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산소 가는 길 왼쪽 편으로 소래포구가 있다.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로에는 삐그덕거리는 전차 대신에
이젠 사람들로 줄을 잇는다.
월곶 신도시는 근처에 넘쳐나는 유흥 업소때문에
환경적으로 좋은 곳이 아니라고 주민들이 진정서를 냈다고 하던데
한 뼘 길을 사이에 두고 갯벌의 비릿함에 묻혀 나오는 사람들과
아파트를 지키는 경비 아저씨들의 삼엄한 눈초리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는 여기도 매일반이고
일요일인데도 도로 주차시에 돈을 지불해야 하고
유료 주차장은 들고 나는 차량들로 엇박자를 이룬다.
행여나 약삭빠른 타지의 차들이 아파트로 들어갈까 싶음에
아파트 입구는 단단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넘쳐나는 것은 계절을 손으로 준비하려는 아낙들의 잰걸음만이 아니었고
막걸리 기운에 헐렁거리는 다리를 주체 못하며 쉰목소리로 읊어대는
중년의 주름진 아저씨들의 어깨에도 허물어진 넘쳐남이 넘실대고 있었다.
팔을 붙잡는 상인들은 모두에게' 언니' '사장님'을 소리 높이고
바삐 지나치는 눈길은 옆으로, 그저 잡히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는
귀 뒤에서 또다른 이에게 붙어서 흩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생새우 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펄떡이며 싱싱한 몸을 보이는 놈은 없었지만
아쉬운대로 새우에 생갈치를 연신 재 집으며
밀려서 흘깃거리고 있으려니
이 가게가 그 가게이고
그 생선이나 저 생선이나 같은데
그만 사라고 재촉을 하는 남편의 투방에
돌고 돌아서 결국은 그 비릿함을 양손에 들고 오르는 철길 다리위에서
질척하게 깔리운 갯벌을 연신 날아오르는 통통한 갈매기들에
가늘게 뜬 눈을 들어 보이며 자유롭지 못한 양팔의 무게에 허방을 드리며
다시금 땅 위로 발을 내딛었다.
소래포구 I.C 아닌 소래포구 I see 란 그럴싸한 단어의 조합에 웃으며
뒷자석에 얌전하게 누워 있는 김장 거리와 생선들의 냄새에
묘하게 자꾸만 마음이 일렁이는 것은......
4000원에 사 온 막걸리를 밥 주발에 주고 받으며
무심결에 그랬나 보다.
..너무 사는 것이 허무하다고....
그리고는 툭 떨어지는 눈물들을 화장지로 모른 척 닦았는지도.
남편의 문자함으로 짐작이 애매한 문자가 온 것은 지난 달의 일이었다.
눈여겨 보지 않은 그 언젠가의 달이었는지도.
돌아오는 차 안에서...어느 새 우리가 알고 지내 온지도 이십년이네..
..당신...참 지겹겠다..어쩜...
...활발하게 좀 지내지....
...당신, 내가 얼마나 활달하고 밝은지 잊어 버렸구나....
묻어 둔 것은 남편이 잊어 버린 내 활달함과
지금까지 정성을 기울인 우리 울타리와
다가 올 미래에 대한 꿈같은 그림......
그리고
다시 묻어 두기로 한다.
남편에게 일어났을 어떠한 것과..그 파장들.....
발이 푹 빠져서 손끝에 까맣게 묻어 나도록 윤을 내었던 구두에
모르는 사이 진흙이 묻어 있지만
다시금 그 길을 돌아 땅 위로 발을 내딛으며
물기가 마른 발을 툭툭 털어내며 걸어 온다면....말짱한 모습이겠지.
채에 받쳐 둔 새우를 팩에 넣어 냉동실 둘째 칸에 두고
갈치도 살살 손질을 하여 그 아래 칸에
고등어는 머리, 꼬리를 잘라 등분을 하여 팩에 넣어 서랍 칸에 넣으며
온도를 한 눈금 내렸다.
지금쯤이면
그 전부터 그 자리에서 냉동이 된 것처럼 사용 되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겠지...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