계시다고 너 맨날 이렇게 지내냐고,
남의 옷 빌려입고, 화장하고, 나이트 다니며 제멋대로 아무남자나 친구되어
그렇게 노냐고 소리쳐댔다.
너무나 억울했다.
오빠온다며 잘보이려고 고심한 나의 노력이 날날이 취급이나 받을줄은 몰랐다.
나도 모르게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차갑게 식기도 전에 오빠는 내게 키스했다.
7년간의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으며 그 밤 떨리는 입술을 언니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이불속으로 숨어 들었다.
제대후 학교 선생님이 될 오빠와 미래의 아기들을 우리는 편지속에 잔뜩 그려놓았다.
'2주일 뒤면 제대야. 마지막 휴가 나가니까 아카데미 오피스텔 앞에서 8시에 만나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여름 날 밤,
두근 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붙잡고서 지나가는 사람마다 오빠같아 보여
기다림이 즐겁기만 했다.
9시,
10시...
오빠는 오지 않고 억수같은 소낙비만 세차게 내렸다.
비바람에 우산은 뒤집어지고 연락할 길은 없고...
밤새도록 기다릴수도 있었지만 집에 가야 전화연락이 될 듯하여 집으로 향했다.
전화통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수도 없었다.
새벽 2시가 다 된...
무거운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전화벨이 울리고 내 인생도 거기서 끝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